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세상은 지구화 세계화 국제화시대라고 야단들이다. 우리땅에서 우리농사 지어 먹으면 그만일줄로만 알았던 농촌에서 조차 국제화의 따끔한 맛에 어쩔줄 모르는 요즘이다. 그만큼 나라 구석구석마다 국제화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고 국민 전체가 마치 무슨 열병이라도 앓고 있는듯한 분위기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대외창구역을 맡아 가장 바쁘게 돌아가야할 외무부는 너무 조용한것 같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눈코뜰새없이 움직여야할 부처가 바로 외무부이자 1백40여개의 해외공관들일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그들의 활동은 눈에 잘 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이 경제이익에 따라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경제부처만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일까. 외무부가 할 일이 없어진것은 아닐것이다. 대통령 자신부터 세일즈맨이 되겠다고 자처하고 나서는 판에 국가를 대표해서 해외에 상주하고 있는 외교관들이 팔짱만 끼고 있단 말인가.
그렇다고 해서 비경제분야에서 우리 외교진영의 활약이 크게 돋보이는것도 아니다. 북한핵문제는 미국이 정보와 협상을 독점하고 있다손치더라도 우리가 너무 뒤처져 있는 느낌이다. 환경 인권 마약등 다른 분야 역시 우리외교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핵대사에 인권대사 환경대사까지 거창하게 임명해놓고 있지만 그들은 과연 무얼하는지 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 외교진영이 관료주의의 타성과 무사안일에 여전히 젖어있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하는 현상들이다. 지난 한햇동안 내정과 내치의 각분야에서는 무서울 정도로 개혁조치와 사정활동이 펼쳐졌는데 모국과 멀리 떨어져있는 해외공관과 외무부는 무풍지대로 온존해 있었단 말인가.
국제화시대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외교관의 활약이 세계곳곳에서 눈부시게 나타날것이라고 기대했던 국민들은 실망이 크다. 지구화니 세계화니 하는 소리들이 높으면 높을수록 실망감은 더 커진다.
그동안 우리의 외교환경은 몰라보게 변했다. 냉전체제가 무너졌고 이어서 경제전쟁이 시작되었다. 그 변화에 우리 외교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다소 조정이 되긴 했으나 우리 외교의 체제와 운영은 별로 달라진게 없다. 해외 외교망의 구성이나 배치도 그렇고 본부의 기구나 인사행정 역시 옛날 그대로이다. 국제화시대에 임하는 총본부답게 독특한 체제로의 변모가 시급한것 같은데 다른 부처와 똑같은 획일성에 여전히 얽매여 있다. 그러다보니 신외교를 아무리 외쳐본들 국민의 피부에는 와닿지 않는것이다. 새해엔 새롭게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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