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없는 정쟁소지 차단/계파갈 등 일단 잠복될듯 김영삼대통령은 6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오는 5월로 예정된 민자당의 정기전당대회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의 한마디로 그동안 전당대회와 관련해 끊임없이 이어져온 각 계파간의 물밑 신경전과 알력이 한꺼번에 일소됐다. 김대통령은 김종필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당의 골격을 현상유지시키면서도 전당대회 자체를 연기함으로써「재신임」의 의미는 부여하지 않았다.
또 한번 주위를 놀라게 한 전당대회연기결정은 역시 김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는 올해의 국정운영방향에서 우선적인 배경을 찾아야할 것같다. 김대통령 스스로가 말했듯이 올해를「국가경쟁력강화의 해」로 정한 만큼 필요없는 정쟁의 소지를 가급적 줄여 국가적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평소『정도를 걷겠다』는 정치적 신조를 피력해온 김대통령이 당헌에 규정된 전당대회를 소집하지 않겠다는것은 정치의 소모성을 피해보자는「정치개혁」의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한것이기도 하다. 「이회창내각」을 앞세워 세계와의 경쟁에 나서는 마당에 당이 이를 뒷받침하지는 못할망정 자칫 분란으로 이어질 잡음을 일으키는것을 방지하겠다는것이다.
실제로 민자당내부사정은 전당대회의 시기가 다가올수록 당내 갈등이 점차 확대돼가는 형국이었다. 비록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갈등의 조짐을 보인지는 이미 오래됐다. 민주계쪽에서는 새정부출범 때부터『쿠데타를 일으켜 군사정권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개혁의 기치를 내건 문민정부의 집권여당을 대표할 수는 없다』며 김대표의「대표성」을 부정해왔다. 김대통령도 이같은 민주계의 정서에서 크게 벗어나있지 않은것으로 추정되지만 쉽게 현상변경을 시도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우선 김대표의 후임으로 민주계인사를 기용했을 경우 당은 심각한 붕괴위기에 직면할게 자명하다. 당내 다수파인 민정계의 상당수가 불만을 품고 이탈을 결행할 분위기가 팽배해있다는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민자당이 원내의석 과반수에서 미달되는 일이 생겼을 경우 김대통령으로서는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위기를 맞게된다. 하지만 거꾸로 민정계인사를 대표로 삼는것도 문제가 있다. 민주계쪽의 반발도 반발이려니와 김대통령이 가장 꺼리는「개혁의 후퇴」 「국면전환」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당대회연기로 김대표의 위상이 강화된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계속 당대표의 자리를 지키기는 하겠지만 유임된것도 재신임을 받은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유임됐을 경우 형식논리상 다음 전당대회가 있을 96년까지는 임기를 보장받는다. 그러나 이제는 극단적으로 말해 언제든지 전당대회를 소집해 대표를 바꿀 수 있게 됐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김대표의 위상은 일단 현상유지되는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행동반경은 더욱 좁아진 측면도 있다.
김대통령은 전당대회연기를 말하면서 소집시기에 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다만 연기의 이유로『올해는 일하는 해』라는 점을 든것으로 보아 내년의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염두에 두고있는것 같다. 어차피 선거라는 정치적 중대사를 치러야하게될 때 숙제로 남겨뒀던 당체제정비를 같이 털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때 가서 김대표의 위상이 어떻게 될지에 관해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 때의 정국상황에 따라 김대표체제로 지자제선거를 치르게 될지 아니면 새로운 체제를 모색하게 될지가 결정될것이기 때문이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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