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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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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입력
199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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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에 파출소행 지방행 “열성관료 변신”/“사심없다”… 개인사무실폐쇄… 정치는「사절」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요즘의 최형우내무장관에게 꼭 어울리는 말이다. 지난해 12·21개각으로 입각한 이래 최장관은 거의 한시도 사무실에 앉아 있지 않는다. 새벽에 일어나 집근처 파출소를 불시에 찾는가 하면 점심을 먹고 나서는 갑자기 전철을 타고 수원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최장관 스스로도 취임직후 내무부 간부들에게『실무는 여러분들이 맡아달라. 나는 가능한한 많이 돌아다니겠다』고 말한뒤 이를 실천하고 있다. 하도 바쁘게 돌아다니는 바람에 공보실 직원들이 최장관의 일정을 챙겨 보도자료를 내놓기 어려울 정도이다. 

 사실 최장관은 야당시절부터 내무장관을 한번 해보는게 꿈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이제 그 꿈이 이루어졌으니 강한 의욕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수 있다. 주변에서 「터프가이」로 연상되는 그의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과연 잘 할수 있을까』라고 걱정하는데 대해 그는 『관료의 경험이 있어야만 내무장관을 잘 할수 있는게 아니다』라며 특유의 「내무장관관」을 털어놓는다. 『중국의 주용기부총리가 상해시장시절 시민들로부터 크게 신임을 얻는 바람에 정치적으로 성공할수 있었다. 성공의 비결은 관료경험이 있어서가 아니라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쓰레기를 주울만큼 열과 성을 다했기 때문이다. 나도 길거리에 나가 쓰레기도 줍고 교통정리도 하겠다. 몸으로 뛰며 국민의 불편함과 애로사항을 살피겠다』

 그러나 내무장관으로서는 정력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으나 정치인으로서는 조용하기 짝이 없어 대조적이다. 장관직을 맡자마자 여의도의 신한빌딩 10층에 있던 개인사무실을 없앴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끌어들인 스태프진도 일부 해산시켰다. 지난 정초에는 선배정치인에게 새해 인사를 드린다는 구실아래 일부러 집을 비웠다. 혹시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주위의 눈총을 받는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4월 아들의 대학부정입학사건으로 민자당사무총장직을 물러난 이래 보여 온 은둔의 처신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올 한해도 정치적으로는 조용히 살겠다는 뜻이다. 『가을이 돼 제일 먼저 피는 코스모스는 반드시 지나가는 사람의 손에 꺾이게 마련』이라는 그의 은유는 굴신의 이유를 잘 말해주고 있다.

 정부출범때는 집권당 사무총장으로,2기내각에서는 내무장관으로 발탁될 만큼 그는 김영삼대통령의 큰 신임을 받고 있다. 주변에서도 「실세중의 실세」라고 말한다. 이 때문인지 최장관은 입각한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쩍『나는 정말 사심이 없다』고 말하면서 혹시 주변에서 「차세대문제」를 자신과 연상시키는것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사무총장에서 물러나 속초에 근신할 때부터 그는 『벼랑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썩은 동아줄에 매달려 안간 힘을 쓰다가 탁 놓아버리니 세상이 달라보이고 그렇게 편할 수가 없더라』고 말했는데 장관이 된 후에도 만나는 사람마다 이 얘기를 하고 있다.

 『내가 모시던 보스가 대통령이 되고 나도 내무장관까지 됐으니 더 이상 무슨 욕심이 있겠느냐. 그저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열심히 일할 따름』이라고 새해의 구상을 밝힌 최장관에게는 막중한 과제가 주어져 있다. 내년의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무리없이 치러내는것이다. 민주계가 힘을 모아 자신에게 내무장관 자리를 밀어준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임기동안 대통령이 차질없이 국정을 수행할수 있도록 도와주고 임기가 끝나면 아무런 미련없이 훌훌 털어버리고 김대통령과 함께 등산이나 다니겠다』는 그의 말에서도 지자제선거를 의식한 비장함을 읽을수 있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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