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반발 의식 「동반자관계」 설정/협력증진 등 약속할듯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이 10일부터 2일간 나토본부가 있는 브뤼셀에서 클린턴 미대통령을 비롯한 16개 회원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이번 정상회담은 냉전시대의 종식이후 변모된 안보환경속에서 나토가 그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모색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49년 구소련과 동유럽 공산권으로 부터 서유럽의 방위를 목적으로 창설된 나토는 공산권의 붕괴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해체로 이제 군사적 「적」이 없어졌다.
대신 나토는 과거의 적을 어떤 식으로든 나토체제에 연결시킴으로써 안정된 범세계적 안보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새로운 역할을 떠맡게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나토정상회담은 당연히 중동부유럽 과거공산권 국가들의 나토편입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되어 있다.
구소련의 안보우산아래 있었던 체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등 중동구권은 현재 안보의 공백상태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고 있는 이들 국가들은 정치 경제적으로 서방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구축해가고 있으나 안보협력관계는 아직 구도가 잡혀 있지 않다.
이 국가들은 한결같이 조속한 나토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이들의 체제이행과정에서 안보의 취약성이 가장 큰 불안요소이다. 특히 냉전이데올로기의 소멸이후 두드러진 민족주의와 인종·종교분쟁 국지전등을 보면서 이들 국가들은 강력한 집단안보체제에 편입되기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서유럽은 그들대로 동구권의 체제이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안요인등을 제거해 줌으로써 이지역의 체제정착을 돕고 범유럽적인 정치적 안정을 도모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중동부유럽의 안정은 서유럽의 이해에 직결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러시아의 태도이다. 러시아는 과거 군사위성국가였던 동구권이 서구의 안보체제속에 편입되는것은 러시아의 고립을 조장하는 위협적 요인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옐친대통령은 리투아니아가 나토가입을 신청한 지난5일 『나토의 팽창은 유럽에서 정치군사적 불안정을 초래할것』이라고 경고하고 『이는 냉전종식이후 과거 동서진영간에 구축되고 있는 신뢰와 협력관계 및 힘의 균형을 깨뜨리는 결과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팽창에 대한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로 서방은 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클린턴행정부는 당초 동구권의 조속한 나토가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배제된 나토의 팽창은 유럽대륙에 새로운 냉전의 선을 긋고 이는 서방이 지지하는 옐친의 실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현실적 우려를 갖게 됐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핵무장에도 영향을 끼칠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여기에서 나온 구상이 바로 이번 나토정상회담의 기조가 될 「평화를 위한 동반자관계」라는 절충적 정책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동구권, 더 나아가 러시아의 나토가입을 반대하지는 않되 이를 점진적으로 이뤄나간다는 것이다.
결국 러시아의 반발을 무마하는 동시에 동구권에도 문호개방의 신호를 보낸 타협적인 대안인 셈이다.
그러나 이 제안은 동구권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레흐 바웬사폴란드대통령은 4일 『나토가 동구권을 수용하는 대담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세계는 구소련블록과 공산주의의 재등장에 직면할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핵강국 우크라이나가 주도하는 구소련권의 동맹가능성을 언급했다.
동구권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토가 동구의 구체적인 나토가입 시간표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대신 이 지역에 대한 확실한 안전보장 약속을 천명해 줄것을 바라고 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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