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매진” 여객기 좌석비기 일쑤/안찾아간 민원서류도 산더미/“사회와 맺은 약속” 인식 체질화해야 우리사회는 도처에 낭비가 많다. 특히 생산성과 직결되는 시간낭비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무작정 역에 나가 한없이 기다리거나 결재를 받으려고 문밖에 쪼그리고 앉아 마냥 기다리는 행태는 예약문화부재의 사례들이다.
국제화시대는 철저한 타임테이블에 의한 생활을 요구한다. 비즈니스뿐아니라 교통편, 호텔등 숙박시설, 위락시설이용등 거의 모든 일상사가 예약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우리의 예약문화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예약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약속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예약의 편리함만 향유하려 할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 사전약속도 해놓지 않고 외국의 저명인사를 만나게 주선하라고 공관원들을 괴롭히는 국회의원과 고위관리들, 무턱대고 쳐들어가 「담판」을 짓고 의기양양해 돌아오는 사업인들의 모습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CAN DO」(하면 된다)의 미망(미망)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신정연휴기간에 부모님과 함께 제주도여행을 가려 했다가 항공편 예약을 못했던 최모씨(32·회사원)는 회사동료의 말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3주전부터 이리저리 뛰었는데도 예약완료로 표를 구하지 못했는데 동료가 탄 제주행비행기의 좌석은 20%가량 비어 있었다는 얘기였다.
비행기를 타지 않는데도 예약을 취소하지 않아 항공사와 다른 여행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흔하다. 두 항공사에 예약을 해두고 한쪽을 이용하면서 다른 항공사에 예약을 취소하지 않거나 같은 항공사에 이중예약해놓는 사람들도 많다.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예약부도율(NO SHOW)은 15∼20%나 됐다. 2∼3년전의 25%에 비하면 낮지만 선진외국들에 비하면 아직도 높다.
서울시내 11개 특급호텔의 예약부도율도 평균 10%에 이른다. 호텔측이 예약확인전화를 하지 않으면 부도율은 2배이상 된다는 게 호텔관계자들의 말이다.
예약부도자에 대한 불이익조치가 강화되면 한동안 예약부도율이 낮아졌다가일정기간이 지나면 도로 높아지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예약부도가 많다 보니 무작정 항공사나 호텔·콘도등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호텔·콘도관계자들에 의하면 예약없이 찾아오는 고 쇼(GO SHOW), 워크 인(WALK IN)이 이용객들의 절반을 넘는다. 열차표는 90일전부터 예매할 수 있으나 철도청에 의하면 전체 발매표를 대비한 누계예매비율이 90일전 0.4%, 40일전 2.1%, 10일전 11.5%, 1일전 43.6%등으로 대부분이 당일 무작정 역으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약접수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무작정 찾아오는 사람이 많으니 손해 볼일이 없다는 단견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영국에 사는 시아버지를 초청한 김모씨(40·여)는 방을 예약했던 K호텔측이 시아버지에게 다른 호텔을 이용하라고 하는 바람에 시아버지를 만나느라 5시간이나 허비해야 했다. 호텔을 옮기게 된 사실조차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던것이다.
예약문화의 후진성은 구청에 민원서류 발급을 전화로 신청해놓고 찾아가지 않아 민원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이거나 병원에 진찰을 예약해두고도 사전연락없이 펑크를 내는 일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양대 관광학과 손대현교수(52)는 『예약문화가 서양문화의 일부라서 아직 국민들에게 체질화되어 있지 못하다』며 『국제화시대를 맞아 모든 국민들이 상대방에 대한 미안감과 국가의 이미지를 고려해 예약문화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예약은 사회와 맺은 약속이므로 꼭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화돼야 한다.【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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