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초쯤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경제기획원의 경제운영계획은 새해의 경제정책실행계획이기 때문에 관심을 끌어왔다. 특히 올해는 명년부터 우루과이라운드협정이 발효함에 따라 주요산업에 대한 경쟁력강화대책과 농촌·농민·농업등 「3농」대책이 초점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11일 보고된 94년도 경제운영계획에서는 현 시점에서의 최대 현안인 「국가경쟁력강화」에 대한 선명한 대책을 찾을 수 없었다. 운영계획의 형식과 내용이 요구되는 발상의 전환과 운영의 혁신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현경제팀이 경쟁력강화, 국제화, 규제완화등 현안에 대한 해답을 지난해 마련했던 신경제5개년계획에서 찾는다 해도 경제여건이 지난해보다는 급박하게 변화하는 상황이므로 대응방안의 내용이 재편성되고 그 폭과 속도도 달라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국가경쟁력강화는 방대한 과제이므로 문제타결에 전략·전술적 접근이 필요한데 정책의 우선 순위나 완급이 제시돼 있지 않고 물가안정에서부터 규제완화에 이르기까지 대책이 교과서의 목차처럼 나열돼 있다.
대책의 이러한 단순한 평면적 나열로는 우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어렵다. 각론에 상당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부처별 보고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이것마저 나열식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 경제운영계획에 나타난 주요 내용은 ▲물가안정책 ▲규제완화 ▲노사관계안정 ▲3단계 금리자유화의 조기실현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의 민자유치 ▲우루과이라운드협정에 대비한 농촌대책등이라 하겠는데 이미 내용이 밝혀진 것이거나 아니면 현재 검토되고 있는 것들이다. 정부의 경제운영계획이 신선한 내용을 담지 못하고 있는것은 지금까지의 관주도경제운용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준다고 하겠다.
또한 경쟁력강화대책도 대폭적인 규제완화등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으나 과연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경쟁력향상에 실질적인 기여를 해줄 수 있을만큼 획기적인 것이 될지 회의가 없지 않다. 정부는 관주도의 경제운영체제로써 급변하는 경제여건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규제완화도 단순한 규제의 감소를 겨냥해서는 안된다. 기업의 경쟁력제고를 목적으로 해야하는데 관주도의 경제운영체제가 유지된다면 규제완화의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못할 것이다.
정부가 주장해왔듯이 정말로 경쟁력있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면 경제운용도 민간주도로 전환시켜야 하고 경제체제도 시장경제체제로 대폭 바뀌어져야 하는 것이다. 산업의 경쟁력강화와 우루과이라운드협정에 따른 농업대책이 지금 추세로 간다면 미흡한 것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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