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두희씨 치매증… 부인이 증언/“숨기면 더 큰죄” 설득에 입열어 백범 김구선생암살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마침내 국회차원에서 시작됐다.
4일 국회법사위소회의실에 누워있던 김구선생암살범 안두희씨(76)는 실어증때문에 아무말도 못했지만 증언이상의 큰 의미를 남겼다. 역사의 심판은 결코 피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시켜 줬다.
중풍의 고통과 이웃의 따가운 시선속에 여관을 전전하다 이날 국회 김구선생암살진상규명소위(위원장 강신옥)의 소환을 받고 출석한 안씨의 모습은 처량하다 못해 측은했다. 낡은 담요를 덮은채 들것에 실려온 안씨는 심한 치매증세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의식한듯 연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의 옆에는 15년동안 함께 살아온 사실상의 부인 김명희씨(62)외에 친지라고는 없었다. 12년동안 정확한 증언을 요구하며 그를 집요하게 쫓아다닌 권중희 김인수씨등이 오히려 자리를 지켰다.
하오2시부터 시작된 소위에서 안씨는 증인선서도 하지못했다. 지난해 10월초부터 중풍이 심해져 말을 제대로 못해 부인 김씨가 대신 증인으로 나섰다. 백범시해진상규명위국민운동위원장인 김석용씨가 지난 92년6월부터 지난해 10월초까지 녹음한 안씨의 증언테이프 1백21개에 대한 임의성을 묻는 질문이 계속됐다. 부인 김씨는『처음에는 김석용씨가 협박을 해 응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역사를 숨기는 것이 더 큰 죄라는 말에 설득당해 증언을 스스로 시작했다』고 임의성을 인정했다.
안씨는 녹음된 테이프에서 암살사건의 배후와 관련된 인물로 신성모전국방장관 장은산전포병사령관 공작브로커김지웅씨등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안씨는 또 범행일인 49년6월21일 1주일전에 이승만당시대통령을 만났으며 같은해 4월 자신이 1등한 포병사격대회시상식에 이례적으로 이대통령이 참석해 상을 주었다고 진술했다.
1시간30여분에 걸친 조사가 끝난 뒤 강위원장은『민간차원의 진상규명노력을 국회가 종합해 결론을 내리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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