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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맞추기 수사(장명수칼럼: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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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맞추기 수사(장명수칼럼:1628)

입력
1994.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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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경관이 살인범으로 몰려 1심·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후 진범이 나타나 큰 충격을 주었던 김기웅순경 사건의 악몽이 사라지기도 전에 경찰이 같은 실수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잇달아 터진 2건의 「꿰맞추기 수사」는 모두 허술한 수사로 성급하게 살인범이라는 단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김순경사건의 교훈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경찰서는 지난 3일 지체장애자인 아내를 승용차로 치어죽였다는 혐의로 김씨(26)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다음날 현장검증에서 「살인」을 입증하기 어렵게 되자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위반으로 혐의사실을 바꿨다. 경찰은 김씨가 작년 12월26일 가족송년회를 마치고 귀가하다가 부부싸움끝에 차에서 내린 아내를 치어죽였으며,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아내의 눈과 신장을 병원에 기증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었다.

 그러나 4일 검사의 지휘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김씨는 그날 새벽 운전면허도 없이 술에 취한채 아내의 장애인용 승용차를 몰았고, 가속기를 브레이크로 잘못 알고 밟아 아내를 치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아내가 쓰러지자 아파트 경비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병원으로 옮겼으며, 장기를 기증한것은 아내의 평소 유언을 처가식구들과 의논하여 결정한것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병원에서 숨진 아내의 장례를 치르기위해 경찰에 신고하러온 김씨가 횡설수설할뿐 아니라 사건정황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살인」이란 단정을 했는데, 김씨의 처남등 처가식구들은 김씨가 소아마비인 아내와 금실좋게 살아왔으며, 결코 아내를 죽일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는것도 밝혀졌다. 경찰은 기초수사조차 안한채 「살인」으로 몰고가기 바빴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다른 꿰맞추기 수사는 부천경찰서에서 일어났다. 부천경찰서가 지난해 12월 23일 일어난 국교생 살인방화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한 사람은 중학생 이군(14)이었다. 이군은 숨진 소녀의 오빠친구인데 사건이 나던 날 소녀에게 빌린 CD를 전해주러 그 집에 갔었다는 사실이 단서가 되어 범인으로 몰렸다.

 이군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자백 이외에 다른 증거가 없고, 자백도 일관성이 없으며, 어린 소년의 범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것이 기각이유였다. 이군은 경찰에 잡혀가서 온갖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뒤늦게 현장에서 찾은 머리카락등의 정밀검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하는등 재수사에 나섰다.

 이 사건들은 각 신문·방송에 일제히 보도되어 피해자들에게 씻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신문·방송들은 경찰발표를 보도한것이지만, 엄격하게 따지자면 도의적 책임뿐 아니라 법적 책임까지 제기될 수 있다. 각 매체들은 경찰의 사건수사 발표를 어디까지 신뢰하고 보도할 수 있을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경찰이 그처럼 빨리 김기웅순경 사건을 잊었다는 사실에서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살인사건에서 그같은 날림수사를 하다니, 다른 사건에서는 오죽할것인가라는 한탄도 들린다. 경찰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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