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증시의 「보이는 손」/김경철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증시의 「보이는 손」/김경철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1.12 00:00
0 0

 「보이지 않는 손」. 다소 퇴색하긴 했어도 여전히 시장경제원리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는 경제논리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상징인 주식시장만큼은 보이지 않는 손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사정은 딴판이다. 『왜 주가를 떨어뜨리려고 하느냐』 『그동안 주가를 올리려고 골몰하던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요즘 주식투자자들은 이런 불만을 많이 한다. 증권관계기관은 물론 언론사에도 문의를 겸한 하소연성 전화가 곧잘 걸려오고 있다.

 발단은 「증안기금」(증권시장안정기금)의 보유주식매각이다. 지난해말부터 4차례에 걸쳐 보유주식을 매각했는데 매각때마다 무서운 기세로 치솟던 주가가 찬물을 맞은듯 오름세가 번번이 꺾였다. 

 증안기금은 지난90년 증권사와 은행등 소위 「기관투자자」와 상장기업들이 거액을 출자해 설립한 기금이다. 그동안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 방식으로 주가폭락을 막았고 그결과 현재 5조5천억원이상(시가기준)의 엄청난 주식을 가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문제를 삼는것은 증안기금의 보유주식매각은 관계당국의 「의지」때문이라고 생각해서다. 한마디로 당국이 「주가관리」를 하는 바람에 손해를 본다는것이다.

 사실 당국의 「주가관리」는 새삼스러운것이 아니다. 다만 방향만 바뀐것 뿐이다. 종전에는 지수올리기에 중점을 둔 반면 지난해말부터는 지수내리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89년에는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주가폭락을 막겠다』며 「12·12안정화대책」을 내놓았고 92년에는 기관투자자들이 판 물량보다 더 많이 사도록 하는 「순매수우위윈칙」을 「강요」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증시과열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증안기금의 보유주식처분을 암시했다. 이바람에 『정부의 연말 지수가이드라인이 8백50∼8백60이고 현재 가이드라인은 9백이다』라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주가관리를 하려는 당국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주가의 단기급등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정도의 차이가 있어도 어느 나라할것 없이 정부가 주식시장에 직간접으로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주가관리」가 아니다. 증권시장은 상장기업에 양질의 산업자금을 공급하는 「젖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상승세를 기업공개나 자본증자같은 산업자금 공급확대의 기회로 활용하고 상승억제책도 신용융자축소같은 간접규제방식으로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증권당국이 「보이는 손」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바뀌는 날을 기대해 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