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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열린 세계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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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열린 세계로 나가자

입력
199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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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과 두려움속에 새해를 맞는다. 지난 한해를 사정파동의 충격속에 보낸 우리는 과거 어느때 보다도 큰 기대를 새해 아침에 다짐하고 싶다. 그러나 희망과 기대가 큰만큼 두려움도 가지고 겸허하게 새 아침을 맞게 된다. 구체적인 성과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통치 30여년을 청산하는 사정파동이후 94년이 과연 어떤 길을 갈것인가?―그것이 우리의 문제다.

 여기에서 우리는 올 한햇동안 견디고 풀어야 될 도전과 과제가운데 진정한 세계화의 구현이라는 문제제기에 주목하게 된다. 안으로 사정파동이 지나 가고, 밖으로 우리에게 지워진 국제적 생존여건의 변화가 바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늦가을 「국제화」가 정부에 의해 제기될 때만 해도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의 타결, 그중에서도 쌀시장개방을 내다본 국면전환용의 정치적구호의 측면도 있었다.

 문제의 이러한 출생경과로 볼 때, 그것은 창조적인 공격보다는 「방어적」 측면이 강했다. 그 누구보다도 문제를 앞장 서 제기했고, 그것을 정책으로 구체화해야할 정부가 겸허하게 인정해야 할것이다.○장삿속이상 과제

 우루과이 라운드의 타결은 미국을 맹주로 하는 서방 선진권이 상호간,또는 제3세계와의 교역에서 묵인해온 보호벽을 허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소련이라는 적이 사라진 이제 서방 선진권은 냉혹한 경쟁만을 허용할 결의를 다짐했다.

 원칙적으로 특정산업에 대한 정부보조를 철폐하고, 관세율을 지금의 절반선으로 끌어내린다는것이 그 골자다. 과거 동맹국 또는 제3세계에 허용했던 「보호무역」의 호의를 철회한것이다.

 우리는 농촌의 붕괴우려가 전부인것처럼 떠들썩하지만, 온실속에서 안주해온 모든 산업이 벌거벗은 형편이 됐다. 국제화란 이제 보조벽의 무장을 해제당한 상황에서 경제와 기업이 살아남고, 가능하다면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경우 국제화란 기본적으로 경제정책의 몫이요, 기업경영의 몫이다. 경쟁의 발목을 잡는 관료적규제도 문제지만, 왕조시대 땅을 분할했던 영주처럼 비효율적인 국가와 기업의 경영체제는 더욱 큰 걸림돌이다.

 이 문제가 장삿속의 영역을 넘어 국민적인 과제로 지목돼야할 이유가 또 있다. 한국이 신흥공업국중 꼴찌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광범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국민 모두가 다시 허리띠를 졸라 매고 뛰어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쌀시장이 개방되기도 전에 미군 피엑스를 통해 나오는 불법유통 미국산 쌀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나라의 농촌붕괴는 불을 보듯 뻔한것이다.

 또 국산만 못한 수입품에 두배 세배의 값을 치르는 어리석은 국민이라면, 그리고 어린 아이 입맛을 수입이유식에 길들이는 나라라면 경제가 주저앉을 것은 뻔한 노릇이다.

 또 노임이 기업의 경쟁력을 좀먹을만큼 치솟아도, 그 기업이 「모두의 기업」이라는 믿음을 주지못한다면 노사분쟁은 사라지지 않을것이다. 노사마찰을 노임이라는 돈만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면 그 기업은 결국 무너지는 위험을 무릅써야 할것이다

○보편적 규범 체질화

 「국제화」란 약삭빠르게 전자계산기를 두드리는것으로 따먹을 수 있는 열매가 아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조직과 제도의 합리화이상으로 「내재적 정신」과 국제사회에 보편적인 규범과 규칙이 체질화할 때에만 손에 넣을 수 있다.

 사치·낭비를 일삼고 부를 이룬 나라는 없고, 소수가 불공평한 「기회의 독과점」에 안주하면서 능률적인 경쟁을 한 나라도 없다. 또 구성원의 화합없이 남보다 한발 앞서 나간 조직은 없다.

 그것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현실이요, 가치요, 규범이다.

 「국제화」란 이미 60년대이래 「수출입국」을 국가경영의 기본 틀로 삼았을 때 채택된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다시 국제화를 다그쳐야 하는것은 그동안 그 내재적 정신과 규범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국제화의 새로운 문제제기가 냉혹한 국제적 무한경쟁시대에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돼야 할것이다.중요한것은 불합리하고 자원낭비형의 부조리구조를 개혁하는데 성공해야만 국제경쟁력이 확보되고, 또  국제경쟁력을 통해서만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기개혁이 국제화

 이미 1백50년전인 19세기 중반에 국제화를 주장했던 혜강 최한기는 국제화가 왜 필요한가를 역설적으로 설명했었다. 『창업자는 널리 살피고 미루어서 좋은것을 택하고, 수성자는 규모를 기키기만 하고, 패망하는 자는 스스로 좁혀 결국 망하기 때문』이다.

 국제화는 상품수출운동의 강화 이상의 그 무엇이다. 그 비밀은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상식과 양식속에 있다. 그러한 양식에 따라 「널리 살피고 좋은것을 택하는」 자기개혁이 바로 국제화다.

 우리는 지난 한해의 각고로 비로소 그러한 자기개혁의 실마리를 잡았다. 그 실마리가 자칫 「경쟁력」의 이름밑에 구조적개혁으로의 발전을 이룩하지 못하는 결과가 되지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국제화가 지나치게 「정치화」하고 구호화하는것을 경계한다. 반대로 국제화가 구조화하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돼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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