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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시대의 문화(김성우 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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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시대의 문화(김성우 문화칼럼)

입력
1994.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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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화다 세계화다 개방화다 하는 말들이 요즘 대유행이다. 마치 금어이던 것이 해금이라도 된듯이, 무슨 새로 발굴된 신어이기나 한것처럼 저마다 애용을 한다. 이렇게 너도 나도 서로 공 굴리듯 굴리고는 있으면서도 이 말들의 뜻을 대라면 잘 모른다. 정의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 생소한 외국어 같다. 외국 팝송을 가사의 뜻도 모르고 신나게 불러대는 꼴이다. 우리나라 말인데 어찌 뜻을 모르기야 할까마는, 가령 국제화라면 이 말이 가리키는 방향이 분명하지 않아서 어리둥절 한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하는것이 국제화인가. 국제경쟁력의 강화라고 한다. 이것이 국제화의 한 지표이기는 하다. 그밖에는 또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대 무엇의 경쟁인가.

 국제화는 동화가 아니라 특화다. 국제사회에 동질화되는 것이 국제화인줄 착각하면 안된다. 국제화는 동격화지 동질화는 아니다. 선진국과 피를 섞자는것이 아니라 키를 가지런히 하자는 것이다. 수준을 맞추는 일이다. 서양화가 곧 국제화일수는 없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서양과 차별화함으로써 서양을 이겨낼 수 있는가, 이것이 경쟁의 기본인식이다. 우리가 서양인이 아닌한 도저히 서양인만큼 서양화되지는 못한다. 우리다운 것으로 맞서지 않으면 안된다. 가장 자국적일때 가장 경쟁력이 강하다. 그러나 자기나라만의 것이라 하여 저절로 그 속에 힘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자국적인 것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이 역량이 타국의 역량과 대결할 수 있을때 국제화가 시작된다. 이 힘의 양성이 특화다. 다른나라와 가장 다른 것이 바로 문화다. 문화는 피의 성분을 가졌다. 문화만큼 민족적인 것이 없다. 내나라만의 것은 문화가 낳고 기른다. 문화는 특화의 에너지다. 그 나라의 모든 힘의 원천이다. 큰 문화없이는 어떤 분야에서도 대국이 되지 못한다. 문화의 힘 없이 국제경쟁력은 무력하다. 문화적 기반이 없는 국제화는 사상누각이다. 국제화는 자기 나라의 문화부터 키우는 일이다. 국제화의 길을 물어 좌왕우왕할것 없다. 국제화의 뜻을 몰라 남의 사전을 빌릴것도 없다.

 의식의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다. 국제화를 위해서는 의식부터 세계로 눈을 돌리고 선진화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에서는 지난주 생활개혁 실천방안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생활 개혁은 의식의 개혁 없이 불가능하다. 의식을 개혁해 선진화시키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문화다. 문화라는 말 자체의 본래 뜻이 서양에서는 미개지의 개간이요 동양에서는 어리석은 백성의 교화다. 의식의 개명화란 말이다. 문화적 소양없이 의식은 깨어나지 않는다. 문화가 국민의식을 계발하여 해발높은 세계의 고원에 착목하고 거기 동렬할수 있을때 국제화는 이루어진다. 의식을 그 높이까지 끌어올리자면 문화의 기중력을 키워야 한다. 문화운동이 곧 의식운동이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최근호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는 특집을 실었다. 경제·사회·문화·정치의 4분야를 생활면에서 각종통계로 채점한 결과 한국은 조사대상의 22개국중 18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도 한국은 중국과 함께 10년전에 비해 가장 눈부시게 성장한 경우라고 설명한다. 경제분야에서는 한국의 점수가 상위5위권에 진입했다. 그러나 문화분야가 20위로 최하위권이다. TV와 일간지의 보급률, 영화관수외에 주류소비량, 맥도널드 식당수까지 포함시킨 평가이긴 하지만 순수문화측면만의 계량이었더라도 대차는 없을 것이다. 이 문화수준을 가지고 국제화는 멀다. 세계화란 생활의 질을 세계수준으로 평준화 시키자는 것이다. 생활의 질은 문화가 좌우한다. 국제화를 겨냥하는 시대에 이 아득한 문화적 격차는 아찔하다.

 문화는 한나라의 기압이다. 바람은 고기압부에서 저기압부로 분다. 기압 경도력이 바람을 일으킨다. 문을 열면 박차고 밀어들어올 거센 바깥 바람을 우리는 두려워한다. 이 피해의식에서 국제화를 외친다. 문화가 탄탄하지 않으면 이 바람을 막아내지 못한다. 국제화는 기압의 밸런스다. 방풍만 할것이 아니라 문을 열어 우리가 바깥으로 내보낼 역풍은 왜 없는가. 문화의 힘이 밀어주어야 한다. 문화는 나라 안에서 국력을 키우는 신바람이자 나라 밖으로 국력을 내보내는 큰 뒷바람이다.

 우루과이 라운드는 경제전쟁이라기보다 문화전쟁의 신호다. 다가올 세기의 세계대전은 문화전쟁이 될것이고 이에 대비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문화는 경제를 뒷받침하는 힘일뿐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국부다. 문화 자체가 가장 고급적인 상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너무나 빈약한 문화수출국이다. 거의 일방적인 문화입초의 나라다. 이 문화입초가 지속되는한 이를 따라서 모든 바람은 안으로만 불어들어오게 마련이다. 문화수출이 국제화시대의 새로운 전략이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문화 자체의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이 문화의 경쟁력이 모든 분야의 경쟁력을 선도할 것이다. 결국 국제화란 나라의 문화화가 가장 옳은 뜻이다.【본사상임고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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