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득과세에 관할권 다툼/본사와 독립종속여부가 기준 국내진출 외국기업에 대한 과세문제가 한국과 당사국간에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국세청은 10일 코닝(미국계)과 아이씨아이코리아(영국계)등 국내진출 외국기업 9개사에 대한 조사를 실시, 코닝등 4개사에 대해서는 29억여원의 세금추징을 통보했으며 아이씨아이코리아등 4개사는 계속 조사중이고 1개사는 아무런 혐의가 없는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UR타결로 관심 고조
국세청의 이번 조치가 쟁점이 되고 있는 이유는 세금추징이 외국기업의 명백한 소득은폐나 탈세에 대한것이 아니라 이들 기업이 국내에 물품을 판매해 얻은 소득에 대한 세금이 과연 어느 나라에 납부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해석상의 다툼이기 때문인데, 특히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타결에 따라 앞으로 국내진출 외국기업이 크게 늘 것이어서 그 결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본격적인 「국제화」시대를 맞아 국세청이 해결해야 될 과제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한 기업이 다른 나라에 진출해 물품을 팔아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진출국에 일단 세금을 내야 한다. 따라서 그 기업은 상대국에 설립한 투자기업을 단순히 제품을 중개하는 독립적 무역회사인 판매대리점(에이전트)으로 성격을 규정지어 세금부담을 줄이려 하는 경우가 있다. 판매대리점은 단지 중개수수료에 대한 세금만을 내면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점으로 해서 각국은 다른 나라와 조세협약을 맺을때 국내진출 외국기업과 본사와의 관계가 단순한 판매대리점(독립적 관계)인가 그렇지 않은 고정사업장(종속적 관계)인가를 따져 과세토록 규정하고 있다. 판매대리점인 경우는 수수료에 대한 세금만을 내면 되나 고정사업장으로 인정될 때에는 판매이익에 따른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물론 후자의 경우가 세금이 훨씬 많다.
○34개국과 조세 협약
우리나라가 현재 34개국과 체결한 조세협약(이중과세방지를 위한 조세협약)에도 이 부분이 명확히 명문화되어 있다.
국세청은 이들 기업들이 독립적인 대리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은 본사의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는 종속 대리인이어서 이같은 조약에 근거, 지난 5년간(조세시효) 내지않은 세금을 이번에 추징하게 된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이들 기업은 독립적인 무역회사가 아니라 외국 본사가 국내에 설치한 고정사업장으로 간주된다는 판단이다.
이에대해 외국기업들은 국내설치 기업이 독립적인 대리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외무차관이 최근 외무부를 방문, 아이씨아이코리아의 추징세액을 낮추어달라고 요구한것이나 독일과 네덜란드 정부가 관계기관에 항의서한을 보낸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느 나라에 납부하든 세금의 절대액수는 거의 같다. 진출국에 낸 세금은 조세협약에 따라 본국에서 환급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받을 세금을 못받는 결과가 되어버린다.
○“사실상 종속대리인”
따라서 문제는 과연 이들 기업이 어느 나라에 세금을 내야하느냐 하는, 즉 국내진출 외국기업이 본사의 고정사업장인가 아닌가 하는 점에 대한 판정이다. 일반적인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제정한것으로 웬만한 책 한권의 분량이다. 그만큼 경우의 수가 많고 복잡해 판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자본관계에서 보면 1백% 출자형태라 하더라도 독립적인가 종속적인가를 쉽게 판단하기는 어려우며 설립된 기업의 계약체결권, 업무처리 권한, 경제적 예속여부등이 주요 판단지표가 된다는것이 국세청측의 설명이다.
앞으로 이들 기업들은 세금추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 결국에는 양국 정부간의 협의로 넘어갈것으로 보이지만 국세청측은 이같은 국제적인 잣대를 가지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의 지속적인 반발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는 「국제화」시대에 국세청이 해결할 또 하나의 과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4개사 계속 조사중
이번에 세금추징을 통보받은 기업은 코닝 이외에 아트라콥코(벨기에) 로멘 앤드 하스(미국) 브루엘(스위스)등이며 계속 조사중인 업체는 아이씨아이코리아 이외에 바스프코리아 훽스트코리아(이상 독일) 악소(네덜란드)등이다.【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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