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갈등딛고 국가역량 총결집”/각계 원로와 대화확대 전망/김대중씨와 회동여부 관심 김영삼대통령이 오는 10일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세 전직대통령과 자리를 함께 하기로 한것은 여러가지 상징적 의미화 함께 파급효과도 클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이 오찬회동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그것은 언론이 부여할 것이고 상징성도 잘 알고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전·노씨간의 5·6공 갈등, 3당합당을 매개로 한 6공과 현정권의 관계등 미묘한 문제도 있어 청와대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그 의미가 크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고 있는것이다. 우선 현직 대통령과 전직대통령들이 새대통령 취임식같은 행사자리가 아니고 이처럼 청와대에서 머리를 맞대고 한꺼번에 만나게 되는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다.
역대정권들은 전정권에 대한 단죄를 통해 정권의 정통성을 억지로 찾으려 했다. 이에 반해 32년만의 문민정권인 현정부가 과거정권에 대해 취한 부정적 태도는 그 성격이 다르기는 하다. 다만 정통성이 확고한 현정권으로서도 문민정부의 차별성부각과 개혁차원에서 전정권을 단죄해온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회동이 곧바로 현정부의 「과거정부와의 화해」를 의미하는것이라고 도식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해도 과거정부와의 관계설정문제에 대한 새 시각과 접근방식을 시사하는것으로는 볼 수 있을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이 5·18과 12·12에 대한 성격규정을 이미 한바 있어 이번 회동에서 과거정부와의 화해얘기를 꺼내지는 않을것 같다』며 『새해의 덕담이 주조를 이룰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이 구체적 언급을 피하면서도 상징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역사의 단절이나 국가의 영속성 및 통합문제에 대한 고려를 의미하는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으로서는 문민정부의 자신감과 지난해 과거사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비리 척결작업을 통해 5·6공청산문제가 어느정도 마무리됐다는 판단에서 정초라는 시점을 택해 의미있는 회동을 결심한것 같다. 김대통령은 또 올해 국정목표를 국가경쟁력 강화에 두고 국가역량의 총결집을 호소한 후 이같은 상징적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전국민이 함께 뛰는 계기를 이룬 면도 있다.
이번 회동을 통해 그동안 갈등관계를 지속해온 전·노 두 전대통령이 한 자리에 앉게됨으로써 5·6공 화해의 실마리가 풀릴 수도 있게 됐다. 이 회동이 결실을 이룬다면 정치권 갈등요소의 한 부분이 해소되는것이고 김대통령은 국정운영이 한결 수월해질것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회동을 계기로 각계원로와의 대화폭을 더 넓혀 갈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이기택 민주당대표와의 영수회담이나 김대중 전민주당대표와의 회동여부가 청와대측의 『구체적 검토가 없었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주목된다.
이번 회동역시 지난번 민자당 전당대회 연기조치처럼 김대통령 혼자만의 결심에 의해 전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됐다. 김대통령은 지난 3일 이원종정무수석으로부터 전직대통령에게 정초세배를 다녀 온 보고를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오찬 초청 지시를 내린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마음속으로 회동자리 마련을 생각하며 시점을 고려해온것으로 관측된다.
김대통령이 이번 회동을 통해 전직대통령을 포함한 국가원로들의 모임마련이나 과거문제등에 대한 가시적 결과나 조치를 내놓을 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자리가 계속되리라는 점은 청와대 분위기로 보아 확실하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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