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각국서 박해받는 이미지 얻어/국내정치활용 고도 정치술수 구사” 러시아판 「아돌프 히틀러」란 별명이 붙은 극우민족주의자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가 국제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리노프스키는 지난 28일 불가리아 내무부로부터 24시간내 출국명령을 받고 불가리아를 떠난뒤 29일 독일을 방문하려 했으나 입국허가를 받지 못해 모스크바로 되돌아왔다.
지리노프스키는 불가리아 방문중 불가리아 최초의 민선대통령인 젤류 젤레프가 사임하고 그 자리에 자신의 불가리아인 보좌관이 임명돼야 한다고 발언함으로써 불가리아 국민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그는 불가리아가 이웃인 마케도니아를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루마니아를 「이탈리아 집시들」의 나라이며 러시아 헝가리 불가리아로부터 조금씩 땅을 빼앗아 세운 「인공국가」라고 불러 루마니아인들을 격분시켰다.
그는 지난 12·12총선후 독일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만약 독일이 러시아의 내정에 간섭한다면 본을 핵무기로 공격하겠다』는 극단적 위협까지 가한바 있다.
그의 발언으로 독일의 주가가 한때 급락하는등 독일사회에 파문이 일어나기도 했으며 클라우스 킨켈독일외무장관이 서둘러 러시아를 방문, 안드레이 코지레프러시아외무장관과 만나 러시아의 대외정책 및 독일의 대러시아지원방안등을 협의하기도 했다.
지난주 초부터 유럽순방을 시작한 지리노프스키는 중간 기착지인 뮌헨에서 독일 극우정당인 독일인민동맹당의 게르하르트 프레이당수와 회담을 가진데 이어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민족주의자들과 회동했다.
유럽 각국에서는 지난 12·12총선에서 지리노프스키의 네오파시스트 정당인 자유민주당이 승리한데 대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일부 유럽언론은 지리노프스키의 등장을 「볼가강의 바이마르공화국」이라고 표현하면서 아돌프 히틀러가 1930년대초 정권을 잡았을 때의 독일과 현재의 러시아 정국이 비슷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930년 9월 독일의 라이히스타크(제국의회)선거와 지난 12·12러시아 총선과정 및 결과가 매우 유사했다는것이다.
당시 독일총리 하인리히 브뤼닝은 국민들에게 희생과 고통을 감수해달라는 발언으로 인기를 얻지 못했으며 파울 힌덴부르크대통령은 선거전에 중립을 선언했었다.
12·12러시아총선에서는 개혁의 기수 예고르 가이다르제1부총리가 국민들에게 인기발언을 하지 않았으며 보리스 옐친대통령은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겠다며 중립을 선언했다.
선거결과 당시의 나치는 18%의 지지를, 현재의 자유민주당은 24%의 지지를 얻었다.브뤼닝총리는 2년만에 히틀러와 타협함으로써 바이마르공화국은 그 이듬해 제3제국으로 변하게 된다.
러시아 국내에서는 지리노프스키의 기행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기가 급상승하는등 이변을 보이고 있다.
지리노프스키는 유럽 각국에서 「박해받는」 이미지를 국내정치에 활용하는 고도의 정치적 술수를 구사하는 듯하다.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과 비슷한 형식인 그의 자서전 「남으로의 마지막 진군」도 날개 돋친듯 팔리고 있어 모스크바는 마치 「지리노프스키 신드롬」에 빠져 있는것같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새해 1월11일부터 개원되는 국가 두마(의회)는 그의 화려한 정치 연기를 위한 무대가 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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