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시단등 독특한 「장르」 인상적/우리문화 관심불구 「국악 해」엔 소홀한감 새해에는 아무리 지면평이라 해도 덕담이 제격이다. 올해는 정부가 한목소리로 선언한 국제화 개방화의 원년이다. 정부에 뒤질세라 모든 언론도 국제화시대에 대한 기사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제화 개방화에 관한 특집을 일년 내내 연재할 것을 신년초에 사고로 알렸다.
눈에 뛰는 특집으로 한국일보는 아르헨티나 이민1세인 쌀농사꾼 이야기를 특파원 보고로 싣고 있다. 한페이지 전체에 컬러사진을 곁들인 특집의 첫회를 보면서 가슴이 시원해짐을 느꼈다. 더구나 지난해 그토록 힘겨운 문제이던 쌀과 관련된 낭보라서 새해에 받은 선물치고는 기분좋은 덕담이었다. 걸어서 남극을 정복하는 도전 역시 한국인의 극기와 인내를 상징하는 것으로 신문이 만들어가는 손색없는 덕담이다.
한국일보는 그간 「우리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탐구하여 왔다. 「서울육백년」과 「한국의 미」를 읽는 즐거움은 우리고유의 문화를 다양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기쁨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올해는 또 「한국방문의 해」이며 문화부에서 정한 「국악의 해」이기도 하다. 한국방문의 해에 대한 기사는 많이 다루어지고 있는데 비해 국악의 해를 상징하는 기획물은 새해의 모든 지면을 훑어보아도 찾을 수 없다.
언론이 가진 전문성과 미래지향성의 장점은 과학적으로 설명되어져야 할 진리와 현상이 아직은 정교한 논리로 객관성을 갖고 있지 못할 때 객관화시켜가는 작업의 토대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수많은 독자에게 어려운 전문용어 투성이의 개념의 유희 대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반인의 언어로 말해주며 더 깊은 전문연구를 유도하는 기능을 언론은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에 기획물로 연재, 우리문화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던 「소리의 고향」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기대해 본다.
한국일보의 지면은 여러장르를 함께 끌어안고 있다. 다른 신문들이 대체로 수용하지 않고 있는 시를 「일요시단」이란 고정난으로 지면속에 끌어들이며 오랜 전통을 계속 일궈나가고 있고 소설과 기타 문학의 장르를 담아서 우리를 기쁘게 한다. 또 꼭 기사화하여야 할 내용을 찾아 지면에 반영하는 보고문과 비평의 장르를 잘 소화해 나가고 있다.
쉽게 말해서 신문에 실리는 모든 글을 기사라고 한다면 기사는 전체 장르일수 있고 틀을 쉽게 바꿔야 하는 새로운 장르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틀을 고수하기 보다 새로운 틀을 가져야 한다.
국제화시대에 각 기업은 생산방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병원에도 그러한 경향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일보」에서도 기사생산방식의 혁신적 조짐을 발견할 수 있다. 병원에서 환자를 소비자로 보듯이 독자를 소비자로 인식하는 개념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는 스타를 찾는다. 그래서 스타는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때로는 매도당하기도 한다.
지난해 한국일보의 「명의」시리즈는 만족할만한 형식은 아니었지만 의사스타집단을 탄생시켰다. 일간지에서 의료분야의 스타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이제 「언론의 스타」를 만들면 한국일보의 칼럼이 뉴욕타임스에 실리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리라. 올 한해를 더욱더 열심히 신문을 만들어 달라는 독자의 덕담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