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반 위협” 빈곤대책 등 수립요구/3개시 점령… 해결책없어 장기화조짐 멕시코 원주민폭동이 남부 치아파스주를 중심으로 4일째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발효와 함께 새해벽두부터 피어오른 정부군과 폭동세력간 전투로 사망자수만 4일 현재 1백명이 넘고 수백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새해 첫날 치아파스주 산 크리스토발시등 6개 도시를 장악했던 원주민폭동세력들은 4일까지 정부군과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알타미라노등 3개도시를 점령하고 있다. 「사파티스타민족해방군」을 자처하는 폭동세력들은 마야족출신의 농민이 중심세력으로 기관총 수류탄등으로 무장, 관공서등을 습격하고 토지분규로 투옥중인 2백여명의 죄수를 탈옥시키는등 약탈을 계속하고 있다.
남부 치아파스주에서 정부군과 원주민들간의 전투는 지난해 5월이후 산발적으로 전개돼 왔다. 그러나 이번 원주민폭동은 70년대 좌익세력의 봉기이후 최대로 일컬어질만큼 대규모이고 조직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같은 대규모 원주민폭동의 표면적인 이유는 NAFTA의 발효이다. 폭동세력은 산 크리스토발을 점령한 뒤 『NAFTA는 원주민들에게 사망진단서나 다름없다』며 현정부의 퇴진과 빈곤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있다.
NAFTA의 발효로 치아파스주의 많은 원주민들은 지금까지 옥수수와 커피재배로 근근이 살아온 생존기반마저 잃을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관세장벽없이 밀려들어올 미국산 옥수수로 인해 값이 폭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생활이 어려워진 원주민들의 이농을 부채질해 원주민문화가 말살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원주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원주민에 대한 오랜 차별대우에 있다. 원주민들의 중앙정부와 지도층에 대한 누적된 불만과 이의 해결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좌절감이 NAFTA발효를 계기로 폭발한것으로 볼 수 있다.
폭동이 발생한 치아파스지역은 멕시코내에서 민족·종교갈등이 심각한 최악의 빈곤지역으로 산악과 정글이 많고 토지가 적은 지역이다. 원주민의 대부분이 교육·의료혜택으로부터 소외돼 농민반란이 지난 수십년간 끊이지 않았다. 원주민 상당수가 스페인어 대신 인디언 언어를 사용할 만큼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멕시코정부측은 진압군을 증파하는 한편 로마가톨릭교회를 중재자로 내세워 폭동세력과 타협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폭동세력들은 살리나스 대통령의 사임과 구체적인 빈곤해결책을 제시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어 폭동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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