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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주제/도전2000… 세계로 뛰자(걸어서 극점까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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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주제/도전2000… 세계로 뛰자(걸어서 극점까지:6)

입력
1994.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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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점 앞으로 1백20㎞”막판투혼/세밑 5일간 시속150㎞강풍·폭설… 행군 애먹어/패트리어트 힐(남극)=윤평구특파원 한국인의 첫 남극점정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허영호 김승환 유재춘 홍성택등 4명의 한국남극점탐험대는 6일 밤(한국시간 7일 상오) 현재 남위 89도에 이르러 극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남은 거리는 1백20㎞여. 날씨만 좋다면 4∼5일만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구랍 31일부터 내리 5일간 불어닥친 폭풍설이 또 한번 대원들을 처절하게 담금질했다. 하루 30㎞씩의 놀라운 속도의 쾌주를 거듭해온 대원들에게 남극대륙은 막바지 시련을 주고 있는 것이다.

 12월20일을 전후해 1주일 이상이나 계속됐던 폭풍설이 겨우 1주일만에 다시 몰아쳤다. 시속 1백50㎞가 넘는 초강풍과 눈보라는 한국최고의 투수 선동렬선수가 던지는 강속구와 맞먹는 스피드이다.

○한때 통신도 두절

 워낙 바람이 세 도저히 무선안테나를 세울 수 없었던데다 한동안 고르지 못한 날씨 때문에 충분히 전력을 생산하지 못했던 무전기 전원충전용 태양전지가 끝내 작동이 중단되고 말았다. 그래서 대장정 30여일만에 처음으로 베이스 캠프와의 정기교신이 끊겼다.

 탐험대는 지금까지 이틀에 한번씩 베이스 캠프의 정길순대원과 정기교신을 해왔다. 교신은 짝수일 밤 9시마다 ANI사 무선국의 4,5,8㎒ 밴드를 이용한다. 각 밴드별로 5분씩 2회(합계 30분) 시도해서 서로 통화가 안되면 그 다음날 다시 시도한다. 탐험대와 정대원은 만약 열흘간 연락이 끊기면 수색비행기를 뛰우기로 약속을 했다.

 매일 교신을 하려 해도 탐험대로선 강풍속에 탈진한 상태에서 안테나를 설치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원도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정기교신이라야 대화는 3분정도가 고작이었다. 현재 위치와 사고유무등 몇가지만 알리면 무전기 상태가 나빠져 더 이상 송수신이 힘든다.

 대장정의 마무리 단계에서 통신이 끊겨 베이스 캠프의 정길순대원도 무척 애를 태워야 했다. 캠프가 있는 패트리어트 힐도 엄청난 폭풍설 때문에 정대원을 비롯, 모든 외국원정대원들이 개인 텐트에서 철수해 ANI사의 대형 텐트로 피난을 했다. 금세라도 바람이 텐트를 깡그리 날려 버릴 기세였다.

 다행히 날씨는 4일 한밤을 고비로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폭풍설이 몰아칠 때 탐험대는 무엇보다 방향을 가늠하는데 애를 먹는다.

 탐험대는 정확한 방위측정을 위해 정지위성망을 통한 위치파악계기인 GPS 2대, 극지용으로 특별제작된 컴파스를 갖고 떠났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것은 해시계방향판이다. 남극은 지금 해가 지지 않는 계절이어서 밤 12시면 정남, 낮 12시면 정북에 해가 머무른다. 24시간짜리 해시계를 만들어 현재시간에 작은 막대를 세워 그림자를 중심에 맞추면 24시 방향이 남쪽이 된다. 자극편차가 42도나 되어 나침판도 별로 믿을 수 없는 남극땅에서는 가장 손쉽고 원시적인 해시계방향판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폭풍설 속에서는 해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까다롭고 번거로운 방법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니 탐험대로선 대단한 부담이다. 가만히 서 있으면 그대로 날려가 버리는 강풍속에서 기기조작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원들 결의다져

 대원들은 풍향을 보고 방향을 잡기도 한다. 남극의 바람은 극점쪽에서 불어오는 남풍뿐이다. 이변이 없는한 바람은 거의 정북을 향해 분다.

 바람을 마주 안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나아가면 극점 가까이에 이를 수 있다.

 대원들은 이제 단 한발짝 옮기는 데도 고통의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하는 극한상황에 있다. 만약 방향이 조금이라고 어긋난다면 체력은 물론 정신력에도 큰 상처를 입는다. 전역을 앞둔 고참사병이 하루하루를 세듯 대원들은 극점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남극점탐험대는 극점을 향해 놀랄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전진을 해왔다. 그 엄청난 눈보라를 뚫고 크레바스와 사스투르기(눈이 바람에 깎여 밭고랑처럼 파인 곳)지대를 지나서…  대원들은 6일의 교신에서 『곧 극점이다. 이무 이상이 없다』고 다시 한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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