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의 세모와 영신의 정초는 인사의 계절이다. 문민정부 제2의 조각이라고 표현된 대폭개각을 비롯하여 행정부각부처 공공단체 대기업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인사개편을 단행하여 지난 한달 가까이 각 신문의 인사소식란이 초만원상태다. ◆개각의 폭이 예상보다 컸던데 영향을 받은 탓인지 각 조직의 인사개편은 한결같이 대폭이어서 최대규모라는 관사를 내건것이 많다. 획이 복잡한 한자로 가득 채워진 인사란을 대충 훑어 보려 해도 돋보기로는 가물가물하여 화경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인사동정에 무심할 수도 없어 조금은 고통스러우면서도 정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인사란이다. ◆영전을 축하하고 문책을 위로하는 말이 오가게 되니 그렇지 않아도 통화적체가 심한 계절에 전화사정이 한결 좋지 않은것 같다. 문민정부인사의 특징이 의표를 찌른 전격인사라고 하지만 막판뒤엎기니 낙하산인사니 하며 인사에는 뒷말이 많게 마련인데 최근 포항제철의 인사가 찻잔속의 태풍을 일으켰다고 하여 회자되는 모양이다. ◆새해 시무식을 마치고 발표된 인사의 내용은 상무1명이 해외지사로 전출되고 부장2명의 보직이 바뀌고 부사장과 전무의 관장업무가 재조정된것이어서 소폭에도 미치지 않는것이지만 3월정기총회에 맞추어 실시되는 임원인사가 불시에 단행되고 경영실무를 사장에게 맡기고 대외섭외만을 전담하던 회장이 경영의 친정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라는것이다. ◆수일전에는 일본에 도피중인 전실력자의 알쏭달쏭한 발언이 공개되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는데 공교롭게도 그 파장에 뒤이은 이번 인사를 두고 「철의 사나이」의 한마디에 포철이 「신철」과 「구철」로 쪼개져 다툰다는 해석도 있다고 한다. 정치곡예끝에 일본으로 도망친 녹슨 철의 볼멘 투정에 공기업이 중심마저 잃고 흔들려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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