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않은 “현실”… 정권 중간평가 등 큰의미/여야 모두 「소리없는 준비」 전력투구 예상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지자제선거는 그동안 실시가 유보된 단체장선거를 포함하고있어 지자제의 완성을 의미한다. 아울러 통합선거법의 첫 시험대로 정치개혁의 전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장도 된다. 이와함께 지자제선거후 정치의 역학구조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그 변화는 정치권 전체에까지 미치게 될것으로 보인다.
지자제에 함축된 정치적 의미가 이처럼 간단치 않기 때문에 정치권은 내년의 선거에 벌써부터 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단체장선거가 1년 이상 남아 외견상 멀리 있지만, 정치권은 이를 「멀지않은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것이다.
그렇다고 여야가 당장 특별대책기구를 발족시키는등 눈에 두드러지는 조기발진은 하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경우 94년이 유일하게 선거가 없는 해여서 김영삼정부의 업적이 사실상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각별하게 유념하고있다. 경제부흥과 개혁정치의 확고한 정착을 이루어야 하는 「승부의 1년」이 되는 셈이다. 한마디로 금년을 정치문제로 소모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김영삼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민자당전당대회의 연기를 발표한것이 이를 잘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은 김영삼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적성격을 띨 단체장선거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만 할 입장이다. 여기에다가 민주계를 중심으로 개혁의 기초작업을 다지기 위한 인적물갈이 작업도 병행시켜야한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들은 한결같이 소리없이 해야만 할 성격의 일들이다.
야당도 지자제정국의 순연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소모적 정치논쟁으로 경제를 희생시켜서는 안된다는 여론을 수용하고있는것이다. 또한 자금 인물 조직면에서 열세인 마당에 승부의 기간이 길수록 불리하다는 계산도 한몫하고있다. 이런 대세는 당일각에서 거세게 제기됐던 조기전당대회주장을 약화시키고있다. 하지만 여전히 조기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것도 사실이다. 비주류와 소장그룹 중심으로 『다리가 많은 생물치고 빨리 달리는것이 없다』며 대표와 8명의 최고위원체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하고있다. 힘있는 지도체제로 지자제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것이다.
여야의 전반적인 기류로 보아 일단 금년 상반기는 지자제선거문제가 잠복성 이슈로 남아있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하반기는 다르다. 내년상반기선거를 상수로 해서 정치일정을 역산해보면, 하반기부터는 지자제정국이 형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선 단체장출마자는 선거 3개월전에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여야는 공직자를 출전시키려면 최소한 금년말에 내정을 해야 한다. 이 경우 후보심사와 교섭에 한두달은 소요되므로 사전인선작업은 10월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공천대상자만 하더라도 시도지사 15명, 시장(68명) 군수(1백36명) 구청장(74명)등 모두2백78명이나 돼 적임자를 선택하는데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여기에다 기초의원(현재 기초4천3백4명·광역8백66명) 까지 정당공천이 허용될 경우 인선작업은 더욱 복잡해진다. 특히 민자당은 공천전에 대상자의 재산을 면밀히 실사한다는 방침이어서 준비시점이 10월이전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여야 모두 외부적으로는 자중을 강조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은밀히 지자제준비에 전력을 다하는 이중적인 형국이 될것으로 보인다. 한 야당의 중진의원은 『금년정국은 겉으로는 조용하고 속으로는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위장평화시기로 특징지워질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자제는 권력의 역학관계, 차기대권의 향방등에 심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야는 그 준비에 소리없이 아우성을 칠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가깝고도 먼 지자제」라는 비유마저 나오고 있는것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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