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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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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3.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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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해의 격동과 변화를 뒤로 한채 올해도 저문다. 세모의 며칠이 어쩐지 어수선하게 느껴지는것은 그만큼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줄지어 벌어지고 있는 탓이 아닐까. 전국 학부모와 수험생을 울고 웃기게 만든 새 대입제도부터가 그렇다. 명문대의 미달사태와 함께 복수지원대상 대학의 경쟁률을 기네스북에 오르게 할 정도로 높이면서 학교별로 10억원이 넘는 전형료수입재미를 안겨준것부터가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재미본것으로 따지자면 정부탓에 유례없이 배부른 장사를 한 자동차회사들이 당연히 꼽힌다. 정부가 자동차를 줄이자고 새해부터 1가구2차의 취득·등록세를 배로 올리고, 지프의 특소세마저 올리기로 했던것인데, 오히려 연말까지 자동차만 더 팔리게 부추긴 결과가 됐다. 세계 자동차산업이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이때 기술및 경쟁률낙후의 극복조차 없이 단견의 시책때문에 공전의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게 과연 잘 된 일인가.◆시대와 정권이 바뀌었기에 과거의 잘못이 바로 잡히는건 어쩌면 당연하다. 군부재자투표 부정폭로의 이지문중위가 한해의 막바지인 30일 파면취소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는 소식이 그렇다. 그러나 같은 날 나온 윤석민전대한선주회장의 비자금조성사건이 그동안 쌓인 의혹규명조차 없이 세모에 불기소처분으로 수사가 종결된것은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올해에 시대정신을 담은 개혁의 이름으로 추진됐던 국사가 해가 바뀌기도 전인 세모에 급히 뒤집혀 재특감이 공표되는가 하면 불과 어제까지 개혁을 진두지휘하던 사령탑이 출국정지당하기도 하는 일은 또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것인가. 속담에 『급히 먹는 밥이 목이 멘다』는 말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깊은 생각없이 서둘러서 한일들을 연말에 허겁지겁 뒤집는 일들이야 말로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이런일들이 쌓여 올 세모는 한해의 기대나 성취감에 못지않게 느껴지는 어수선함도 각별하다. 새해는 이런 비상식이나 어수선함에서 벗어나 차분하고 알차게 꾸려가는 한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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