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가정의 사회화·사회의 가정화/유영주(특별기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가정의 사회화·사회의 가정화/유영주(특별기고)

입력
1994.01.01 00:00
0 0

◎변혁시대맞춰 역할·기능 조화 이뤄야  가정은 삶의 터전이고 인간의 영원한 학교인 동시에 노동력의 재생산의 보충지이다.또한 문화전승의 근원이다.더욱 중요한 것은 자녀양육및 교육의 기본적인 집단이다.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여사는 「가정은 모든 제도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끈질긴 제도체로서 인간의 양육과 성장을 담당하는 집단」이라고 정의한바 있다.

 이렇듯 중요하고 다기능적인 가정이 시대적 변천과 사회적 변동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게 됐다. 오그번이 지적하는 가정기능의 상실이다.산업화 도시화라는 근대사회의 변화물결에 가정도 편승하게 된 것이다.가정에서 수행했던 모든 일들은 사회의 전문기관이 떠 맡게 됨에 따라 가정은 아무것도 할일이 없는 것처럼 되고 말았다.가정은 오직 가족들의 숙식만을 제공하는 장소로만 전락되어가는 것을 두고「가족은 있어도 가정은 없다」라든지 「하숙집가정」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가정에서 수행했던 역할(의식주에 대한 제작 생산 휴식 오락등)이 감소됐다 하더라도 질적인 면에서 가정의 기능은 더욱 강조된다.짧은 시간이지만 가정에서 가족과 생활하는 가운데 생기는 사랑 유대감 협동 책임감 충성심등은 인간을 인간답게 성장시켜주는 원동력이 된다.

 현대가정은 기능이 감소되고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질적으로는 더욱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여러가지 가정문제가 발생한다.일터와 분리된 가정에서 소외된 주부들의 여성문제, 핵가족 형태에 따른 자녀문제 특히 청소년 비행문제, 인간의 평균수명연장에 따른 노인문제, 가정문화의 단절문제등이 초래되는 것이다.따라서 현대가정은 그 어느때보다 가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게 됐다.인간의 애정과 상호관계, 자녀양육및 교육, 가족자원의 효율적관리및 소비자의 능력등이 바로 그것이다.

 가정은 없어도 될 것 같은 현대사회구조속에서 그래도 가정이 끈질기게 유지되는 이유는 가정만이 인간의 본성을 유지시켜주는 가장 적절한 집단이기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 인간은 두가지의 이율배반적인 욕구를 가진 존재이다. 독립적이고 개인성을 갖고자 하는 욕구와 동시에 상호의존성을 갖고자 하는 욕구이다. 이러한 인간의 두가지의 욕구충족이 균형을 이루며 적절히 유지될때 인간은 건강하게 성장 발달한다.

 그동안 현대가정의 문제를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각종 대안적 가정형태가 서구사회 또는 사회주의 사회에서 제시되었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사회의 유교적 전통가정이 지나치게 제도 집단을 강요하여 개성이나 독립심 자긍심 등이 발달되지 못했던 점이나 서구사회에서 지나친 개인주의 존중이 가정을 파괴하고 더욱이 건강치 못한 개인들이 늘고있는 것은 인간의 두가지 욕구충족의 균형 상실의 한단면이다.그러기에 70년대 세계최고의 기록을 남긴 이혼율 세계1위의 미국이 80년대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Strong Family Movement(건전하고 건강한 가정유지 운동)를 펼쳐가고 있는 것을 주시해야 한다. 우리사회의 가정문제해결이 바로 서구 사회가족으로의 선망으로 직결되어서는 안되며 산업화 정보화 사회구조속에서 전통가족으로의 회귀역시 타당치 않다.

 가정의 기능이 사회의 여러전문기관으로 이관되었다는 점은 더이상 가정은 폐쇄적 집단이 아니고 가정이 사회로 확대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가정은 열린가정 개방체계로서 더 큰 사회체계와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문제는 급속히 변화되는 사회구조 속에서 아직도 가정의 문제만은 사적 영역으로, 폐쇄적 집단으로 인식하고 사회변화에 가정변화가 뒤따라가지 못하는 지체현상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UN이 94년을 가정의 해로 정한 이유가 바로 개인의 성장 발달이나 사회의 안녕 질서유지가 가정이라는 사회의 기본적 집단에서 이루어진다는 이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가정에서 습득한 민주적 의식과 태도, 도덕적 신념과 가치관, 건전한 소비태도등은 다른 어떤 교육기관에서 학습한 것보다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내재화 되기 때문이다.국제화 개방화사회에서 가정의 사회화, 사회의 가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특히 개인과 사회의 가정에 대한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국가 사회의 모든 정책은 바로 가정정책과 맞물려야 한다.<경희대교수·대한가정학회 부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