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진 분야는 북한핵문제였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상황의 미묘함」을 이유로 답변을 극도로 자제했다. 질문한 19명의 내외신 기자중 8명이 북한핵문제에 대해 캐물었으나 김대통령이 답변한것은 『진전으로 가고있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것도 비슷한 질문이 다섯번이나 이어지자 「할수없다는 듯이」한마디 걸쳐준 정도였다.
이날 회견에서 북한핵문제의 상황과 전망을 유추해 내기 위한 기자들의 질문은 갖가지 각도를 갖춰서 집요하게 계속됐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보안결심」도 만만치 않았다.
첫 질문은 『핵문제해결은 어느 단계에 와있는가』였다. 답변은 『미묘한 사안이라 얘기를 안하는게 좋겠다』는 원론에 그쳤다. 『미북, 일북수교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라는 질문은 북한핵해결의 「전망」에 대한 시사를 끌어내려는 일종의 유도신문이었다. 『시간이 많으니 성급하게 얘기하지 않는게 좋다』김대통령은 우회했다. 『연내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한가』 한바퀴 더 우회된 질문이었다. 『지난해 20번이나 정상회담을 했는데 김일성과 못할 이유가 없다』 우답으로 비켜가고 있었다.
『핵문제가 해결되면 남북관계가 어떻게 되는가』는 가정도 해볼수 없겠느냐는 물음이었다. 김대통령은『복안은 있지만 협상중이기 때문에 미리 발표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더 이상의 질문이 협상에 방해가 된다는 「경고」로 답변을 대신했다. 『북한에 변화가 일고있다고 스스로 말한 의미는 무엇인가』가 대통령이 한말을 해명하라는 압력이었다면 『진전으로 가고있다고만 말하겠다』는 응답은 한가지는 알려줄테니 더 이상 묻지 말라는 「간청」이라 할수있다. 김대통령의 답변이 원론차원에서 맴돌자 『미북간의 합의를 어떻게 보는가』라고 사견을 묻는듯한 질문까지 동원됐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초보적인 단계에서 전부를 판단할수없다』고 답변여부까지 유보하겠다는 「결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김대통령이 『지금 얘기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처음의 답변으로 회귀하자 질문도 끝이 났다.【정병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