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담 줄여 고용 촉진”“현실무시 성급한 조치” 정부의 「근로여성복지 기본계획안」을 둘러싼 논란이 정초부터 여성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부가 4일 발표한 「계획안」의 주요내용은 출산휴가를 현행 60일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맞춰 90일로 늘리고 생리휴가는 무급으로 전환한다는것. 취업률이 특히 낮은 25∼34세 여성인력의 고용확대를 위해 모성보호정책을 강화하되 여성고용 기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각종 「특혜」조치는 과감하게 없애겠다는것이 기본취지다.
논란의 발단은 생리휴가 무급화조항.
이는 그동안 경영자총협회등 사용자단체에서 줄곧 주장해온것으로 이번 출산휴가 확대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위한 대안적 조치의 성격이 짙다.
출산휴가 연장분인 30일은 생리휴가로 따지자면 2년6개월치에 불과하다. 더구나 「계획안」에는 모성보호비용을 기업전담에서 사회보험형태로 전환하는 방침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부담이 오히려 줄수도 있으므로 여성고용의 확대가 가능하다는것이 노동부의 계산이다.
재계는 이 조치가 모처럼 안정을 찾은 노사관계에 균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대체로 「계획안」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성단체들 사이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등은 생리휴가 무급화는 모성보호정책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노총은 6일 성명서를 발표, 『모집·채용·승진·임금등의 차별이 존속하고 있고 법에 규정된 보호조항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생리휴가만을 폐지하는것은 현실을 무시한 성급한 조치』라며 『각종 여성차별관행이 개선된 이후 여론수렴과정을 거쳐 노동조건이 나은 직종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개발원 김엘림책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여성만을 위한 보호조항이 폐지돼야 하지만 유급생리휴가제도가 저임금에 시달리는 생산직 여성노동자들에게 보상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무급화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연구원은 또 『육아나 가사노동을 여성만의 책임으로 규정하는 성역할고정의식이 여성의 취업을 막는 최대의 장애요인』이라며 여성만의 보호조항을 폐지하는 대신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는 유급 「건강휴가」또는 「가정휴가」를 신설할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부가 유급생리휴가를 실시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대해 『여타 노동조건의 현격한 차이를 무시한 평면적인 비교로 여론을 오도하고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노동부의 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있다. 여협은 생리휴가를 작업환경이나 개인의 체질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 청구할 수 있도록 권리는 보장하되 무급으로 전환하는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정무제2장관실도 『지난해 전국 주요공단 순회간담회에서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생리휴가문제를 여성채용을 꺼리게 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했다』며 『여성의 취업확대라는 보다 큰 목적을 위해 작은 이익은 포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여련은 생리휴가 무급화뿐 아니라 「모성보호조항이 여성고용확대를 저해하는 걸림돌」이라는 기업측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계획안」 수립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계획안 전반에 걸친 분석작업과 함께 토론회일정도 잡아놓고 있다.
노동부의 「계획안」은 2월초로 예정된 국무총리산하 「여성정책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안으로 확정된 후에야 구체적인 법개정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 또 공청회등 여론수렴절차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생리·출산휴가조항은 물론 「계획안」의 상당부분이 변화를 겪을것으로 보인다.【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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