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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꼬리내린 「서울분할」/당정,왜 서둘러 진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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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꼬리내린 「서울분할」/당정,왜 서둘러 진화했나

입력
1994.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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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떠보기… 명분없어 포기설 등 무성/직할시 도편입·시군통합 부인안해 여운 새해 벽두부터 정가에 큰 파장을 몰고 온 정부·여당의 서울시분할등 행정구역개편추진설이 돌출 하루만에 맥없이 수그러들고 말았다. 타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정이 스스로 서둘러 진화작업을 벌였던 탓이다.

 청와대에서는 4일 김영삼대통령이 직접 나서 불길을 잡았다. 김대통령은『95년 서울시장선거는 현재의 서울시를 선거구로 치러질 것』이라고 확언했다. 민자당도 부인의 손길을 내젓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종필대표는『현재 당에서 이 문제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사견과 당론을 구별했다. 문정수사무총장은『지자제선거차원에서도 꼼수는 패배를 차초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하순봉대변인도 공식논평을 통해『당의 어떤 실무부서에서도 행정구역개편안을 협의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이 당정의 진심인 것같지는 않다. 오히려「억지춘향노릇」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마음으로는 서울시분할,직할시의 도편입,일부 시군통합을 모두 하고 싶은데 명분과 현실이 유리하지 않아서 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당정이 일찍부터 행정개편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온 점이 그 근거로 제시된다. 민자당도 소속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통해 그동안 행정구역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사실은 인정한다. 여권핵심인사들도 공공연하게 그동안 현행 행정구역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해왔었다. 새 정부출범을 앞두고는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구체적인 개편논의가 나오기까지 했었다. 당정이 정작 문제가 터진 3일 하루동안에는 잠자코 있다가 4일 들어서야 일제히 반격에 나선 사실을 석연치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여권 일각에서 애드벌룬을 뛰워본뒤 여론이 부정적으로 나오자 이를 급히 거둬들인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여권이 이렇게「울면서 겨자를 먹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먼저 명분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 단체장선거를 불과 1년 앞둔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울시를 쪼개겠다고 나설 경우 여론이 이를 긍정적으로 볼리 만무하다. 특히 불보듯 뻔한 야당의 정치공세도 의식하지 않을수 없다. 김대통령이 임기중「유일하게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시기」인 올해를 초입부터 정치논쟁으로 점철시킬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당정사이에 폭넓게 형성돼 있다.

 명분뿐아니라 현실적으로도 행정구역개편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서울의 경우 교육 환경 교통행정등의 종합기능상 구역분할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입장이다. 지방의 경우에도 이미 나눠져 있는 행정구역을 합치려할 때 지역주민들의 반발과 분리된 행정조직의 통합문제등이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당정의 주장대로「결백하다」고 보면서 최근의 개편논란을 해프닝으로 치부하는 시각도 적지만 있기는 하다. 일부 당정인사들의 사견이 언론에 확대보도돼 뜻하지 않은 파문을 낳았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논란은 비록 가시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행정구역개편논의를 잠복이슈에서 잠시나마「살아있는 정치쟁점」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의미가 있다. 또 여권의 행정구역개편방향 일부를 노출시킨 점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즉,자치단체장선거전에 여권이 먼저 나서서 서울시분할을 추진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고 할수있다. 반면에 여권은 일부 직할시의 도편입,과거 하나의 행정구역이었던 일부 인접 시·군의 통합은 단체장선거전에 구체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통령이나 민자당인사들이 모두 서울시의 분할문제만 부인하고 그밖의 행정구역개편 가능성에 대해서는 유보적이거나 아예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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