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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2000… 세계로 뛰자(세계 석학과의 대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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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2000… 세계로 뛰자(세계 석학과의 대화:3)

입력
1994.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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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체제 현상태 지탱은 불가능 「붕괴」·「점진변화」 등 다각대비를/핵문제 해결 최우선과제/국제사회 포용노력 중요/주변강 정세변화 통일여건 성숙/동북아군비경쟁·분쟁등 변수작용/김부자체제 불안따른 도발 배제못하나 “희박” 다음은 한국일보가 국제화시대를 맞아 준비한 신년특집 「세계 석학과의 대화」시리즈 4회분 가운데 세번째로 주제는 「한반도정세와 통일전망」이다. 이번 지상대담에 참가한 토론자는 제임스 캘러헌 전영국총리, 소화택 중국 인민일보사장, 스즈키 요시오(영본숙부) 일본 노무라(야촌) 종합연구소이사장, 알렉산드르 야코블레프 전소련대통령수석고문, 진 커크패트릭 전유엔주재미대사, 김경원 사회과학원장이다.【편집자주】

◇지상대담 참가자

김경원/사회과학원장·전주미대사·57/캘러헌/영스완시 웨일스대 총장·전총리·81/소화택/중국 인민일보사장·60/스즈키/일 노무라종합연구소 이사장·62/야코블레프/러시아 연방방송위원장·70/커크패트릭/미조지타운대교수·전유엔대사·67

 ―냉전시대와 마찬가지로 동북아, 특히 한국은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등 4강에 전략 요충이라는 지정학적 의미를 유지하게 될것인가.

 ▲커크패트릭=현재 한반도 장래의 열쇠는 오직 북한의 변화에 달려있다. 오늘날 북한에 아무런 변화가 오지 않는한 4강의 의미는 없다. 국가건 개인이건 언제나 변화의 시기가 있는 법이며 또 오는 법이다. 김일성이 죽고 김정일시대가 올 때 그들은 고립과 개방, 전쟁과 평화등의 선택문제에 부딪칠것이다. 이때 선택을 잘해야 한다. 만일 그들이 도움을 청한다면 한국이나 이웃 4강은 그때 도움을 주게 될것이다.

○중국붕괴 우려

 ▲야코블레프=21세기에 중국은 공업이 제일 발전된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가장 우려할 점은 중국의 민주화 때문에 중국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는것이다. 중국은 많은 민족들이 살고 있는 국가다. 중국인들이 국가의 안정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 국가붕괴의 위기를 모면키 위해 그 힘을 분출시킬 수 있다.

 소련은 비록 붕괴됐으나 그 여파가 소련 국내에만 머물렀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

 자칫 중국의 붕괴가 동북아 질서유지에 위험요소가 되어서는 안될것이다. 나는 또 러시아 경제의 도약을 확신한다. 러시아는 20세기말부터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것이다.

 이 경우 러시아와 중국은 가장 다이내믹한 환경을 동북아에 조성할것이다. 물론 미국과 일본 역시 기존의 경제체제와 영향력하에서 동북아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킬것으로 보인다.

 21세기에는 동북아가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소화택=중국과 한국은 모두 아시아 국가로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바라보며 지척에 위치하고 있어 수천년동안 우호적인 왕래의 역사를 갖고 있다. 1992년 중국과 한국이 수교한 이후 양국의 각부문에서 우호합작관계가 크게 확대됐으며 인적 교류도 현저히 증가했다. 노태우전대통령이 중한수교이후 중국을 방문했으며 중국의 전기침외교부장, 이람청부총리등 고위인사들 역시 한국을 방문했다. 양국 무역은 아주 빠른 속도로 발전해 통계에 따르면 1991년 양국의 무역총액은 58억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82억달러로 증가했다.  나라만을 기준하여 볼 때 한국 역시 중국의 제3위 교역국이 되었다. 얼마전에 강택민주석과 김영삼대통령은 미국의 시애틀에서 우호회담을 가졌다. 양국 지도자들이 내왕하는것은 양국의 우호 합작 발전에 아주 중요하다.

 역사적 원인으로 인해 한반도는 현재 여전히 분단된 상태로 놓여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한민족의 염원과 이익에 합치할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에도 역시 유리하다. 중국은 남북 쌍방이 계속해서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하고 각부문에서의 교류합작 확대를 통해 피차간의 간격을 해소하고, 한민족의 염원에 근거하여 최종적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

 ―독일통일과정에서 보았듯이 강대국의 출현을 주변국들은 바라지않는 경향이 있는데 4강의 입장에서 한반도통일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야코블레프=러시아는 한반도통일이 동북아안정과 평화에 기여하리라고 본다. 4강중 일부는 한반도통일을 위협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통일은 대세가 될것이며 통일된 한국과 러시아등 4강은 보다 협조적인 분위기에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킬것으로 기대한다.

 ▲커크패트릭=한반도가 통일이 된다고 해서 주변을 침략하는 나라가 될것이라든지 아시아 평화에 해를 끼칠것이라고 가정할 근거는 없다. 한국은 이미 아시아 평화와 태평양시대를 여는데 많은 공헌을 해왔다. 통일된 한반도는 지역평화와 발전에 더욱 공헌할것이다.

○방해이유 약화

 ▲김경원=솔직이 말해 한반도의 통일을 우리만큼 간절히 바라는 주변국은 기대하기 어렵다. 주변 강대국들이 입장에 따라 통일을 반갑지않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냉전종식이후 한반도의 통일을 방해하거나 억제할 입장에 처한 강대국은 없다고 본다. 물론 과거 냉전시대에 한국이 통일을 주도했더라면 중국과 소련이 반대했을것이고 역으로 북한이 통일을 주도적으로 추진했을 경우 미국과 일본이 반대를 했을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서도 한반도가 현재와 같은 긴장상황을 유지하는것보다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을 이룩해 안정을 이루는 경우를 선호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한국은 한국주도의 통일이 성취되는 경우 그것이 현상황보다 불리하게 전개되지는 않으리라는 사실을 주변국가들에 확신시켜줄 필요가 있을것이다. 실제로 주변국들은 현재 그러한 판단을 지니고 있다는 인상이다.

 ―북한을 제외하더라도 냉전종식이후 동북아는 중국과 일본의 군비강화조짐으로 안보환경의 변화를 맞고있다. 이같은 변화로 유발될 수 있는 지역분쟁의 가능성은.

 ▲소화택=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은 20세기중 가장 의이 있는 역사적 사건중의 하나이다. 중국인민은 스스로의 힘으로 어려움과 싸워 빈곤하고 낙후한 반식민지·반봉건의 구중국을 독립적이며 번영 발전하는 국가로 건설했다. 70년대 말부터 중국은 중국특색을 갖는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역사적 단계에 진입했다. 중국은 개혁 개방이라는 중대한 정책의 추진을 통해 사회주의발전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으며 인민공화국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중국은 11억7천만명의 인구를 갖고 있어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저수입의 개발도상국가이다. 중국의 발전은 평화스러운 국제환경을 필요로 한다. 평화공존 5원칙의 기초하에서 세계각국과 우호합작관계를 발전시킨다는것이 중국 외교의 기본방침이다.

 중국은 거듭해서 입장을 밝힌바 있듯이 군비경쟁을 하지 않고 군사블록에 참가하지 않으며 세력범위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으며 초강대국이 되려고도 하지 않는다.

  강택민주석은 아태경제협력체(APEC)지도자 비공식 회의에서 이러한 입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밝힌바 있다. 「중국의 발전과 세계는 분리될 수 없으며 세계의 발전 역시 중국과 분리될 수 없다. 안정된, 그리고 발전하고 강성해진 중국은 어떠한 국가에도 위협이 되지 않을것이며 오히려 아시아·태평양지역 및 세계의 평화와 발전에 아주 큰 공헌을 할것이다」

 ▲야코블레프=동북아정세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중 하나는 북한의 핵문제와 동북아 각국의 군비증강이다. 역사에서 긴장상태가 유발됐던 원인으로 정치가들이 국민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갈등과 대립을 조성했던 점을 들수있다. 20세기에 전쟁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인명이 희생됐는가. 현재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전쟁때문에 죽고있다. 동북아지역은 20세기 교훈을 깨달아야 할것이다. 군수산업집단도 정치가들도 더 이상 대립과 긴장을 조성해서는 안될것이다.

○인내심 가져야

 ▲스즈키 요시오=냉전이 종결된 지금 북동아시아는 미소대결상의 전략적 요충지는 아니다. 그러나 냉전시대와 똑같은 지도원리에 바탕을 둔 북한의 존재가 이 지역의 군사적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 한국 중국 미국 러시아등 5개국은 협조하여 북한의 군사적 모험을 저지하고 북한의 시장경제화와 민주화가 진행되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북한의 경제적 침체와 김일성의 은퇴는 김일성―김정일체제를 반드시 내부에서 붕괴시킬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지금의 세계정세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북한동포에게 전하고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것이 바람직하다.<7면에 계속>

<6면에서 계속> 일본은 동아시아의 일원이고 동시에 서방선진 7개국의 멤버이기 때문에 세계질서와 동아시아의 이해를 조정하는 중개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나갈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군사적 대국이 될 의사는 없다고 봐도 좋을것이다. 

 ▲김경원=동아시아에는 몇 개의 영토분규가 잔존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국가간 남사군도분쟁이나 일러간의 북방4도문제를 들 수 있고 중국과 대만간 문제도 영토분쟁의 영역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영토분쟁들은 그러나 실제 군사충돌로 폭발할 위험성은 시간이 감에 따라 오히려 감소할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가장 심각한것은 지역분쟁에 있어서도 북한문제이다.

 ▲커크패트릭=20세기의 무력분쟁사는 대강 끝이 나려하고 있으며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20세기의 마지막 몇년은 분쟁종식을 위한 국제협력시대의 구축으로 가야할것이다. 따라서 지역분쟁이 심화되거나 야기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통일은 한민족의 숙원이자 역사적 과제이다. 세계적인 역동속에서 한반도통일의 전망은. 또 북한의 김일성―김정일체제의 장래와 전쟁도발가능성은.

○예측불허 상황

 ▲캘러헌=지금의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이런 세계에서 북한같이 폐쇄된 나라일지라도 무한정 고립상태로 남아있을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의 상황을 볼 때, 특히 북한의 현 지도체제를 감안한다면 남북한의 통일이 당장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공산권의 몰락에서 보듯 우리는 예측불가능한 것을 예측하도록 배우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통일을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선은 당장 닥쳐 있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외교적인 노력은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무력개입은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세르비아에서 본 것처럼 경제제재는 통치집단을 더 절박한 상황에 몰아넣을뿐 그들이 몇년동안 지탱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다.

 따라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은 미국과 일본, 가능하다면 중국까지 포함한 주변 세력이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제안을 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 제안에는 기술적인 노하우와 원조를 제공하는 것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질서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커크패트릭=북한이 변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세계는 민족동질성을 회복하는 시기로 들어가고 있다. 한반도는 단일민족이면서도 지난 40년이상 이질적인 정치권을 형성해왔다. 북한의 경우는 아직 어떤 정치형태를 택할것인가에 대해 주민의 선택기회가 없었다. 이 선택의 기회가 언젠가는 주어질것으로 생각한다. 그때 북한주민과 한국주민이 통일을 선택한다면 통일이 되는 것이다. 김일성정권은 폭력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정권이며 이런 폭력정치는 언젠가 종식될것이다.

○낙관론에 무게

 ▲야코블레프=한반도가 통일이되면 한국인들은 사회복지등에 있어서 고통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통일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나는 한반도의 통일을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싶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통일을 원치 않는것같다. 왜냐하면 김일성등 북한의 지도부는 권력을 뺏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김일성―김정일 체제가 불안을 야기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한반도는 현재 긴장 상태속에 있지만 전쟁으로까지 악화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김경원=통일논의의 대전제는 북한체제가 현재와 같은 구조로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것, 즉 생존능력이 없는 체제라는 점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자명하다.

 변화에 있어 단기간내 극적 붕괴를 예측하는 학자들도 있고 점진적인 변화를 예측하는 학자들(물론 이들도 10년내지 20년정도의 시간을 통일의 시한으로 판단한다)도 있지만 현 단계에서 어느쪽 주장이 가능성이 높다는 예단은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현 상태유지는 불가능한 일이고 개방하는 과정에서나 개방을 전적으로 거부해 경제가 더욱 악화되는 상황에서나 북한 체제가 변화를 피할 수 없다고 전제한다면 그 변화의 결과는 결국 통일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점이다.

 다만 한가지 위험성은 북한체제가 현재의 상태로는 오래 유지될 수 없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김일성―김정일체제가 오래 못간다면 정권의 생존을 위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의 도발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수는 없는 상태지만 한미안보협력체제가 공고히 유지되는한 그러한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볼수있다. 왜냐하면 김일성부자가 아무리 광신적이라해도 남북간 군사충돌의 경우 한국도 막대한 피해를 입겠지만 북한은 완전한 패배, 멸망에 이를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보기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한반도통일의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는가.

 ▲김경원= 독일통일을 목격한 뒤 우리가 얻은 한가지 교훈은 역사 앞에서 미래를 얘기할 때는 특히 겸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통일의 시기를 언제쯤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는것은 위험한 노릇이다. 다만 한반도통일이 냉전시대에 생각했던것보다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로 등장한것은 사실이다.

 굳이 구체적인 예측을 내놓으라면 나는 낙관론에 무게를 더하고 싶다. 10년 내외라는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무력개입 금물

 ▲커크패트릭= 김일성정권에 변화가 오는 시기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언제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것이다. 다만 현재 북한은 핵사찰을 둘러싸고 대외관계에서 적어도 1994년에 중대한 변화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돼있다. 적어도 올해안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과 남북대화의 진전을 갖든지 아니면 유엔제재를 받아야 하는데 어떤 경우든 북한은 변할 수밖에 없을것이다. IAEA의 핵사찰을 받는다는것은 핵사찰을 받는다는 의미 외에 북한 사회를 외부에 공개한다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 북한은 지난 40년간 폐쇄사회로 살면서 외부에서는 그 사회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도무지 알 수 없게 해왔었다. 남북대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북한이 만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려면 IAEA의 핵사찰과 의미있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뤄야 하는데 이를 이행한다는것은 사회를 투명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는것이다. 북한사회가 공개된다면 주민은 그들이 어디에 서있는지와 그들이 선택해야 할것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게 될것이다.

 ▲야코블레프= 구체적으로 시기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일찍 통일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은 현재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인내심을 갖고 통일의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통일을 이루기 위한 장기적 전략과 지금 상황에서 통일에 대비해 준비해야할것은 무엇인가.

 ▲야코블레프= 남북한은 무엇보다 먼저 통일을 하겠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아야 할것이며 이후 선거를 통한 통일의회를 구성하고 남북한이 합의하는 정부를 구성해야 할것이다. 한국은 이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절대 서둘러서는 안될것이다. 물론 통일에 대비한 정치 경제 사회분야의 여러 문제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준비해야 할것이다.

○통일비용 막대

 ▲김경원=우리는 흡수통일을 반대한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런 얘기를 하는 심정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사실 흡수통일은 원한다고 가능한것도 아니고 원치않는다고 해서 북한이 붕괴될 경우 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현실에서 당면할 진정한 문제는 북한이 붕괴될 경우 어떻게 될것인가, 그러한 가상적 상황에 대한 도상연습이 필요하다는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통일비용을 걱정한다. 돌연히 북한이 붕괴해서 우리가 흡수통일을 하게 되면 통일비용이 너무 과다해서 수용하기 힘들고 따라서 점진적인 변화의 결과로서 먼 후일 합의에 의해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10년이나 20년을 내다봐 북한의 경제발전속도가 우리보다 빨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이경우 경제의 격차가 줄어들어 통일비용이 감소될 수 있지만 그러한 가정을 나로서는 확신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통일비용때문에 통일을 거부할 입장에 있지않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북한이 붕괴되는 경우와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경우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 대응전략을 사전에 수립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붕괴의 시나리오에는 김일성정권에 대한 대체정권이 들어서는 경우, 무정부적 혼란상태에 이르는 경우, 후속정권이 한국측에 경제협력을 요청하는 경우등 다양한 상황이 포함되어야 한다.

 ―신국제체제형성의 와중에서 한국의 위상은. 그리고 통일이후의 위상은. 이런 맥락에서 21세기를 앞둔 한국의 잠재적성장 가능성은.

 ▲커크패트릭=한국의 위상은 북한과의 대결자라는 입장에서 벗어난지가 오래이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시대의 새별로 떠오르고 있으며 세계적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아시아국가들은 특히 1994년부터는 우루과이라운드의 성사로 국제경쟁을 좀더 피부로 느끼게 될것이다. 여기서 공정하고도 강력한 경쟁으로 아시아의 리더가 돼야하며 그렇게 하는것이 결국 한반도통일에 대비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한국이 자유롭고 보다 강화될 국제사회의 경쟁을 뚫고 꾸준한 성장을 한다면 이 성장을 바탕으로 북한과 뭉쳐졌을때 그 힘은 물론 더 커질것이다.

○비전점검 필요

 ▲야코블레프=동북아에서 한반도의 통일은 중요변수가 될것이며 동북아의 발전은 한반도통일과 직접 관련이 있다. 통일이후 한국은 어느정도 고통을 겪겠지만 21세기의 주역으로 발전할것으로 생각된다.

 ▲김경원=이미 한국의 위상은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주요교역국중 하나이고 동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국가이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통일 이후에는 더 말할것도 없이 더욱 중요한 국제사회 참여 국가로 등장할 것이다.

 여기서 깊이 생각해야 할 점은 단순히 위상이 높아졌다거나 한국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가시적이라는데 만족하는 선에서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연 현재의 위상을 바탕으로 세계질서를 창조하는데 어떤 역할을 할것인가, 대외정책의 기본목표와 세계질서에 대한 비전은 무엇인가를 점검해야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화택=봄이 대지에 찾아오면 만물은 새로워 진다. 사람들은 묵은 해를 보내고 1994년을 맞이한다. 중국의 전통풍습에 따르면 새해를 보낸 이후에도 또다시 춘절(설날)을 맞게된다.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는 이러한 시기에는 나는 이자리를 빌려 한국이 큰 발전을 이룩하고 한국국민들이 새로운 1년동안 뜻한바 대로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축원한다.【정리=남영진·이유식기자】

◎탈냉전이후 동북아의 위장/세계문명 중심축 서서히 아태쪽으로 이동/서방과의 관계·분쟁소지 사전차단이 과제

 세계의 석학들은 「탈냉전후 세계정치무대에서 동북아시아가 주역이 될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어느정도 견해가 엇갈렸다.

 김경원박사와 야코블레프러시아방송위원장은 대체로 긍정론을 폈으나 캘러헌 전영국총리와 커크패트릭 전유엔주재 미대사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박사는 『최근 세계에서 두드러진 동향을 살펴볼 때 지난 몇세기동안 서방으로 흘렀던 힘의 균형이 동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동북아가 세계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두가지 전제조건을 달았다.

 첫째, 중국과 서방의 관계가 원만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투명하고 다원적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의회민주주의를 실현한다면 서방과의 관계가 원만해지고 서방이 동아시아의 상대적 상승추세에 저항하지 않겠지만 만일 중국이 이질적인 일당독재체제를 계속 고집한다면 서방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전개돼 동북아의 미래는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질수 있다.

 둘째, 동북아 내부의 문제다. 동북아의 중심축인 중일관계가 군비경쟁등으로 계속 대결할 경우 태평양시대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즉 과거역사의 비극을 되풀이하는 패턴이 전개될 수도 있다. 중일관계가 이렇게 되지 않도록 사전에 예측하고 방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김박사는 이러한 동북아내부의 균형과 서방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세계는 동북아의 시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야코블레프방송위원장도 『동북아의 발전과정은 인류문명의 순환적측면에서 고찰될 수 있다』며 『세계문명의 변화축은 그동안 주로 서양쪽에 치우쳐 있었으나 앞으로는 동북아의 발전속도가 빨라 세계질서의 새로운 강대세력으로 등장할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영국의 캘러헌 전총리는 동북아지역의 불안정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동북아는 아직도 세계에서 분쟁의 소지가 가장 많은 지역중 하나』라고 전제하고 앞으로 이해당사국간의 공식적, 비공식적인 관계가 잘 유지되어야 이 지역의 안정이 보장되며 세계의 주도지역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동북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일본, 중국―일본등 국가간의 관계가 유럽지역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유럽이 50여개국의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냉전이 한창이던 75년에 결성했으며 그것도 미국과 소련이 「철의 장막」을 그대로 둔채 성사시켰던 점을 상기할 때 동북아에서도 이같은 지역안보체제의 결성을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미국의 커크패트릭 전유엔대사는 『아시아의 중요성이 높아져 가고 있는것은 모든 국제정치학자들이 공동으로 인식하는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아시아에서도 동북아가 얼마나 빨리 협력해 동질성을 모아 아시아·태평양시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느냐와 국제정치상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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