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칭은 일제때 잘못된 분류법 따른것/1대간 1정간 13정맥 재분류/백두대간·장백정간등 불러야” 우리 국토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산줄기」들이 본래의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 나왔다.
산악인 조석필씨(의사)가 펴낸 「산경표를 위하여」(산악문화간·796―1818)는 일제시대 일본인에 의해 분류된 현재의 산맥개념의 오류와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식 산줄기 개념의 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지리연구가 이우형씨등 지금까지 많은 지식인들에 의해 계속돼 왔지만 체계적인 글로 정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의 산줄기를 태백산맥 소백산맥등 현재의 산맥개념으로 부르게 된 것은 1903년 일본인 지리학자 고토 분지로(소등문차랑)에 의해서다. 그는 짧은 기간의 답사 끝에 「한반도의 지질구조도」라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여기에 근거해 우리 산줄기의 이름이 새로 붙여졌다.
그가 지질학적 고려를 바탕으로 그린 산맥지형도는 인위적으로 가공된 지질학적 선에 불과하다는 것이 조석필씨의 주장이다. 산맥선이 강에 의해 여러 차례 끊기고 실제지형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 그 예이다. 애초부터 산과 강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지질구조선에 산을 짜 맞춰 넣었기 때문에 이러한 오류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석필씨는 『일본이 엄연히 우리식 산줄기 분류체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산맥의 개념을 고안해 사용한 것은 우리의 민족자존심을 격하시키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백두산이 「국토 최장 산줄기의 시작」에서 「동해로 떨어지는 마령산맥의 하나」로 그 의미가 축소돼버렸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산과 강을 조화시켜 산줄기를 파악했다.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가르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지리학의 원리라 할 수 있다. 이 원리는 우리의 생활터전과 지역문화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설명해 준다.
이러한 우리 고유의 지리학을 계승 발전 시킨 것이 「산경표」이다.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 신경준이 작성한「산경표」는 산과 강의 조화를 원리삼아 우리의 산줄기를 설명하고 있다.
조석필씨는 지금의 산맥개념을 바로 이 「산경표」와 대동여지도에 쓰인 1대간 1정간 13정맥의 분류개념(지도 참조)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분류에 의하면 백두산에서 시작되는 백두대간은 힘차게 동해를 달리다 태백산에서 우렁차게 용트림해 서쪽으로 자세를 틀며 지리산에까지 이른다. 또 두류산에서 두만강까지 뻗어 있는 장백정간과 한북정맥등 13개의 정맥은 10개의 커다란 강과 어울려 빼어난 지세를 뽐내고 있다.
그는 이같은 분류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13정맥 중의 하나인 호남정맥을 10개월 동안 종주하는 열의를 보였다.
땅 위의 산과 강을 있는 그대로 그리며 산줄기를 파악하는 우리의 전통적인 분류방법은 지리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선이 된다.
조석필씨는 『산줄기를 파악하는 방법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다만 우리의 산은 다른 나라의 그것과 달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올바르고 자연스러운 분류와 이름을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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