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강행땐 “자충수” 중론 정치권이 지자제선거에 대비, 물밑에서 준비를 시작함에 따라 행정구역개편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여권의 일각에서 『서울시를 분할하고 도·군·움·면의 중층구조를 줄이자』는 의견을 제기,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서울시분할론」은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행정구역개편문제가 이시점에서 거론되는 이유는 작업의 방대함때문이다. 단체장선거가 1년이상 남았지만 여론수렴 대안마련등의 준비작업에 결코 시간이 넉넉지 않다는것이다. 따라서 지자제선거전에 행정구역개편이 이루어지려면 금년 상반기에 가부가 결정돼야 한다.
행정구역개편문제는 당위성과는 관계없이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게 중론이다. 역대정권이 이 문제를 다루었으나 뚜렷한 결실을 맺지 못했고 현정부도 이를 추진, 평지풍파를 일으킬만큼 여유롭지는 못하다고 볼수 있다. 지난해초 대통령직인수위에서도 개편을 건의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지난해 10월초 총리실산하의 행정쇄신위에 시달된 청와대의 지침이 개편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당시 행정쇄신위는 정부조직개편방안을 성안해놓은 상태였으나 지시는 『정부조직의 동요를 감안, 검토작업을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행정쇄신위의 한 관계자는 『정부조직개편이 단거리라면 행정구역문제는 마라톤』이라는 비유로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처럼 현실성이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개편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편론은 일단 단일행정체제의 비효율성, 주민생활과의 불일치등 행정적 당위성으로 포장돼 있고 상당한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 수도권을 단일행정체제로 이끌기에는 너무 인구가 밀집돼 있다든지, 공업화 도시화로 적정선을 초과한 자치단체가 있다든지(울산시등), 구역이 주민생활권과 다르다(경북달성군화원읍, 충남논산군상월면등)는등 개편론의 다양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행정적 당위성의 이면에는 더 묵직한 정치적 고려가 깔려있다. 여권의 핵심인사들도 찬반을 떠나 개편론에 내재된 정치적 복선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치적 고려가 서울시장선거문제로 귀착된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누구나 알고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여당대통령―야당서울시장」의 구도를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 1천2백만명,한국경제의 절반이상, 정치의 현장, 문화의 중심지등 서울의 중요성은 열거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다. 따라서 여권이 야당서울시장의 가능성과 그 이후의 정국을 여러모로 계산하는것은 당연하다고 볼수 있다.
하지만 개편론자들도 실현성에는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떤 명분을 들고 행정구역개편을 추진한다해도 야당은 『지자제선거에 자신이 없어 편법을 쓴다』고 공세를 취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이런 공세는 여론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 실제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것은 불문가지다. 민자당의 한 당직자는 『행정구역개편이 시도되는 순간 여당은 지자제선거에서 20∼30%의 감표요인을 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현정부가 94년을 「일하는 해」로 정해 총력질주하려는 상황이 실현불가능에 더욱 무게를 싣게한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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