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런 세월 같이보내” 파격적 신뢰표현/주변선 “묵묵한 김의원 가슴으로 수용할것” 소이불답. 김덕롱의원은 정무장관에서 물러난뒤 주변에서『왜 물러났느냐』고 물으면 그저 웃는다. 산행에서 만난 지역의 노인들이 성화에 가깝게 채근하면『여러분들 뵐려고 그만두었다』고만 말했다고 한다.
6일에도 그랬다. 이날 김영삼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김의원에 대한 애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한뒤 그에게는『느낌이 어떻느냐』는 물음이 쏟아졌다. 그래도 김의원은 덤덤하게 웃기만 했다.
마치 연말 개각에서의 퇴진과 이날 있은 김대통령의 신뢰표현을 정작 그는「남의 일」처럼 받아들이는것 같을 정도이다. 그러나 한걸음만 다가가면 그가 최근의 상황을 절실하게 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의 회견만 하더라도 그의 주변 인사들은『표정은 그대로지만 가슴으로는 뜨겁게 받아들였다』고 귀띔했다. 『캄캄한 어둠, 고통스런 세월을 같이 지냈다』는 김대통령의 파격적인 표현은 김의원에게 고마움으로 다가갔다는 얘기이다.
그렇다고 그가 마냥 기꺼워하지는 않은것 같다. 신뢰는 곧 책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장관직에서 물러난후 주변사람들에게『이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겠다』고 말한 대목에서도 그가 일련의 일들을「약」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느라 장관 때보다 더 분주하다. 그동안 못만났던 옛 동지들을 만나고 노인정이나 고아원도 찾았다. 발해사등 역사서적이나 경제저널들을 탐독한다. 관악산으로 새벽산행을 하고 시간이 나면 틈틈이 3천명의 전화번호를 수첩에 정리한다. 동료의원들을 만나고 정계선배들에게 신년인사도 했다. 지난 1일 김대중전민주당대표의 집에서는 떡국을 먹으면서 야당의원들과 덕담을 나눴고 때마침 이곳을 찾은 최형우내무장관으로부터『연락할께, 한번 만나』라는 친근한 얘기를 듣기도 했다.
소리없이 바쁜 활동 속에서 그는『잠시 쉬라』 『애정에는 변함없다』는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를 찾고있는것 같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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