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계적 환경경제학자 미 레스터 브라운교수(KBS 신년대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계적 환경경제학자 미 레스터 브라운교수(KBS 신년대담)

입력
1994.01.13 00:00
0 0

◎“환경무시한 경제발전 설땅 없다”/세금정책 개선하면 비용마련 가능/화석연료 의존하는 빈국에 지원필요/원자력 장기 에너지원으론 한계/적정한 인구·재활용 생활화 필요 21세기에는 환경대국만이 살아 남는다. 환경문제를 도외시한채 산업과 무역발전을 꾀하는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환경분야의 우루과이 라운드라 할 그린 라운드(GREEN ROUND)의 거센 파고와 압력은 개발·경제정책의 대수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환경문제는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장벽으로까지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세계경제환경에서 개발도상국도 아니며 그렇다고 선진공업국도 아닌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것인가. 「지구 살리기」라는 저서로 유명한 미국의 세계적 환경경제학자 레스터 브라운교수와 서울대 미생물학과 김상종교수가 워싱턴에서 만나 경제와 환경의 조화, 환경경제학을 위한 한국의 전략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었다. 이들의 대담은 KBS신년기획시리즈 「세계석학에게 듣는다」 제3편 「환경이 미래를 연다」(12일 하오 7시35분 방영)를 통해 소개됐다. 대담내용을 요약한다.

 ―지난 20여년간 세계의 환경문제를 연구해오셨는데 현재의 환경문제와 지구오염이 21세기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내가 일하는 월드 워치(WORLD WATCH)연구소는 매년 지구를 「신체검사」해 「지구환경보고서」를 내왔습니다. 불행하게도 이 보고서의 기본적인 내용은 매년 똑같습니다. 우리가 토양침식이나 대기오염, 동식물의 멸종을 더 이상 막지 못한다면 우리들은 결국 지구경제를 망치고 말게 되며 후손들에게 황폐한 미래를 물려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현대의 산업발전이 워낙 강력하게 추진돼 그 흐름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구환경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브라운교수께서는 유지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으로 책을 여러 권 저술했습니다. 유지 가능한 발전이란 무엇입니까.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지금 필요로 하는것들을 충족시켜 나가자는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경제체제를 어떻게 바꿀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금 경제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환경이라는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점입니다. 따라서 경제체제를 보다 정직하게 만들어야 하며 그렇게 하려면 새로운 조세정책이 필요합니다. 시장가격에는 지금처럼 부당한 가격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계산법이 적용돼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조세정책이 세제를 바꾸어 소득세를 환경세로 대체할 수 있고 스스로를 파괴하는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환경을 지키면서 발전하는 체제로 변화될 수 있을것입니다.

 조세정책을 환경문제를 바로잡는데 적극적으로 이용하는것이 각국 정부가 환경문제를 풀어나가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국제관계라는 측면에서 보면 소위 남북문제라고 하는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의 환경에 관한 논쟁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냉전시대에는 이념적인 이유에서건 인도적인 이유에서건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도왔지만 이제 환경문제에 관한한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에 협조를 구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개발도상국들이 화석연료에만 의존하고 다른 에너지원을 개발하는데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환경보전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니 새로운 상황을 인식하고 지구환경을 구할 수 있는 현명한 합의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이제 빈곤문제를 환경문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환경문제와 더불어 제3세계의 빈곤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한국은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진공업국도 아닌 매우 특이한 상황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선진국들은 한국에 대해 더 많은 환경보전투자를 요구하고 있고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이 자기네 천연자원을 선진국만큼이나 갖다 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들은 자체보유한 첨단기술이 없고 자본도 적습니다. 환경보전에 투자할 여유도 없습니다. 환경에 투자할 여력은 없는데 환경문제를 헤쳐 나가야 하는 문제는 우리에게 심각한 일입니다. 더구나 세계경제환경은 급속히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환경 속에서 한국이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겠습니까.

 ▲한국인들은 아주 부지런하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도 잘 극복할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전쟁이 끝난후, 그러니까 내가 50년대 후반에 연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국은 재기할 가능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35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놀랍게도 성공적인 산업국가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은 아직 그렇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세계를 구합시다」라는 책에서 브라운교수께서는 에너지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이는게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이며 미래사회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도 에너지문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는 9개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으며 전력의 50%정도를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 공급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는 50개의 원자력발전소를 더 건설할 계획도 있습니다. 효율과 경제성이라는 측면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우리 연구소의 연구결과 원자력은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바람직한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게 됐습니다. 투자의 효율성에서도 원자력발전보다 풍력발전이 유리합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가 원자력발전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이며 미국에선 15년전 마지막 주문을 끝으로 새로운 원자로 건설이 없었습니다. 한국도 미국처럼 전력시장을 민영화해 경쟁생산하도록 해 보십시오. 한국정부가 전력생산분야를 민영화한다면 원자력발전소는 팔리지 않을것입니다. 정치적인, 그리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원자력발전은 장기적 에너지원으로 쓰여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전세계 에너지의 75%, 목재소비의 85%, 철강생산량의 72%를 선진국들이 소비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이산화탄소의 77%가 미국을 포함한 11개 선진국에 의해 배출되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마구 쓰면서 개발도상국은 자제하라는 논리는 지구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장애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글쎄요,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몇몇 환경단체인사들이 미국개발은행의 총재를 만나 환경문제를 토론할 때 은행총재는 부유한 나라의 환경단체인사들이 가난한 나라 정부에 내정간섭을 한다고 불쾌해 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브라질의 열대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에 『내가 알기로 열대림문제는 아주 중요한것인데 브라질 내의 어떤 과학자들도 열대림을 불태워 없애는데 찬성하지 않을것이다. 그러므로 브라질정부가 우리 말을 들을 필요는 없지만 브라질과학자들의 의견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고 충고한 바가 있습니다.  선진국의 환경단체가 얘기하는것과 그 나라의 과학계의견은 거의 같습니다. 결국 누구의 말을 귀담아 듣느냐는 문제입니다.

 ―한국에서 환경문제의 가장 큰 어려움은 정부와 국민 사이에 대화의 마당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정부와 국민을 효율적으로 연결해주는 고리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보다 강력한 시민단체의 결성이 시급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지구환경문제는 중요하므로 누구보다 민간환경단체가 주도권을 가지고 확실히 이끌어가야 합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나라건 심지어 유엔조차 우리와 같은 민간환경단체의 연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민간단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정치나 경제구조를 바꾸려면 개인의 가치관과 생활습관, 행동의 변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쓰고 버리는 생활에서 재활용을 생활화하기 위해 우리의 의식을 바꾸려면 새로운 환경철학이나 윤리가 필요하겠지요. 어떻게 해야 그런 변화가 가능하겠습니까.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세상을 바꾸려면 자기 자신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학자의 말이 바로 환경문제의 실천방안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우리 모두가 그것을 인정하고 그런 변화를 위해 몸소 실천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그런 실천이 따른다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가능해질것입니다. 통조림이나 음료수를 살 때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에 든것만 찾는다면 제조업체를 올바른 방향으로 변하게 할것입니다.

 ―앞으로 21세기까지 우리는 어떤 환경문제에 직면하게 되겠습니까.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환경이 제대로 자리잡혀 인구성장이 감소하고 재활용품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며 천연자원사용이 줄어 유지가능한 경제시스템에 접근하는것입니다. 다른 한 가지는 환경파괴가 멈추지 않고 계속돼 경제침체로 이어져 사회분쟁까지 가는 불길한 가능성입니다.

 ―한국이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유지발전해가는 그런 바람직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적정한 인구수준을 꾸준히 유지해야 합니다. 두번째 쓰고 버리는 경제에서 재활용경제로 빨리 바꿔야 합니다. 세번째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데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대체에너지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보다 안정된 에너지공급을 이루어야 합니다. 물론 그 개발은 한국내에서도 가능하지만 외국에서의 개발도 가능합니다. 한국이 다른 나라의 사막을 개발해 그곳에 태양에너지발전소를 세울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그곳에서 생산된 값싼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 가져와 주요 에너지자원으로 활용하는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발전해가는 경제체제를 이루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정리=조상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