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옐친 모스크바정상회담 전망/우크라핵문제-경제원조 교환/미/동구국가 나토가입 반대표명/러▷미국의 입장◁
부시전미대통령의 논리에 의하면 빌 클린턴미국대통령은 확실한 승리자로 이번에 모스크바를 방문하는것이다. 부시는 『미국은 냉전에서 이겼다』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바로 클린턴이 냉전을 이긴 미국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또한 지난해말 국내에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및 총기규제법안의 성공적인 의회통과와 대외적으로는 우루과이라운드(UR)의 타결을 실현해 국내외적인 인기가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그의 러시아 방문은 「승리자로서의 방문」 분위기를 더욱 확실히 해주고 있는 것같기도 하다.
그는 특히 지난해 10월 옐친의 의사당 강제진압때 옐친을 강력히 옹호하고 나섰으며 이미 밴쿠버회담에서 러시아에 20억달러이상의 경제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옐친대통령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모스크바에 입성할것이다. 모스크바방문은 시기적으로 매우 알맞은것이다.
그러나 클린턴이 러시아방문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미국의 이익」이나 개인적인 정치적 이익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같다. 우선 그의 방문국인 러시아자체가 매우 혼란스런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거의 2배에 이르는 4만5천개의 핵탄두를 갖고 있는 최대핵무기보유국이면서도 연1백%가 넘는 인플레이션과 생필품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 입장이다. 또 지리노프스키같은 강경민족주의자가 부상해 의회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개혁주의자들은 소련붕괴후 개혁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미국의 지원부족때문이라고 불평하고 있고, 지리노프스키같은 강경주의자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선진국을 「착취세력」이라고 비난하고 있어 클린턴은 어떤 의미에서는 양측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입장이다.
클린턴은 러시아에 들어가면서 몇가지 주고받을 외교협상을 구상하고 있다. 이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클린턴의 러시아방문은 일단 「승리자로서 들어가 승리자로 나왔다」는 평가를 받게 될것이다.
그는 우선, 1천8백개에 이르는 우크라이나의 핵탄두를 경제지원과 맞바꾸자는 구상을 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핵탄두를 분해한후 그 속에 들어있는 우라늄을 경제지원금으로 환산해 줄 생각을 갖고 있다.
둘째는 말할것도 없이 옐친으로 대표되는 러시아개혁세력의 안정을 지원하는 일이다.
이 목적을 추진하기 위해 클린턴은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등 동구4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보류해 일단 러시아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그는 또한 국제통화기금(IMF)등이 러시아경제지원의 선행조건으로 강력히 내걸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제어및 시장구조개편 의무를 완화해 좀더 쉽게 자금을 얻어쓸수 있게 해준다는 외교보따리를 갖고있다. 미국이 직접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돈을 제공하기는 현제 경제형편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클린턴은 우크라이나의 핵탄두제거협상에 모든 외교력을 동원하고 있다. 그는 14일러시아 우크라이나와함께 핵탄두폐기에 관한 협정을 체결할것으로 알려졌다. 그럴경우 집권2년째를 맡는 클린턴은 나토에 이은 러시아방문으로 화려한 외교적 성과를 거두게 될것이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러시아 입장◁
모스크바 미·러 정상회담은 냉전시대종식이후 유럽의 신질서구축과 러시아의 민주체제출범등과 맞물려 21세기의 세계평화체제를 모색하는 무대가 될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의 주의제로 나토와 동유럽의 관계, 핵확산금지문제, 미·러시아간 동반자관계구축등이 올라 있는것으로 미루어 볼 때 향후 세계질서 개편의 방향이 구체적으로 논의될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우선 동유럽국가들의 나토가입문제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러시아는 클린턴미대통령이 주창한 「평화를 위한 동반자관계」에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나토와 직접 국경을 맞닿는데에는 반대한다.
즉 나토가 동유럽을 비롯, 구소련공화국인 리투아니아등 발트3국등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경우 러시아 국익은 물론 세계평화에도 도움이 안되며 국내 민족주의 세력의 팽창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평화를 위한 동반자관계」도 러시아가 주가 되고 구바르샤바조약국이나 구소련 일부공화국들은 러시아의 「허락」이나 「묵인」하에서만 나토와 군사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스티코프 크렘린대변인은 지난 5일 리투아니아의 나토가입신청에 관한 논평에서 『러시아 주변국들에 대한 나토의 팽창은 러시아는 물론 세계평화와 직결된 지역에서 정치 군사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혀 미국과 나토의 일방통행적인 유럽신질서구축 기도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러시아는 과거처럼 동유럽과 구소련공화국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핵을 보유한 초강대국의 지위를 인정받고 세계평화를 위한 파트너중 가장 우월적인 위치를 고수하겠다는 속셈이다.
러시아의 이같은 입장은 핵확산금지문제에서 더욱 분명히 나타난다. 러시아는 오는 95년 만료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계속 연장, 기존 핵보유국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북한등이 핵을 보유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미국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면서 NPT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핵 개발의 통제및 감시기능을 확대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는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진정한 동반자관계를 원한다면 자국의 개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조치를 취해주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특히 미국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제정한 각종 법률의 철폐와 첨단기술의 수출제한 폐지, 핵미사일폐기과정에서 나온 저준위 우라늄의 수출규제완화등이 이번 회담에서 타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새국제기구를 창설, 인류를 대량 살상할 수 있는 핵무기를 비롯, 화학·생물무기및 미사일 관련기술이나 물질이 테러 국가에 흘러들어가지 못하도록 규제하자고 제안할 방침이다.
옐친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클린턴대통령으로부터 미국이 변함없는 지지와 협력의사를 전달받아 동반자적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이 어설픈 선물공세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지리노프스키등 민족주의세력과 공산당에 공격의 빌미만 주게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구소련의 분쟁지역에 러시아군을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파견 또는 주둔시키는등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데 대해 미국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것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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