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간 이견·하수처리장 용량부족/수십개공단 배출폐수 30%만 정화 10일째 계속되고 있는 낙동강수질오염사태는 근본적인 수질보전대책과 사고대응능력 부재등 당국의 무능이 빚어낸 결과였다.
이같은 오염사고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정부당국의 획기적인 수질보전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총연장 5백25의 낙동강은 유역면적만도 2만3천8백52㎢에 달해 영남지역 주민의 72%인 1천만명이상이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영남의 젖줄」이다.
그러나 지난 60년대이후 상류지역에 대규모 공단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유입되는 공장폐수와 생활오수는 급격히 늘어났으나 정부의 무관심으로 하수종말처리장시설은 이에 따르지 못해 수질오염이 가속화됐다.
80년대이후 수질오염은 더욱 심화돼 낙동강은 회생할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변해가고있다.
상류지역에서 겨우 2급수 수질을 유지하고 있을뿐 중류인 고령이하부터는 3급수에도 못미치고 있다.
특히 금호강 합류지점등 일부 지점에서는 공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썩은 물」이 유입돼 강 하류의 부산, 마산,창원등 경남지역 주민들은 심각한 식수문제를 겪고 있는것이다.
이번과 같은 암모니아성질소 오염문제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산대 박청길교수가 지난해 8월 경북 왜관에서부터 부산시민의 상수원 취수원인 물금지역까지 수질을 분석한 결과 암모니아성질소 함유량이 왜관에서 0.5PPM이던것이 금호강 합류지점인 고령지점에서는 2백PPM으로 높아졌고 남지 1PPM, 삼량진 0.5PPM, 물금 0.5PPM등으로 하류로 내려올수록 낮아졌으나 거의 전지점에서 기준치(0.5PPM)를 초과했다.
이같은 정도의 오염은 90년이후 계속돼 온것으로 나타나 부산과 경남지역 주민들은 자신도 모른채 수년전부터 오염된 상수원수를 사용해 온것이다.
동아대 김수생교수가 이번 사건직후인 7일부터 10일까지 물금지점의 암모니아성질소 통과량을 조사한 결과, 톤당 1.5PPM이 함유돼 현재와 같이 초당 1백톤이 방류될 경우 하루 8.6톤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순수 암모니아성질소가 통과하는것으로 추정됐다.
이같은 수질오염의 근본원인은 정부의 수질보전대책 부재와 지역 주민들의 무분별한 오·폐수 무단방류에 있다.
낙동강권역의 하수처리장시설은 부산의 용호 수영 장림등 3개소, 경남의 울산 회야 마산 진주 온산등 6개소, 대구권의 달서천 신천 경주 구미등 4개소등 모두 13개소가 전부인데 상류지역의 처리시설이 특히 부족해 유입되는 오·폐수를 제대로 정화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낙동강권역에 들어선 공단은 금호강유역에 대구염색공단등 10여개, 낙동강 합류지점의 달성·성서공단등 20여개로 모두 2천7백여개 배출업소의 공장폐수와 생활오수·축산폐수등 하루 평균 2백70여만톤이상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이중 정화처리 되는것은 30%에도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금호강 유역등 대구지역의 하수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구지역 하수발생량은 하루 1백16만톤에 달하지만 하수처리능력은 달서 25만톤, 신천 35만톤등 60만톤에 불과, 하루 50여만톤의 하수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채 금호강을 통해 낙동강으로 흘러들고 있는것이다.
또 이같이 오염된 수질을 정화시키는 방안의 하나로 대형댐 건설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나 낙동강권역에는 안동 남강 영천 합천 임하등 5개댐뿐이어서 모두 9개 댐을 확보하고 있는 한강권역의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고 저수량도 크게 떨어진다.
이들 5개 댐중 저수량 10억톤인 안동댐만이 정수, 분해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이고 나머지는 용량이 부족해 사실상 홍수조절기능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환경당국은 그동안 하수처리장 증설등 맑은물 공급대책을 남발하다시피 제시했으나 구호에 그쳤고 오히려 91년 페놀사건이후에도 구미에 악성폐수 배출업소인 페놀수지공장과 제지공장을,대구에 염색공단을 허가하는등 수질보전대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또한 낙동강의 경우 부영양화가 심해 인(P)과 질소(N)가 오염의 주원인이지만 현행 방류수 수질기준에는 이들 항목은 측정대상에서조차 제외돼 있고,강 수질분석도 정화가 어려운 COD(화학적산소요구량)가 아닌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에 의존, 전시행정에 그치고있다.
따라서 정부가 95년까지 1조3천억원을 들여 하수처리장시설을 대폭 늘려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인과 질소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시설로는 예산낭비에 그칠것이란 지적이다.
정부의 방만하고 다원화된 물관리체계에도 허점이 많다.
현재 하천·댐등 수자원 관리업무의 경우 수질오염도조사, 수질보전계획 수립은 환경처가 맡고 있으나 하천관리 및 매립 점용허가등은 건설부 산하 국토관리청이 맡고 있다.
또 정수장 취수구의 원수 수질측정업무의 총괄감독은 환경처가, 정수장내의 정수한 물의 측정·위생관리는 보사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는등 다원화돼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따라 이번과 같은 수질오염사고가 발생하면 관련기관끼리 서로 책임회피에만 급급, 조기 수습의 기회를 놓치거나 원인규명 및 사후대책 마련등에도 소극적으로 대처, 문제점을 낳고 있다.
이밖에 부산·경남·대구·경북등 4개 시·도는 78년 낙동강을 살리기 위해 광역행정협의회를 구성하고 시·도지사의 각서까지 작성했으나 형식적인 협의에 그쳤고 91년 페놀사건을 계기로 행정협의회를 강화키로 했지만 역시 2∼3차례 협조성 회의만 했을뿐 유명무실한 상태다.
수산대 박청길교수는 『정부가 지금까지 미온적으로 펴온 환경정책에 일대 변화가 없는 한 「맑은 물」정책은 한낱 물거품에 그칠것』이라고 지적하고 『하수종말처리장을 건설하더라도 1, 2차단계의 기본시설이 아닌 인과 질소를 정화할 수 있는 3차시설까지 함께 갖추어야 하며 강 상류지역에는 페놀등 독극성 유해물질 배출업소허가를 규제하고 기존업소들도 이전을 적극 유도해야 할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하수처리장 및 댐의 조기 확충, 분산된 물관리 기능을 통합한 수질관리청 신설 및 수질관리체계 개선등 수질보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할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부산·대구·마산=박상준·유명상·이동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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