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국간 대립 완충장치 필요/아태경제지역 급속 부상/후진국저임 유리한 자원/“국경없는 경제”무한경쟁 돌입/산업분야별 세분화된 리더십 출현/달러화,기축통화역할 당분간 유지/지역블록도 결국은 세계경제통합의 과정□김경원:사회과학원장·전주 미대사·57
캘러헌:영스완시 웨일스대 총장·전총리·81
소화택:중국 인민일보사장·60
스즈키:일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사장·62
야코블레프:러시아방송위장·전대통령수석고문·70
커크패트릭:미조지타운대교수·전유엔대사·67
다음은 한국일보가 국제화시대를 맞아 기획한 「세계 석학과의 대화」시리즈4회분 가운데 마지막회로 주제는 「우루과이라운드(UR)이후의 신국제경제질서」이다. 이 지상대담에 참가한 토론자는 제임스 캘러헌전영국총리, 소화택중국인민일보사장, 스즈키 요시오(영목숙부)일본노무라(야촌)종합연구소이사장, 알렉산드르 야코블레프전소련대통령수석고문, 진 커크패트릭전유엔주재미대사, 김경원사회과학원장이다.【편집자 주】
―경제전쟁의 전개양상과 세계경제 주도권의 향배는. 이와 관련,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한 국제통화체제의 변화가능성은.
▲스즈키 요시오=근대의 산업발전을 뒷받침해 온 과학기술은 유럽에서 태어나 20세기에 들어 미국에서 크게 발전했으나 지금은 일본이 그 기술수준을 뒤쫓고 있다. 일본 뒤에는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등 아시아신흥공업군(NIES)이, 또 그 뒤를 아세안과 중국 베트남등이 뒤따르고 있다. 엔화에 대한 달러환율이 하락추세이고 미국의 동아시아로부터의 수입과 동아시아에 대한 투자개발원조가 일본보다 줄어들어 동아시아에서의 국제통화로서 달러의 비중이 저하되고 엔의 비중은 계속 상승할 것이다.
21세기초에 동아시아가 포함된 서태평양지역은 미주대륙과 유럽대륙을 제치고 세계 최대규모의 경제지역이 될 것이다. 이는 세계시장에서 미국과 유럽의 몫이 줄고 서태평양의 비중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추격당하고 있는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형성하고 유럽은 시장통합을 추진, 모두 지역주의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또 미국은 동아시아국가들에 관리무역적 쌍무간 협상수법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커크패트릭=냉전시대의 종결은 단순한 소련공산제국의 붕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민주주의블록과 공산주의블록으로 양분해 놓던 시대를 다양성의 시대로 만들어가는 중대한 계기가 됐다. 앞으로 국제사회는 미국과 소련의 양국패권 시대를 청산하고 정치지도력, 경제지도력, 과학지도력등으로 나뉘어 리더십이 세분화되는 시대를 맞게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각 분야에서의 리더십 역시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경제는 금융관계, 첨단산업, 조선산업등 리더십이 분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은 물론 군사면과 과학면에서 리더십을 갖게 될 것이지만 피나는 경쟁을 해야 우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달러화의 기축통화제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경원=개인적으로 경제전쟁이라는 용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전쟁이라는 것은 결국 승자와 패자가 가름나게 돼있지만 경제적 경쟁에서는 양측이 이득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전쟁이라는 상황보다는 훨씬 복잡한 양상으로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그리고 국제통화체제의 변화가능성이라는 질문도 아직은 너무 장기적인 전망인듯 하다. 유럽의 통화통합이 성공할 경우 미 유럽공동체(EC)간 경제적 비중이 대등해진다고 전제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불확실한 상태이다.
―경제블록화의 미래는. EC NAFTA등과 같은 지역주의적 경제블록화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커크패트릭=EC나 NAFTA를 전통적인 의미의 경제블록으로 보려는 시각은 무리가 있다. 그 그룹의 특징을 형성하는 한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이른바 지역특성이 형성되는 것인데 UR가 타결돼 세계가 무역장벽을 없애더라도 일단 지역적 특성이 남아있는 것이 오히려 국제화를 촉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무역장벽의 파괴가 국가의 특성을 망가뜨린다고 보면 잘못이다. 국가의 특징, 또는 지역의 특징을 살리면서 세계경제에 도전하고 협력해야 된다. EC NAFTA등이 보호주의적 경제블록화로 가서는 안된다.
▲김경원=먼저 EC, NAFTA가 보호주의적 경제블록체제이냐는데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가령 미국의 경우 NAFTA가 국회에서 비준되지 않았다면 더욱 보호주의적 성향을 띠었을 것이다. 유럽도 통합의 길을 걷지 않았을 경우 단일 개방정책을 채택한 통합유럽에 비해 개방이 확대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
또 이런 지역체제들이 관세무역 일반협정(GATT)의 틀을 어길수는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최소한 GATT의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지역교역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지역체제도 보호주의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 지역체제에 속해 있지 않는 비회원국의 경우 회원국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런 의미에서 차별적이라고 볼수 있다. 또 엄격하게 보면 이런 지역체제는 GATT의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GATT는 지역협력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한국기업 입장에서 미국이 합중국이라는 단일체제가 아니고 50개의 개별주가 주권국가라고 한다면 과연 수출에 도움이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이런 생각의 연장에서 EC도 역내관세절차가 없고 하나의 단위로 상대할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국가에서 지역단위를 거쳐 세계경제통합의 길로 가는 과정에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야코블레프=현재는 세계각국이 자제할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되는 시기이다. EC, NAFTA등 경제블록이 형성되고 있지만 자칫하면 자제심을 잃어버리고 보호주의적 행동을 할수도 있다.
나는 항상 보호주의와 제한주의에 반대해왔다. 물론 세계각국은 자신들의 특별한 발전의 수준이 있는만큼 그것을 보호해야하는 사정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처럼 특별한 사정은 세계경제의 테두리안에서 논의되고 이해를 구해야 할것이다.
세계경제는 UR타결이후 자유무역주의로 갈것이며 나는 이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
보호주의가 세계경제의 기조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는 정보화의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무역총량에서 볼 때 앞으로 정보는 일반상품보다 더 많은 교역량을 차지할 것이다.
▲캘러헌=UR협상을 통해 새로 생겨난 다자간무역기구(MTO)의 효과가 단번에 나타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초기단계에서 일부지역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다자간 섬유협정이나 농업수출보조금제등을 점차적으로 철폐해나감으로써 자유무역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쌀에 대한 수입관세는 단계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UR타결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을 휩쓸고 있는 경제불황 때문에 EC같은 경제블록은 보호주의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경제블록은 속성상 회원국중 일부가 자유무역에 소극적이라면 그에 따를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UR타결이후의 세계경제전망과 GATT체제의 붕괴가능성 및 21세기 세계경제질서의 기조에 대한 전망은.
▲김경원=자유무역주의는 이론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순수한 형태의 자유무역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무역이라고 말하는 체제속에도 반덤핑이니 쿼타니 하는 관리무역의 측면이 혼합돼 있는 것이다. 다만 정도의 문제이다.
향후 세계경제질서가 보호주의냐 자유무역의 방향으로 갈것이냐는 해답은 자명하다. 이미 47년 GATT체제가 출범한 이래 참가국은 23개국에서 1백16개국으로 늘어났고 평균관세도 40%수준에서 현재 4.7%으로 낮아졌고 UR타결이후에는 3%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무역장벽은 점차 제거되고 있다. 역사적 추세가 이를 확연히 보여준 셈이다.
쌀시장의 상징적 의미때문에 UR가 처음으로 무역장벽을 무너뜨리고 우리를 황량한 세계무역의 들판에 내팽개친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사실 무역장벽이 낮아진 것은 GATT체제를 7번이나 수정해온 지난 반세기동안의 과정이다. 결국 향후 세계무역체제는 보호무역보다는 자유무역의 방향으로 간다고 얘기할수 있겠다.<7면에 계속>
<6면에서 계속>
▲커크패트릭=아시아· 태평양경제권같은 것은 이미 상당한 윤곽이 잡혀져 가고 있다. 발전하는 동아시아국가중 일본과 NIES는 자원이 빈약하고 아세안, 중국, 월남은 국경과 해안선이 긴 자연조건상 개방경제를 해야한다. 따라서 동아시아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세계각국과의 자유무역체제유지가 절대로 필요한 조건이다. 그러나 미국, 유럽의 입장에서는 동아시아의 상당수 국가들이 정치적 독재체제에 가깝고 경제적으로 국가의 개입이 강한 개발독재이다. 이 때문에 구미국가들은 민주주의, 인권존중, 규제완화등을 더욱 철저히 하지않는한 룰이 다른 국가로서 동아시아국가들을 차별해 공동의 자유무역체제에 들여놓지않으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개도국과 사회주의권 경제의 도약은 가능한가. 남북문제의 해법은.
▲소화택=평화를 수호하고 발전을 촉진시키려면 근본적으로 남북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을 전환시켜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를 수립해야 한다. 현재 국제경제관계중의 가장 중요한 특징중의 하나는 남북간의 경제격차가 계속 확대되어 모순이 점점 더 뚜렷해진 것이다. 1980년부터 1989년 사이에 개발도상국가의 인구가 전세계인구중 차지하는 비율이 73.8%에서 75.8%로 증가했으며 이 기간중 북남간의 수입격차는 10대1에서 16대1로 더욱 벌어졌다. 불합리한 경제질서는 개발도상국가의 채무부담을 무겁게 하였으며 무역조건을 악화하고 경제발전에 지장을 가져왔다. 개발도상국들은 주권평등, 공평합리, 상호이익을 가져오는 합작과 공동발전이라는 기초하에서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를 수립하기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기쁘고 위안이 되는 것은 7년간의 곡절끝에 지지부진하던 UR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되어 새로운 환경하에서의 새로운 국제행위의 준칙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 세계무역의 안정, 발전에 양호한 국제환경을 가져다줄 것이다. 쇄국정책과 보호주의는 각국에 불리하다. 한 국가의 경제발전은 날이 갈수록 국제경제와 긴밀하게 상관관계를 맺을 것이며 각국경제의 상호침투와 융합 그리고 의존이 날이 갈수록 강화되어 세계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북돋워줄 것이다.
앞으로 6년이 지나면 인류는 21세기를 맞는다. 인류는 새세기로 힘써 나아가는 역사의 발걸음소리를 듣고 있다. 세기가 교차하는 이 시기 각국은 모두 과거를 결산하고 미래를 사고하며 새세기의 도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평화와 발전은 현재의 대주제일뿐만 아니라 21세기의 주선율이다. 앞으로 각국의 경제연관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이며 「국경이 없는 경제」가 신속히 확대될 것이다. 이는 세계가 다극공존의 구조로 향하고 있는 세계질서에 유리할뿐 아니라 지역간 국가간의 충동을 억제하는데도 유리하고 각국이 협조발전하는데도 역시 유리하다.
▲캘러헌=제3세계 국가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의 수준을 서구 선진사회의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들이 교육수준을 높이고 서방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토록 하며 모든 부문에서 부정과 부패를 추방하고 출산율을 낮추고 극빈국에 대한 부채를 탕감하는 것등이 가장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이다. 하지만 서방이 아무리 원조를 하더라도 제3세계 국가들이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한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커크패트릭=UR이후의 국제경쟁사회가 반드시 선진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간다는 보장은 없다. 선진국은 고임금때문에 이미 저임금의 후진국에 투자하고 있다. 후진국은 저임금이라는 유리한 자원을 갖고 있다. 모두 도전을 한다. 누가 얼마만큼 유리하며 누가 결국 이길것인지는 경쟁을 해봐야 알 것이다. 저임금지대는 어려운 시기에도 얼마든지 투자를 유치할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개도국과 과거사회주의권의 도약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그럴 가능성도 높다.
▲야코블레프=동서간의 대립은 남북관계의 대립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켰다. 남북문제는 21세기에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특히 이 대립으로 인해 남이 북에 대해 복수할 수도 있다. 예를들어 러시아 남쪽 국경밑에는 아주 큰 회교세계가 있고 유럽밑에는 아프리카가 있고 미국밑에는 라틴아메리카가 있다. 종교와 민족도 서로 다르며 문화적 차이도 크다. 이같은 대립을 완충시켜줄 국제적 장치가 필요하다.
사회주의권은 그동안 경제혼란으로 고통을 겪어왔다. 러시아만 보더라도 경제가 침체되는등 국민들의 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정치가 안정되고 사회가 제자리를 찾는다면 도약할 수 있을것으로 본다.
남북문제는 앞으로도 상당한 문제를 야기시킬것이다. 선진국이 후진국과 보다 많은 협력을 할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할것이다.
▲김경원=UR의 타결은 세계경제에도 시장경제의 원리가 적용됨을 의미한다. 시장경제원리는 적자생존을 의미하고 따라서 경쟁력있는 국가는 잘 살고 경쟁력이 없는 국가는 못살게 된다. 개도국에도 경쟁력이 있는 동남아국가는 살아남는 반면 아프리카지역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허덕일것이다. 특히 아프리카는 냉전당시에는 오히려 미소나 남북이 경쟁적으로 경제지원을 했지만 현재는 잊혀진 대륙이 됐다.
이같은 남북문제는 세계가 공동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자유시장경제메커니즘에 노출시킨채 내버려둘수는 없다. 아프리카등 경쟁력없는 개도국들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즈키 요시오=동아시아발전을 지속시키려면 UR후도 GATT의 장을 이용한 다각적 자유무역원칙을 지지, 미국과의 2국간관리무역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동아시아에 무역블록을 형성하지 않는것이 좋다. 동아시아국가들과의 대화의 장은 필요하나 결코 NAFTA나 EC에 대항하는 것과 같은 지역주의에 가담해서는 안된다. NAFTA와 EC를 포함한 세계각국과의 자유무역관계를 지키는 것이 동아시아발전에 가장 유리하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국가들도 진지하게 규제완화와 시장개방을 실현,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차별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29년의 대공황이나 오일쇼크와 같은 세계경제 위기의 재발가능성은. 만일 그같은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
▲야코블레프=29년의 대공황은 개혁과 사회적 협조를 통해 극복됐다. 자본주의는 경제공항을 극복하고 살아날 길을 찾아낸 바 있다. 이렇게 볼때 앞으로 세계경제에 또다른 총체적 공황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커크패트릭=20세기 후반의 경제는 이미 상당한 경제예측력과 그 대응력을 높여놓고 있기 때문에 쉽게 대공황과 같은 위기를 맞지는 않을 것이다.
▲김경원=29년 대공황의 원인은 보호무역이 경제질서를 붕괴시켜 경제순환이 동결됐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이해갈등 조정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백여개의 참가국들이 많은 양보를 하면서 UR를 타결한 것은 세계무역질서를 강화하는 것이 자국에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황은 우려치않아도 될듯하다.
다만 심상치않은 것은 유럽이 경제불황과 실업문제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실업문제는 자본주의의 사이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실업으로 인해 제2의 산업혁명까지 들먹이면서 직업시장구조자체에 대한 혁명적 변화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이 문제가 경제위기로 치닫지는 않으리라 본다.
―한국은 성장과정에서 경제력집중과 계층갈등심화등 자본주의의 결함을 함께 경험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커크패트릭=어느 나라건 성장후유증이 없는 나라는 없지 않은가. 고임금문제와 사회보장제도가 대표적인 문제로 등장하는 것이다. 고임금정책은 성장과정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
경쟁력을 올리고 상품생산의 추진력을 끌어올리는 힘을 발휘하곤 한다. 고도성장사회에 있어서는 이 고임금정책이 불가피한 과정의 하나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성장에 성공했다 싶으면 바로 그 고임금정책때문에 발목을 잡히곤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업계는 현재 저임금지대를 찾아 인도네시아나 태국 또는 방글라데시같은 곳으로 옮기고 있지 않은가. 정치학적으로 보면 결국 이것은 도전의 하나인데 고임금상황을 갖고 도전을 하든지 아니면 고임금시대를 빠져나가 저임금지대에서 도전을 할 것인지는 기업이 결정할 것이다. 어느 것이든 도전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모험이 따르는 것이고 또 그 모험만큼 성공의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발전과정에서 처진 자의 문제, 즉 사회보장제도는 물론 인류사회의 이상적인 길이지만 잘못 운영하면 국가의 경쟁력을 지나치게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것 역시 국가형편에 따라 매우 신중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
▲김경원=질문자체에 이견이 있다. 우선 경제력집중자체가 문제인가 하는점을 짚고 넘어가야할것 같다. 가령 모범적인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어떤 자본주의 국가보다도 경제력이 집중된 구조를 지닌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경제력집중극복이 중요한가, 아니면 국민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보장하는 일이 중요한가부터 합의해야한다.
또 사회계층간 갈등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인가에도 자신이 없다. 한완상전부총리는 서울대교수때 「한국사회에서는 계층갈등보다 세대갈등이 더욱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계층간 위화감이 없다는 주장이 아니라 다만 그것이 결정적인 문제냐에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는 우선 좀더 투명하고 공정한 규칙을 지키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실현하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일각에서 자본주의는 이만하면 되지않았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제 자본주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사회적 모순을 해소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는 우선 자본주의가 제대로 실현됐느냐는 점을 살펴봐야한다는 얘기를 하고싶다. 그동안 우리에게 자본주의는 정부주도의 국가개발전략을 추구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우리가 그동안 시장경제메커니즘을 제대로 활용했는가. 나는 지금의 상태를 진정한 의미의 투명한 시장경제라고 할수 있느냐에 더 관심이 많다.【정리=유석기·이백만기자】
◎21세기 과제 「환경과 자원」/환경기구 창설시급… 식량·에너지위기 낙관/자원고갈 해양·우주 공동개발로 해결 모색
이번 대담에 참가한 6명의 각국 석학들은 환경문제가 앞으로 인류가 해결해야할 급선무라는데 같은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자원고갈이나 식량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그다지 우려할 문제가 아니다』고 대답했다.
스즈키 요시오 노무라종합연구소이사장은 『지금까지 지구환경을 파괴해온 것은 선진국이었는데 이제와서 개발도상국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면서 선진국들의 각성을 먼저 촉구했다.
야코블레프 러시아방송위원장은 인류와 환경간의 관계를 「전쟁」이라고 규정하고 『이제 환경이 복수를 하기 시작했으며 인류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대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와 함께 지구환경을 보호할 세계적인 기구의 창설을 제안했다.
김경원사회과학원장은 『환경보호문제는 도덕이나 이데올로기의 차원이 아니라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경제적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선진국들이 아마존의 열대림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이 지역주민들에게 그에 따르는 인센티브를 제시해야한다고 말했다.
진 커크패트릭 전유엔주재미대사는 『미래학자들은 금세기말까지 지구의 에너지원과 식량이 고갈된다는 말을 많이 해왔으나 그같은 예측은 빗나갔다』면서 『인류는 핵융합으로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21세기에도 식량사정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야코블레프위원장은 식량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아직도 지구상에는 미개척의 땅이 많으며 해양자원도 많다』고 전제하고 『바다에 핵폐기물을 버리지 말고 세계가 힘을 합쳐 식량자원의 보고인 바다를 공동개발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극지방등의 에너지원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장도 맬서스나 로마클럽, 폴 케네디등은 식량문제를 비관적으로 보아왔으나 역사적으로 인간은 항상 위기를 극복해왔다는 점을 들며 낙관론을 폈다. 그는 『문제는 주어진 조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철학의 문제이며 경제적 인센티브만 있으면 대체 식량이나 에너지의 개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태양열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 이 소유권을 갖게하는등 혜택을 주면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될 것이고 그 이후 다른 사람은 이를 소비할 수 있는 혜택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제임스 캘러헌 영스완시 웨일스대총장도 낙관적이다. 그는 『아무런 생각없이 환경을 파괴하던 나라들이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비관주의에 압도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선조 역시 불안을 갖고 있었지만 새로운 것을 찾는 진취적 정신으로 이를 잘 해결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향후 인류의 우주개발에 대해 야코블레프위원장과 스즈키이사장은 『각국이 공동으로 참여,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원장과 커크패트릭전대사는 공동투자와 공동개발이 『비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반박했다. 커크패트릭여사는 『우주개발의 기회는 각 나라에 열려 있지만 투자에 대한 혜택이 불확실하고 위험성이 따르기 때문에 공동개발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고 김박사도 『공유와 참여는 매혹적이고 낭만적인 비전이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이같은 방식이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능력과 동기를 가진 자가 우선 시작하고 지식과 자원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시장메커니즘의 묘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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