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앞세운 혐오·열등감 많아/국제화속 「우물안 개구리」 자초/“함께 살아야할 이웃” 호혜평등사고 가져야 지구촌시대에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는 외국인 기피·혐오증이 남아 있다.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방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외국인을 백안시하거나 외국인만 보면 이유없는 열등감을 갖는 경우가 많아 대등한 세계시민으로서 관계를 맺고 교류해나가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깜둥이, 먹통, 짱께, 양키, 코쟁이, 짱꼴라, 다꾸앙, 되놈, 쪽발이, 로스케등 외국인에 대한 수많은 비어는 이같은 우리네 의식을 잘 대변하고 있다.
외국인기피 또는 혐오증은 우리 의식속에 잠재한 외국에 대한 피해의식에서 배태됐다고 설명하는 학자들도 있다. 단군이래 5천년동안 우리나라는 1천여차례에 걸쳐 외세의 침탈을 당하면서 외세와 영합하는 경우에는 가차없이 반민족주의자로 매도돼 외국인과는 일정 거리를 두게 됐다는 것이다.
외국인에 대한 기피·혐오증은 백인보다는 흑인등 유색인종에 대해 더욱 심하다. 「가깝고도 먼 이웃」인 일본인을 대하는 태도는 증오로 가득차 있기도 하다. 최근 들어 일부 불법취업 외국인들의 범법사례가 나타나자 필리핀, 네팔, 방글라데시등 동남아인에 대한 시각도 비뚤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한흑갈등도 흑인을 사람처럼 여기지 않는 재미동포들에게 더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연세대부설 한국어학당에서 6개월동안 어학연수를 한 캐나다인 매튜 도머씨(21)는 한국에 머물면서 겪은 황당한 경우를 털어놓았다. 도머씨는 『길거리에서 술취한 남자들이 다가와 다짜고짜 「양키 고 홈!」을 외치며 시비를 걸어올 때면 매우 당혹스러웠다』며 씁쓸해 했다.
카투사에 입대해 영어도 배우고 보람있는 군대생활을 하려 했던 젊은이 중에는 미군과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한국군으로 전속시켜 달라고 호소하는 사례도 많다. 카투사로 복무하고 제대하면 반미감정만 남게 된다는 말도 되새겨 볼 일이다.
공항내 각 항공사의 탑승수속 카운터에는 한국사람끼리 앉아서 여행할 수 있도록 자리를 배정해 달라는 국내여행객들의 주문이 몰린다. 아시아나항공에 근무하는 김모씨(34)는 『여행경험 없는 중년층은 창가 좌석이나 흡연석을 주고 외국인 옆자리를 피해달라고 한다』면서 『단순히 외국어에 자신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외국인은 역겨운 냄새가 난다는등 선입관을 버리지 못한 때문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외국인기피증의 이면에는 외국어에 자신이 없는 탓도 없지 않다. 혼잡한 명동 한 복판에서 지도 한 장만 들고 길을 더듬는 낯선 이방인을 흔히 보면서도 외국어 실력이 없다고 선뜻 다가가서 길안내를 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곤 한다. 외국어실력은 남못지 않지만 「외국인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식으로 괜히 얼굴이 빨개지고 숨이 가빠지는 사람들도 많다.
외국인 기피현상은 생명보험업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국내에 현지법인 형태로 진출한 라이나생명, 프루덴샬생명보험등 5개 법인의 시장점유율은 겨우 2%에 그치고 있다. 외국생명보험사가 국내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법인등 단체영업에 치중하고 모집방식도 우리와 다르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외국인은 미덥지 못하다는 생각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풀이다.
생명보험협회 서창호홍보부장(45)은 『대부분의 한국인가장들은 자신이 사망한뒤 가족의 사후보장을 어떻게 외국인에게 맡길 수 있느냐며 외국보험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다』며 『개방화시대에 맞춰 호혜평등적인 사고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에 문을 닫고 살아갈 수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냉엄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인종의 편견을 벗어버리고 세계시민의식을 갖는것이 급선무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며 함께 국제화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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