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세미나 관계로 한국에 갔을때 만나는 부모마다 한결같이 이런 질문을 했다. 『독해위주로 대학입시가 바뀌니 우선 책을 많이 읽어야 할텐데 무슨 책을 어떻게 선택해줘야할까요. 책방에 가서 아무책이나 그저 막연하게 골라 읽히게 할수도 없고』 새로운 대학입시제도에 맞게 당장 자녀들을 가르쳐 보려는 부모들의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독서는 지금까지 늘 말해왔듯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독서준비과정이 먼저 있어야하고 독서에 대한 취미는 어려서부터 익혀야한다.
9∼12세 시기에 책을 많이 안 읽으면 공부에 취미를 잃는 자녀들이 많이 생긴다. 중학교에 가서 갑자기 잘하던 공부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9∼12세때 책을 많이 읽지 않아 갈수록 어휘가 달리기 시작하고 문장이해력이 떨어지게 된 때문인 경우가 많다.
9∼12세의 중요시기를 그저 학교성적은 좋으니까 별로 걱정을 안하고 지나가면 진학을 할수록 특별한 이유도 없이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대학입시에도 지장을 받게된다.
부모치고 책을 읽지 말라거나 또 읽는것을 격려해주지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9∼12세때는 노는데 눈을 많이 뜨는 시기인데다 점점 부모말도 제대로 듣지않으려 들어 다루기도 힘들어지는 시기다. 무작정 강요하거나 흥미를 느끼지못할 책을 읽게해서는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어떤 책을 골라주어야 독서에 취미를 붙이게 할수있을까.
1.9∼12세때는 좀 이상하거나 보통일이 아닌 드문 현상이나 인물들의 비범한 이야기에 특별한 호기심을 나타내는 시기다.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과 자기자신을 비교하면서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과 친밀감을 갖기 시작하고 나아가 그 인물과 같은 행동을 해보려는 결심을 하기도 하는 시기다. 그래서 위인전을 주로 읽게 해주는 것이 교육상으로 좋고 자녀들의 독서취미를 붙여주는데도 도움이 된다.
2.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 특히 자녀들의 나이와 비슷한 나이(9∼12세)또래의 주인공들이 큰 문제를 만나 남의 도움없이 스스로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 좋다. 9∼12세 시기의 자녀들은 모험을 좋아하고 또 모험도중에 일어나는 주인공의 용감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자녀들은 이야기의 줄거리가 주는 단순한 재미보다 주인공이 고난을 어떻게 물리쳐 나갈 것인가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3.이 시기는 긴 책을 읽기 시작하는 나이다. 한번에 앉아 다 읽고 끝내는 분량의 얇은 책보다 2∼3번에 나누어서 읽을수 있는 두꺼운 책에 더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 단순한 줄거리를 가진 책보다는 복잡한 줄거리를 담은 책이 도움이 된다. 이런 책들은 사고방식을 깊이있게 하게 할뿐만아니라 복잡한 내용을 정리하고 구체화할 수있는 체계적인 사고훈련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4.이 시기의 자녀들은 탐정소설이나 유령이야기,괴물이나 외계인이야기등을 담은 책을 좋아하게 돼 있다. 책을 읽다 너무 무섭거나 끔찍할때는 자녀들은 자기네들의 감정을 소화하기 위해 부모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려든다. 열심히 들어주어야한다. 어른이 들었을때는 자녀들의 이야기나 감정에 잘 공감이 안될때가 많다.
자녀들의 감정이 넓고 깊은 폭으로 발달해 가기 위한 과정이니 잘 이해해주어야한다. 열심히 듣고 또 열심히 같이 무서워하고 자녀가 느끼는 것만큼 끔찍한 것처럼 공감을 표명해주어야한다.
부모의 반응이 책을 많이 읽히게 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전정재·미캘리포니아주립대교수>전정재·미캘리포니아주립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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