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보다 분위기 치중 소설 많아/「소설같은 희곡」 문제·산문시늘어/수준은 전반적 향상 문인 데뷔의 꽃이랄 수 있는 각 신문사의 신춘문예발표가 한 차례 지나갔다. 그리고 이 신인 중에서 재능있고 힘있는 신인을 찾으려는 각 출판사와 문예지들의 검색·평가작업도 한 차례 지나갔다. 올 신춘문예는 전체적으로 투고작품 수가 늘고 일정 수준이상의 작품이 많았지만 특히 주목할만한 문장과 개성을 갖춘 작품은 드물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또한 문예지등을 통해 이미 등단한 작가들이 재등단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대해 문단은 80년대에는 신춘문예에 응모하는 것조차도 사치스럽게 느끼고 주저하던 젊은이들이 이제는 이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고 있으며 신춘문예가 여전히 문학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단편소설에 당선된 시인 김승희씨, 평론에 당선된 시인 정끝별씨, 평론에 당선된 시인 차창롱씨등의 재등단은 새롭게 인정받고 또한 주목받고 싶다는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소설의 경우 어떤 주제의식을 끈질기게 추구한 작품 보다는 문체나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작품이 많았다는 평이다. 정치적 주제에 대한 무관심은 지난해에 이어 계속됐고 성적인 문제를 노골적으로 해부하는 작품이 부쩍 늘었다. 불법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거론하는 작품이 당선되는등 새로운 소재를 찾으려는 노력도 주목할만 했다.
한국일보 소설 예심을 맡았던 김태현씨는 『운동권의 이야기를 다룰 경우 정치적인 외침보다는 삶의 문제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문장은 전체적으로 탄탄한 편이지만 개성적인 문체보다는 사회의 표준적인 문장으로 작품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문학학교등이 많이 생긴 탓에 문장은 향상된 편이나 자기 것이랄 수 있는 것이 없는 작품이 많았다』고 심사위원들은 지적했다.
시는 각사마다 투고자만 1천여명이 넘을 정도로 경쟁률이 높은 부문이다. 신춘문예가 참신함과 새 감각을 요구한다는 점 때문에 실험적인 시를 투고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당선작들은 오히려 정통적인 기법에 의거한 작품이 많았다. 자유롭고 긴장이 덜한 산문시가 늘어가는 것도 하나의 추세였다.
희곡은 대부분 「소설같은 희곡」인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갈등구조를 끌고 나가는 극적인 요소보다는 아름다운 대사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사위원들은 『희곡은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하는 것과 동시에 실제로 공연되는 연극을 많이 봐야 하는데 현장학습을 하지 않은 희곡이 많았다』고 평했다.
평론에서는 과거의 명작보다는 최근 작품이 비평의 텍스트가 된 것을 큰 변화로 보았다. 올해는 젊은 작가인 최수철 신경숙등의 작품도 비평의 대상이 됐다.
올해도 각사는 여러 신문에 중복 투고해 당선한 이를 낙선시켰다는 점도 문학도들이 염두해 두어야 할 부분이다.【이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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