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폭풍설속 쾌거 장하다/하루빨리 무사귀환하길 고대” 『세계화의 원년인 94년 새해들어 가장 기쁜 소식입니다』
한국일보창간 40주년기념 94한국남극탐험대의 남극점 정복 소식이 알려진 11일 대원 가족들은 만년설의 빙원과 살인적인 폭풍설을 헤치고 남극점 정복의 위업을 달성한 남편, 자식,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으로 벅찬 표정이었다.
허영호대장(40)의 부인 이영옥씨(36)는 남편이 남극점정복에 성공했다는것보다 무사하다는것을 더 기뻐했다.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도했어요. 두달 가까이 연락이 안돼 조마조마했는데 목표를 달성해 너무 기뻐요.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마음밖에 없어요』
허대장에게는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8천급 고봉 7개를 정복한 화려한 경력이 있지만 이씨로서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가슴 죄이며 50여일을 보냈다. 『「걸어서 땅끝까지」라는 자서전 제목대로 3대 극지인 에베레스트, 북극, 남극을 모두 정복했으니 이젠 좀 쉬었으면 좋겠어요』
결혼한지 10년, 산으로만 치달았던 남편 걱정으로 마음고생이 심해 신경성 위장장애까지 걸린 이씨는 『고산을 정복했을 때마다 다신 안간다고 했는데 앞으론 정말 위험한 탐험은 안했으면 좋겠다』면서도 『남극점을 정복한 남편이 자랑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고인경단장(51)의 부인 박경실씨(41)도 『남편이 한없이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저께 남편이 꿈에 나타나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기쁜 소식이네요. 우리나라를 세계에 빛낸 남극탐험대를 남편이 이끌었다는 사실이 뿌듯해요』
원정준비과정을 지켜보며 애를 많이 태웠다는 박씨는 『무사히 극점정복에 성공했으니 돌아올 때도 전대원이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일점 정길순대원(39)의 어머니 나순덕씨(63)는 『목적을 달성했다니 반갑고 좋다』며 『돌아와서 좋은 사람 있으면 시집이나 갔으면 바랄게 없다』고 했다.
국내에서 대원들의 뒷바라지를 해온 탐험대 사무국장 김길남씨(52)는 『이번 남극점정복은 지난해 일본원정대보다 23일이나 빠른 44일만에 이룬것으로 가장 빠른 시간에 남극점을 걸어서 정복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 『한국인만이 해낼 수 있는 쾌거』라고 시종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정길순씨가 소속돼 있는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선경빌딩5층 (주)선경 총무팀직원들은 남극점정복소식에 『우리회사 맏언니가 결국 해내고 말았다』고 반기며 하루종일 정대원과 남극정복을 화제삼아 이야기꽃을 피웠다.【황상진·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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