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한 가정은 민주사회 뿌리”/국민연금·의료보험 효율적 개선취약계층 복지정책 개발에 총력/수입식품 검사업무 전담기구 설립 계획
□인터뷰=박진열 사회부차장
서상목보사부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회복지분야 전문가다. 재선의원으로 민자당 정책조정실장을 오랫동안 역임하면서 사회분야 정책입안의 핵심브레인으로 평가받아온 그의 이력때문에 보사부는 어느때보다도 힘있게 행정을 펴갈 수 있을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가정의 해로 가정 및 사회복지제도 증진에 그의 역할이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그는 미국유학에서 귀국후 참모로만 지냈을 뿐 방대한 조직을 지휘해 본 적이 없어 해박한 사회복지관련 지식을 현실세계에 얼마만큼 접목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장관을 만나 세계 가정의 해를 맞아 보사행정 시정방침에 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가정의 해 입니다. 가정복지 향상에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무부처인 보사부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큽니다.
▲유엔은 가족의 도덕성회복과 더불어 가정이 민주주의 실현의 최소단위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가족내 평등을 보장하고 가정을 지원하는 복지정책을 적극 개발하자는 차원에서 올해를 세계가정의 해로 정한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같은 유엔의 취지에 따라 화목한 가정은 민주사회의 뿌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학계 민간단체대표 정부관계자등 28명으로 세계가정의 해 기념사업 지원협의회를 구성, 각종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유해환경정비, 마약퇴치, 모유먹이기등 가정관련 각종 캠페인도 벌일 예정입니다.
또 가정기능을 강화하기위해 노인부양세대에 대한 각종 주택·세제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실종자찾아주기운동 문제가정 발생예방을 위한 가정상담의 확대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는 가정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장점을 현대사회에서 되살릴 수 있는 가정복지정책 개발에 힘쓰겠습니다.
―현재 소년소녀가장이 5만여명이나 되며 장애인 무의탁노인등 불우계층이 많습니다. 사회복지에 정통한 장관께서는 이에대한 대책을 갖고 있는것으로생각됩니다.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증진은 정부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것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이들 계층이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는 산업화의 혜택을 받고 있는 90%가량의 국민이 낙오한 10%정도의 계층을 돕겠다는 국민의식의 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 국내 사회분야의 자원봉사자는 15만명정도로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형편이나 최근 우리사회도 나만이 아니라 주변의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생겨나 자원봉사활동이 확산되고 있는것으로 보입니다. 보사부는 이러한 자원봉사활동을 뒷받침하기위해 소년소녀가장, 무의탁노인, 장애인등 불우계층과 자원봉사자 후원자와의 결연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위해 언론사등에 협조를 부탁드릴 생각입니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정책우선순위를 경제활성화에 둠으로써 각종 복지시책에 대한 정부의 정책의지가 크게 둔화된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경제5개년계획의 기본정책방향은 최근 2∼3년동안 거시경제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사회간접자본확충,중소기업지원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경제정책을 우선 추진한후 내년부터 거시경제가 안정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사회복지예산을 대폭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이를위해 올 상반기까지 현행 사회복지제도를 전면적 재점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이러한 대책에는 안정단계에 있는 의료보험의 관리운영체계를 효율적으로 개선, 질적으로 향상된 의료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며 소외계층에게 실질적인 복지서비스가 제공될수 있도록 하는 한편 각계각층의 다양한 복지욕구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복지전달체계의 구축등이 포함될것입니다.
―최근 UR협상타결로 일반상품의 시장개방은 물론 지적소유권과 서비스분야도 개방하게 됩니다. 국내에 미칠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는데 보건·복지분야의 대응책은 마련하셨는지요.
▲시장개방은 보건·복지분야에서 의약품과 의료기기, 식품 및 의료기관등에 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의약품중 완제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경우 미국 일본 EC등이 전면적인 관세철폐를 요구해 왔으나 협상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현행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돼 단기적으로는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기초의약품의 경우 지적소유권문제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돼 신약개발지원사업을 확대하는등 의약품의 국제경쟁력제고에 힘쓰겠습니다. 또 식품분야에서는 국제화에 대비, 국내 가공식품업을 중점적으로 육성,발전시켜 국산농산물의 이용도 촉진시켜 나갈 것입니다. 서비스분야는 UR협상과 관계없이 국제화추세에 따라 95년부터 병의원등 의료기관을 개방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보사부는 국내의료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등 대외적응능력을 제고하고 외국인투자지분을 50%미만으로 제한하는등 시장개방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해 나갈 것입니다.
―앞으로 쌀을 비롯한 농산물의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이에대한 검사대책은.
▲현재 58종의 수입농산물을 대상으로 38종의 잔류농약검사를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전 농산물을 대상으로 1백5종에 이르는 잔류농약허용기준을 설정할 방침입니다. 특히 쌀의 경우 현재 24종인 농약검사항목을 58종으로 늘렸습니다. 또 쇠고기 돼지고기등 육류에 대해서도 10월까지 16종의 유해물질허용기준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검사조직 및 인력을 대폭 보강하는 한편 수입식품증가에 대비, 수입식품검사업무만을 전담할 전문기구도 설립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보사부는 약사법개정을 둘러싸고 큰 진통을 겪었습니다. 올해에도 시행령 및 시행규칙개정과정에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만.
▲지난해 약국휴업과 한의대생들의 집단유급사태등으로 국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쳤으나 약사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국내 의약체계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시행령 및 시행규칙개정작업도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건강권을 확보한다는 대전제아래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국민적 공감대위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한방의료발전에 국민들의 관심이 큽니다. 이에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한방의료는 우리민족의 지혜와 의료경험이 담긴 전통의술로 분석적이고 기계적인 서양의학에 비해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육성·발전시킬 경우 서양의학과 함께 국민에게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보사부는 이를위해 오는 10월 발족할 한의학연구소에 30여명의 전문연구요원으로 기초한의학연구부등 3개연구부를 두어 문헌 및 이론, 임상실험연구와 한약제제개발등을 연구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한 한방의료를 많은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현재 일부 진찰·침구 및 56개처방에만 적용하고 있는 한방의료보험의 급여범위를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UR협상이후 농어민에 대한 복지증진차원에서 농어민연금제의 조기시행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보사부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까.
▲농어민은 산업화과정에서 발생한 도·농간의 소득격차,농어촌경제의 취약성과 더불어 최근 쌀시장개방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노후를 대비할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농어민연금을 조속히 실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농어민에 대한 국민연금의 확대방안을 올 상반기까지 확정,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실시하겠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재정분담범위입니다. 농어민에게만 국고를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어떠한 형태로든 국고지원대책은 마련돼야 한다고 보며 앞으로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조속히 결정하겠습니다.
―현재 적립돼 있는 국민연금기금의 대부분을 정부가 사회간접자본투자재원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계획에 국민들의 우려가 큽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같은 계획이 연금기금수익금의 저하로 연금제도 자체의 존림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후대정부에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유발, 경제침체의 늪에 빠뜨릴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곧 시행될 공공자금기금관리법에 따라 투자재원으로 활용되는 국민연금기금은 국공채수준의 금리를 보장받게 돼 수익률저하는 크지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국민연금의 활용방안도 후대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루어 질 것입니다. 정부는 국민연금적립금의 여유자금을 국가기간산업의 확충외에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 근로자주택사업에 3천억원을 투자할 생각입니다.【기록=강진순기자】
◇약력
▲1947년 충남 홍성출생
▲미앰허스트대 경제학과졸업
▲미스탠퍼드대 경제학박사
▲KDI 부원장
▲13·14대의원
▲민자당 정책조정실장
▲저서 「빈곤의 실태와 영세민대책」새로운 도전앞에서」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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