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체계 큰 허점 노출 충격 국방군수본부 포탄도입 사기사건이 수사착수 23일만인 7일 단순사기사건으로 종결됐다.
53억원의 국고손실을 가져온 이 사건은 현행 군수조달 체제및 지휘·보고체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노출했으며 이 사건과 관련,국방부 장·차관이 경질됐다. 또 군수본부 실무자 4명이 구속됐으며 군수본부장이 전격 보직해임되는등 군내부에 큰 파장을 남겼다. 이 사건과 관련, 조사를 받은 사람은 권녕해전국방장관 김도윤전기무사령관 이준1군사령관등 전·현직군수본부장,무기중개상 대표, 은행직원등 모두 72명이나 된다.
그러나 「성역없는」수사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전말을 명쾌히 밝히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고 수사과정에서도 숱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처음부터 사기사건의 핵심인물로 프랑스 무기중개상 후앙 장 르네씨와 광진교역대표 주광용씨(53)가 지목됐으나 국방부검찰부는 이들의 신병확보보다는 군수본부 내부공모여부 수사에만 치중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알맹이 빠진」수사를 자초했다. 주씨가 외국으로 도피한뒤에야 출국금지조치를 한것은 검찰의 중대한 실수였다. 후앙씨 신상에 대해서도 거의 정보를 갖고 있지않아 수사가 쳇바퀴를 돌았고 뒤늦게 외교경로를 통해 한두차례 수사협조요청을 했으나 별무 소득이었다.
검찰부는 또 『이 사건이 군수본부관계자의 내부공모 없이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다』는 선입관에 빠져 초동단계에서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다. 언론에 끌려 처음부터 은행계좌추적등 과학적인 수사방법에 의지하기보다는 심증에 지나치게 집착했다.
이때문에 이번 사건의 윤곽은 민간인 수사를 맡았던 서울지검의 주씨 계좌추적과 은행관계자들의 참고인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서울지검이 주씨의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찾아낸 환전내역표를 조사, 주씨가 후앙씨로부터 63만달러를 송금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또 포탄 선하증권을 위조해준 연합해운 관련자를 통해 주씨와 후앙씨가 함께 외환은행 파리지점에 가짜 선하증권을 제시한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이들의 공모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도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
군수본부관계자의 공모의혹을 밝히는데 주안점을 두다보니 애꿎은 희생양만 만들어 냈다는 지적이 많다. 직무유기혐의로 외자처장 윤삼성대령(50)등 3명을 서둘러 구속했다가 결국 혐의사실이 가벼워 기소유예처분했다. 뇌물수수혐의로 구속기소한 홍걸희절충교역실장(55)의 경우 이번 사건과 무관하게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고 이는 이미 감사원의 율곡사업 감사에서 지적돼 국방부에 징계가 요구됐던 사안이었다.
이준1군사령관에 대한 가택압수수색은 정치권에서조차 비판이 쏟아졌다. 전·현직군수본부장의 보고지연및 공모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것이 군검합수부의 설명이지만 최전방의 위수책임을 맡고있는 가장 중요한 지휘관의 집을 뚜렷한 혐의도 없이 꼭 압수수색해야 했느냐는 지적이다.
이수익군수본부장에 대한 보직해임도 군수뇌부가 정치권을 의식한 과잉대응이었다는 비판이 있다.
일벌백계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충분한 조치가 가능했던 사안을 뒤늦게 「마녀사냥」으로 해결하듯 비쳐지는 구태가 되풀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다수 군관계자의 시각이다.【이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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