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돼지/슈퍼생쥐/포마토/무추/기술패권시대 국가생존 “열쇠”/기술80% 외국의존 “걸음마 단계” 94년은 정부가 선포한 「생명공학도약의 해」. 현재 세계각국은 무한경쟁주의와 기술패권주의가 신세계질서로 등장함에 따라 생명공학기술을 선점하려는 기술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에 발맞춰 올해부터 생명공학을 집중육성하기 위한 범국가적인 「바이오텍 2000」사업을 시작한다. 생명공학은 흔히 인류문명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마술로 일컬어진다. 인류를 괴롭혀온 모든 질병 기아문제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인간복제 생물공해 생태계파괴등 인류에게 치명적인 재앙을 불러올 「판도라의 상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생명공학의 과거 현재 미래와 우리나라 생명공학의 현주소를 조명해본다.【편집자주】
생명공학은 미생물을 비롯해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생명현상을 이용해 유용물질을 생산하거나 공업적으로 이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생명공학은 생명현상의 원리와 특성을 이용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미생물이나 효소중에는 일산화탄소와 같은화학물질에 민감한 감수성을 가진것들이 있다. 미생물이나 효소등의 이러한 생체적 특성을 이용해 만들어진 바이오센서는 이제껏 기계문명이 만들어낸 어떤 감지장치보다 정교하고 경제적이다.
토양이나 강등을 오염시키는 각종 중금속물질을 잡아내는 미생물「슈퍼버그」를을 이용한 환경처리방법이 개발되고 있고 건강상태의 지표가 되는 스테로이드등 특정물질에 반응하는 미생물을 이용한 건강진단시약등 첨단의료제품들이 개발돼 상품화되고 있다.
생명공학은 새로운 생명체와 생명현상을 만들어낸다. 생명현상을 조절하고 있는 유전자를 바꾸는 일이다.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해 한종의 유전자를 다른 종의 세포에 이식시킴으로써 새로운 기능을 가진 전혀 다른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키메라생물이다. 추위에 잘견디는 감자의 유전인자를 토마토의 유전자에 이식시켜 추운 곳에서도 재배가 되면서 토마토맛을 내는 키메라과일을 만들어냈다. 포마토다.
생명공학은 특히 농수축산업등 식량자원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병충해와 벌레 제초제에 강한 토마토 담배 옥수수 알팔파등과 같은 「슈퍼작물」들이 농업생산성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현재 농진청에서는 수확량이 크게 늘어나는 슈퍼쌀을 비롯해 향기가 나는 향미등 쌀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사람의 성장호르몬을 생쥐에 넣어 몸무게가 2배가 되는 슈퍼생쥐가 탄생하기도 했다. 슈퍼생쥐의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질 코끼리돼지 슈퍼물고기등은 슈퍼작물들과 함께 인류의 기아와 빈곤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줄것으로 기대된다.
생명공학의 마지막분야는 인간에 대한 연구이다. 미국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게놈프로젝트에 의해 인간의 모든 유전자정보가 파악되면 생명현상중에서 가장 진화된 것으로 평가되는 기억작용과 노화현상등에 대한 신비도 풀리게 될것이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두뇌컴퓨터와 인간과 동일한 사고와 감성을 가진 로봇이 등장할 뿐만아니라 인류는 불로장생의 시대를 구가하게 될것이다.
지금 세계는 개방과 환경보호를 내세우는 선진국의 힘의 논리에 의해 기술패권주의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등 선진국들은 이미 80년대초부터 이런 기술패권주의시대를 대비해 막대한 국가예산을 투자해 미래기술의 핵심을 차지할 생명공학을 집중 육성해왔다.
그러나 우리 생명공학의 발전속도와 기술개발의 수준은 어둡기만하다. 이를 가늠하는 정부의 투자정도와 관심도 그만큼 바닥에서 맴돌고 있다.
발효산업이나 백신개발등 일부 생명공학분야를 제외하고는 생명공학관련기술의 80%를 외국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생명공학의 수준은 낮은 곳에 있다.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 및 기업연구소등 관련연구기관에 투자되고 있는 한해 연구비는 92년의 경우 8백40억원이었다. 이 투자규모는 선진국의 경우 정부출연분만 미국 42억달러, 일본 10억달러인것에 비하면 50분의 1, 12분의 1정도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이다. 연구인력(석사이상)도 고작 1천5백명수준으로 미국의 3만명, 일본 1만명과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적다.
생명공학의 성패여부는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과 산업경쟁력 확보차원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제3의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생명공학은 무한경쟁시대에 내맡겨진 우리나라의 「생존」과 「번영」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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