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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할 말 안할 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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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할 말 안할 말(사설)

입력
199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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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들어 시장 공장 농촌등 현장을 발로 뛰면서 「생활정치」라는 새로운 유형을 보여주고 있는 민주당의 이기택대표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랜만에 야당의 목소리를 냈다. 이대표의 연두회견을 보면 우선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비교적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것 같다. 바야흐로 세계경제대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상황 파악이 그렇고 그래서 국제경쟁력강화와 경제회복이 급선무라고 강조하는것도 당연하게 들린다. 이를 위한 대비책으로 총체적인 국가체제의 정비를 들고나온것은 일리가 있는것 같으나 새해 예산의 재조정 주장은 때가 늦은감이 있다. 그렇긴해도 1월 임시국회 소집요구는 설득력이 있다. 여야가 각기 연초에 제기한 문제들만해도 산더미 같은데 가장 바쁘게 돌아가야할 국회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리고 우리 실정에 맞는 지방단위의 경쟁력제고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이나 그린라운드시대에 대비해 이제는 환경경제차원에서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촉구도 정부에서 경청해야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인사가 정실과 논공행상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 역시 웃어넘길일이 아니다. 공개적으로 말은 않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대표는 무조건 반대만하는 과거의 투쟁야당상에서 탈피하여 건전한 비판과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신야당상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를 많이 쓴것같다. 구체적 대안제시가 여전히 부족하고 미흡하나 그런대로 환영할만한 변신의 노력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요구나 주장이 여러 구석에서 여전히 눈에 뛰고 있다.

 국민적 신뢰를 받는 신야당이 되기 위해서는 더 반성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다 끝나버린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을 백지화해야한다느니, 국회비준동의를 거부하겠다는 태도는 산뜻해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가라앉지 않는 일부국민들의 감정에 맞는 구호가 될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해결을 가져오는 접근방법은 아니다. 국제화를 부르짖는 주장과도 맞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북한의 김일성주석을 만나겠다는 선언이다. 과거에도 여러번 대통령이나 야당대표들이 연두회견때마다 즐겨 선택했던 메뉴라 신선감이 없다. 현실적으로 보아 실현가능성이 별로 없는데도 크게보도될 것이라는 극적 효과를 노리고 무책임하게 내뱉곤 하던 사안이다. 그런 케케묵은 구태를 신야당을 표방하는 이대표가 다시 보여준 것은 솔직히 말해 실망이다.

 자기들 입맛에 따라 사람을 골라 초청하는 북한의 상투적인 방식을 상기하거나, 대북 창구를 단일화하지 않고 여러개로 해야하느냐는등 여러가지 문제들을 고려했더라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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