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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째 손님산행 안내/해남 유선여관 「누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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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째 손님산행 안내/해남 유선여관 「누렁이」

입력
1994.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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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륜산 등산객들에 길잡이역/구두·양복차림땐 “사절” 일화도 고산 윤선도의 유배지였던 해남은 한반도의 맨 끝인 땅끝마을과 두륜산 대흥사라는 대사찰로 널리 알려진 예술과 낭만의 땅이다. 대흥사입구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관객 1백만을 돌파한 「서편제」와 「장군의 아들」「젊은 날의 초상」등을 촬영한 장소로 유명하다.

 대흥사 자락에는 4백여년전 절의 객사였던 한옥을 개조, 운치있는 모습으로 자리잡은 유선여관이 있고 이 여관에는 「누렁이」라는 진돗개가 있어 해남의 또 하나 명물이 됐다. 유명문화인들의 남도기행안내서를 통해 잘 알려진 누렁이는 어미의 이름 그대로 불리면서 2대째 산행안내를 맡고 있다. 개의 해인 갑술년, 두륜산을 오르내리는 누렁이의 발길은 더 바빠졌다.

 여관 주인의 아들인 박해수씨(34)가 9년전 진도에서 강아지 한 마리를 사들여와 키우다가 5년전 옆집의 진돗개를 붙여서 낳은 지금의 누렁이는 어미따라 산을 다니며 길을 익혔고 4년전 어미가 죽고난 뒤에는 혼자서 등산객들을 맞고 있다.

 누렁이에게는 몇가지 원칙이 있다. 먼저 복장이 양호해야 한다. 양복에 구두차림이면 안내를 「사절」한다. 일단 안내를 맡으면 손님이 멈춰설 경우 반드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꼼짝하지 않고 기다릴 만큼 충실하다.

 누렁이의 영리함과 신통함을 알려주는 일화는 많다. 이 여관의 한 단골은 누렁이와의 산행을 생각했으나 이미 떠나고 없자 혼자서 산을 오르다가 산에서 내려오는 누렁이를 만났다. 누렁이는 펄쩍 뛰며 반겼지만 아침부터「모셨던」 손님이 차에 올라 여관을 떠날 때까지 배웅을 하고서야 돌아왔다.

 길에서 잠깐 「실례」를 했던 대학생들은 화가 난 누렁이가 안내를 하다 말고 돌아가 버려 한동안 달랜 끝에 겨우 함께 갈 수 있었다. 새끼를 낳은 지난해 가을에는 사람들이 새끼를 탐내는것을 눈치채고 두륜산에 숨겨놓고 기르다 등산객에게 발견돼 누렁이「3세」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벌어졌다.

 박씨는 『누렁이의 등산안내가 널리 알려져 찾는 손님이 늘었다』며 『올해는 개의 해인 만큼 누렁이가 손님들로부터 더욱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해남=송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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