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수입약품 밀려 오는데 「국내복용기준」이 없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수입약품 밀려 오는데 「국내복용기준」이 없다

입력
1994.01.12 00:00
0 0

◎한국인 약물대사능력 서구인과 큰 차이/외국기준으로 투약땐 약화우려 의약품시장의 완전개방을 앞두고 수입약의 한국형 복용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가 타결됨에 따라 현재 국내 처방약시장의 50%이상을 차지하는 수입약이 95년부터 더욱 밀려들어올것으로 예상돼 외국약을 들여올 때 우리나라 사람에게 맞는 복용량, 복용시간등을 다시 조사해 용량·용법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의료계에서 나오고있다.

 이같은 지적은 대부분의 신약이 외국에서 개발돼 그나라 국민의 체질에 맞춰 용법이 결정돼 있다는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민족간 체질이 달라 약물의 흡수·대사능력에 차이가 있다는것이다. 

 서울대의대 신상구교수(약리학)는 『우리나라 사람의 약물대사능력은 약물의 종류에 따라 서구인의 절반정도밖에 되지않는 경우가 많다』며 『서구인 기준으로 투여용량이나 복용시간이 정해진 약물을 그대로 복용할 경우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교수가 최근까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사람의 약물대사능력은 일본인과 비슷했으며 중국인보다 조금 높았다. 그러나 20여가지로 알려진 대사과정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2가지 과정이 독일등 서구인과 비교해 절반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신경안정제의 대표적인 약물인 다이아제팜은 외국인 복용량의 절반이 적정량이다. 서구인의 복용량을 그대로 투여할 경우 졸림증 기분저하증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위궤양 치료제인 오메프라졸도 복용기준의 절반만 투여해야 약물과다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고혈압치료제인 니페이딘은 반감기가 서구인은 3시간인데 비해 우리나라 사람은 8시간으로 약효가 3배이상 지속되는것으로 나타났다.

 약물대사능력의 차이는 약품을 분해 흡수하는 효소, 호르몬분비, 신체구성요소가 민족마다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다. 약물을 분해하는 효소는 19종이 있는것으로 지금까지 밝혀져 있는데 민족에 따라 양의 차이가 많은 종류가 있다. 또 우리나라 사람은 서구인에 비해 체격이 작고 고기를 적게 섭취하는등 체지방이 적어 지용성 의약품은 흡수가 잘 안되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상대의대 손동렬교수(약리학)도 『심장병약 신경안정제 고혈압약 근육이완제등 일부의약품은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 부작용이 더 많으며 더 적은 양을 사용해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것이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인종이 서로 비슷해도 2년정도의 임상연구를 거쳐 약품판매허가를 내주는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20년전부터 서구서 신약을 도입할 경우 철저한 임상시험을 거쳐 적정용량등을 재조정해 시판을 허용하고있다. 이같은 확인에 길게는 5∼6년까지 걸려 일본은 국내 제약업체를 보호하고 신약개발을 촉진시키는 유예기간으로 삼는다는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시행된 임상시험을 그대로 답습, 30∼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만 검사한 후 곧바로 시판에 나서고 있어 인종차이등에서 올 수 있는 부작용과 투여용량차이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선년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