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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의원들 “풀잎처럼 눕다”/“계파부재” 선언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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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의원들 “풀잎처럼 눕다”/“계파부재” 선언이후

입력
1994.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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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계보 불용” 김대통령의 속뜻 감지/만남 자제·개인사무실 축소등 안간힘/“계파엄존 반증… 불안안고잠복” 시각도 『이제 민자당에 계파는 없습니다. 언론도 제발 계파란 말을 쓰지말기 바랍니다』 김종필민자당대표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같은 얘기를 취임일성으로 강조했던 문정수사무총장은 지난 5일 『낙동강 한강 섬진강물도 바다로 들어오면 모두 바닷물』이라는 말로 「계파부재」를 확인했다.

 연초들어 민자당지도부가 일제히 계파를 타파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내계파를 없애자는 주장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이번에는 약간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김영삼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실려있다는 분석이다. 전당대회연기가 발표된 지난 6일 김대통령과 만났던 김대표는 다음날인 7일 상오 측근인 조부영 조용직의원을 따로 불러 「공화계」라는 꼬리표가 더이상 따라다니지 않도록 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바로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계파부재를 특별히 강조했다.

 어떤 의미에선 민자당내에 이미 계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민정계다, 공화계다 하는 구분은 의미가 없다는 소리이다. 구심점을 갖지 못하고 정치세력화할수없는 집단을 계파로 볼수없다고 일부 의원들은 지적한다. 다만 민주계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오히려 계파가 엄존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에 가깝다. 『민주계도, 민정계도 없고 다만 민자계만 있다』고 말은 하지만 아직은 공허한 구호일뿐이라는게 상당수 의원들의 생각이다. 호적을 아무리 고쳐도 원적은 고쳐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박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정계는 구심점은 없지만 소외감을 폭넓게 공유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민자당내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김대통령은 집권1년을 맞으면서 이같은 당내의 미봉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를 연기한다는 것은 앞으로 1년간 소모적인 정치를 지양하고 개혁과 국가경쟁력강화등에 전력을 쏟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만큼 당내 분파작용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볼수있다. 김대표를 비롯한 당지도부는 이런 김대통령의 의지를 읽고 적극적인 계파타파작업에 나선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당지도부의 기류는 이미 의원들사이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예년같으면 각 그룹별로 활발하게 신년모임을 가질 의원들이 눈에 뛰게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 특히 오해받을만한 모임을 삼가고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계파타파가 단순히 민정·공화계라는 포괄적 개념만을 말하는것이 아님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일부 중진들을 중심으로 한 「세모으기」에 대한 강력한 경고메시지도 함께 담겨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실제 김대통령은 최근 일부 중진들이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과 자주 모임을 가지면서 세력을 과시하는 것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은 출신에 따른 계파의식도 불허하지만 무엇보다 독자적인 소계보를 형성해 잡음을 내는 것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를 읽었기 때문인지 김윤환의원과 최형우내무장관등 중진들은 최근 별도로 갖고 있던 개인사무실을 축소 또는 폐쇄하고 정치적 운신을 최대한 좁히고 있다. 이들과 가까운 의원들도 귀향활동에 여념이 없을뿐 서울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다시 풀잎처럼 눕는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김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 의원은 『정치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주고받는 관계」를 통해 계보를 만드는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이제 모이는 정치보다는 각자 노력해 뛰어난 정치인으로 인정받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자당내에선 앞으로 계파보다는 주류·비주류의 개념이 타당할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민주계중에서도 비주류에, 민정계에서도 주류에 속하는 경우가 나올것이라는 분석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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