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2000 … 구태를 버리자/여행 편의보다 보안위주/문턱높고 까다롭기 으뜸/서비스공간 확충위한 발상 아쉬워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은 공항 항만을 이용할 때 감시당한다는 기분부터 갖게 된다. 한국에 대한 첫인상이 좋을리 없다.
게다가 출영·환송객으로 장바닥처럼 붐비는 대합실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진풍경과 만원인 주차장, 승차난, 바가지요금, 공항에서 도심까지의 교통체증등은 세계 11위 항공국이며 12위 무역국이라는 위상이 창피한 풍경들이다.
올해는 국제화의 원년이자 한국방문의 해이다. 그러나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오직 경제적 이해에 따른 세계질서의 재편이 가속되고 있는 국제조류를 외면한채 우리의 관문인 김포공항은 세계 어느 공항보다 문턱 높고 까다롭다는 오명에서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항을 반가운 한국방문객을 맞아들이는 장소가 아니라 경계해야 할 낯선 외국인들을 감시하는 장소쯤으로 인식하는 태도는 위장간첩 이수근탈출사건(69년)이후 모든 업무를 보안우선주의로 처리하면서 시작됐다. 외국을 수없이 드나드는 정부인사들, 23개나 되는 공항상주기관 관계자중 변화하는 조류에 맞춰 이를 제대로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발상의 전환없이 관행대로만 해온 결과 김포공항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로부터 「동남아에서 가장 불편한 공항」이라는 멸시를 받기에 이르렀다.
세관휴대품검사장에서 사복차림의 밀수감시세관원, 경찰 및 정보요원들이 많을 때는 수십명씩 감시의 눈을 번뜩이고 검사대 중앙 전면은 검은 유리로 내부가 보이지 않게 돼있어 불쾌감을 넘어 공포심마저 갖게 한다. 한국산업안전 직원과 공항경찰대가 합동실시하는 소지품검사도 사복요원이 검사대 바로 앞에 근무하고 있어 여행자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가중시킨다.
출입국사열업무는 항공편이 조금만 밀리면 여객이 장시간 대기하는 불편을 겪고 항공기의 정시운항에 큰 영향을 받을 만큼 아직도 비효율적이다.
여행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관행과 제도는 많다. 김포공항 국제선 1· 2청사의 출국장 보세구역에는 한 군데씩 휴게실이 있으나 5∼6시간씩 머무르는 통과여객들에게 필요한 간이음식점등 편의시설은 태부족이다. 보안상 이유로 외국공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료수자판기등의 설치도 허용되지 않는다.
청사내의 과다한 정부상주기관은 서비스공간 확보를 근원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세관 출입국관리 검역등 꼭 필요한 기관의 현장부서만 상주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청사 밖에 별도의 합동공간을 마련하는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항공사들은 탑승자명단등 입·출항서류를 25군데나 내게 돼있는 제도를 고쳐달라고 말하지만 행정의 위엄을 지키려는 상주기관들에는 마이동풍이다.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귀빈실을 폐지 또는 축소했으나 국방부의전실은 존속되고 있으며 아직도 안기부 기무사 경찰등의 사무실이 목좋은 곳을 점령하고 있다.
출국보세구역의 도착항공기 안내방송은 여객들의 편의를 돕기는 커녕 오히려 혼란을 주기 일쑤다. 관계기관의 편의만 위한 권위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이 안내방송은 아무 필요도 없는 출국여행자들의 귀를 여전히 어지럽히고 있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돼있는 세관신고서는 한 장에 3개 국어를 모두 표기해놓으면 자원낭비를 막고 여행자 국적구분으로 인한 불쾌감도 해소할 수 있을텐데 고쳐지지 않고 있다. 출국장입구에서 실시하는 탑승자 보안검색도 탑승구에서 실시하면 보세구역에서 근무하는 항공사 직원들의 불편이 해소될것이라는 말이 나온지 오래다.
김포취항 27개 항공사위원회가 최근 낙후한 시설과 서비스를 개선·향상시키기 위해 한국공항공단에 낸 건의문에는 33개 항목이 적혀 있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고쳐야 할 사항은 더 많다. 그리고 고치고 개선해야 할 사항에는 돈이 들기보다 여행자들의 편의를 돕고 서비스를 높이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될 일들이 많다. 요컨대 발상과 시각의 전환이 요구되는것이다.
언제까지 북한과의 대치상황을 강조하며 공항운영에도 안보논리만 적용할것인가. 86년 김포공항국제선 1청사 폭발사고이후 실시해온 청사출입문 보안검색은 지난 1일부터 폐지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이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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