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대형사건 수습 외교관 활약상·애환 등 우리의 현대 외교사를 재미있게 음미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서울미디어가 발간한 「외교가의 사람들」(노진환 지음)은 암울한 역사로 기록되는 제5공화국시절의 숨막히는 외교비사가 담겨 있다.
한국일보 기자로서 당시 외무부를 출입했던 저자가 취재수첩을 뒤지며 정리한 이 책은 노신영·이범석·이원경·최광수 등으로 이어지는 그 시절의 외교사령탑을 조명하며 함께 묻혀 있는 흥미로운 뒷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5공의 통치기간은 외교사적으로도 파란만장했다. 폭력적으로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것부터가 외교관의 활동 무대인 국제사회에서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여기에 1백억달러의 안보경협을 놓고 일본과 벌인 치열한 외교전, 83년 공중납치된 중공 민항기의 불시착, 2백69명의 승객이 몰사한 KAL 007기 피습추락 사건, 17명의 외교사절이 떼죽음을 당한 아웅산묘소 폭발사건 등이 이어졌다.
이 책은 이같은 상황아래서 고군분투한 외교관들의 활약상과 인간적인 면모, 애환 등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또 오프 더 레코드(기사화 하지 않는 조건)로 기자에게 들려준 비화도 심심치 않게 실려 있다.
이와함께 외교에 문외한이었던 전두환정권이 빚은 웃지못할 실수담과 운명처럼 벌어진 역사적 사건의 아슬아슬한 전개과정이 실소와 함께 안타까움을 갖게 한다.
특히 사건 그 자체로 상세하게 설명한 KAL기 피습추락사건과 아웅산묘소 폭발사건, 김만철씨 망명사건 등에 대한 전말은 일기를 훔쳐보듯 재미있다.
그 한 대목. 전 전대통령은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으로 격앙된 민심을 호도하기 위해 김만철씨일가의 북한탈출을 필사적으로 이용했다. 처음의 시나리오는 일본이 아무도 모르게 이들을 공해상에 인도하고 우리가 데려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전군에 비상을 걸고 우리 해군이 공해상에서 기다렸으나 눈치를 챈 북한측의 방해로 무산됐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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