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고학력열기에서 비롯되는 대학입시지옥현상은 어떠한 입시제도로도 해소할 수 없다는 사실이 또 한번 확인됐다. 수능시험제의 도입과 대학별본고사의 부활 그리고 특차전형과 복수지원제까지 가미한 새 대학입시제도는 종전보다는 개선되고 발전된 입시제도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새 입시제도에 따라 전기대학들의 원서접수마감결과 드러난 현상과 부작용들은 종전 제도때의 그것들 보다 별로 나아진것이 없다. 새 입시제도에 대한 실망의 소리가 만만치 않을 정도다.
첫째로 꼽는 문제는 중상위권의 대학들에서 무더기로 미달사태가 났는가 하면, 중하위권 대학에서는 최고 1백37대1이란 사상 초유의 경쟁률을 보이는등 과당경쟁현상까지 발생했다는것이다. 특차전형에서도 미달학과가 많았다.
두번째 문제는 중하위권 수험생들이 소질과 적성을 고려치 않고 합격만을 겨냥, 하향지원함으로써 대학지원이 붙고보자는 식의 「눈치판」이었고 장난과도 같아 보였다는것이다. 지원결과 드러난 이러한 문제점과 부작용의 원인은 어디서 비롯된것일까. 제도만의 잘못인가, 제도의 운영주체인 대학들의 잘못때문인가. 새 제도에 익숙치 못한 수험생들에게는 문제가 없었는가.
입시제도 자체가 복잡할뿐아니라 수능성적을 알고 지원하는 「선시험 후지원」제도는 필연적으로 눈치지원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입시제도는 간단할수록 좋다. 너무 촉박한 입시일정과 복잡한 새 제도의 결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부작용을 야기시킨 책임의 큰 몫은 대학들에게 있다고 본다. 특차모집에서 미달학과가 많았던것은 지나치리만큼 전형기준을 높게 잡아 우수학생을 유치하겠다는 대학들의 과욕 탓이다. 중상위권 대학들이 미달사태를 당한것도 입시날을 잘못잡았기 때문이랄 수 있다.
1월5∼13일 사이에 본고사를 치르거나 면접등 전형을 하는 1백12개 전기대학중 77.6%인 87개 대학들이 6일을 택일한것이 무더기미달사태의 결정적 원인이다. 대학들의 이와같은 「자률화속의 획일」성향은 결국 수험생들의 대학선택과 지원폭을 넓혀준다는 복수지원제의 장점도 제대로 살리지 못한채 대학들만이 피해를 당하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대학들이 건학의 이념과 특성을 살리기 위한 자율권신장이 시급하다.
수험생들이 당한 혼란과 혼선, 그리하여 4∼5복수지원까지 함으로써 하위권대학의 경쟁률을 1백대1까지 끌어올린 지원양상은 처음 시행되는 제도하에서 불가피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합격선예측이 전혀 불가능했고 입시정보마저 혼란만 가중시켰던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학지원을 할때 소질과 적성을 고려치 않은 진학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한번쯤은 심사숙고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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