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입제도에 의한 특차모집과 원서접수가 진행되는동안 학부모 몇분이 나에게 전화를 주셨는데, 그들은 이런 불평을 하였다. 『특차모집이 좋은 제도인것처럼 신문들이 쓰고 있는데, 특차모집이란 결국 공부잘하는 상위권 몇프로의 학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가 아닙니까. 수능성적 1백80점이상의 학생들이 연대 고대 포항공대등의 특차모집에서 무더기로 불합격했다지만, 그들은 다시 일류대학에 응시할 수 있으니 두번이나 기회를 갖는 겁니다. 공부잘하는 학생들에게만 특혜를 줌으로써 절대다수의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도 있는 이런 제도가 꼭 필요한 겁니까』
『이번 입시에서는 복수지원이 허용되어 경쟁률을 종잡을 수 없기 때문에 대학과 학과선택이 더 어렵습니다. 보통사람들은 눈치작전도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고교 교사들은 원서를 4·5개씩 써가는 학생들이 많아서 업무폭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복잡한 제도를 만들어서 수험생들을 혼란스럽게 합니까』
『올해 수험생들은 생소한 수능시험을 두차례나 치렀고, 다시 본고사를 치러야 하고, 특차니 복수지원이니 하여 정신을 차리기 어렵습니다. 고교선생님들도 올해는 진학지도를 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입시제도를 자주 바꾸는 바람에 입시생들만 골탕을 먹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수험생들은 「시험용 쥐」 취급을 받고 있는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
수험생과 그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은 경험자가 아니고는 상상도 못할것이다.입시제도가 자주 바뀌는 바람에 입시생들이 「시험용 쥐」처럼 골탕을 먹고 있다는 항의는 골백번을 들어도 옳은 말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항의에서 모순이 발견되기도 한다.
가장 큰 모순은 입시제도의 다양화를 「혼란」으로 이해하고, 공부잘하는 학생들을 특차모집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보는 사고방식이다. 그런 주장속에는 온나라의 수험생들이 한날 한시에 똑같은 시험을 한번만 치르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공평한 제도이고, 혼란도 없는 바람직한 제도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획일적인 제도, 획일적인 평등에 너무 오래 길들여진 결과이긴 하지만, 그런 사고방식에서 우리는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다양함보다 독재에 의한 일사불란이 낫다는 주장과 똑같다.
가장 바람직한 입시제도란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제도다. 우수한 인재들의 불합격을 줄이고, 재수 삼수의 낭비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입시에서는 공부잘하는 학생들이 왕이 돼야 한다. 우수한 학생들은 여러대학의 합격통지서를 놓고 마음에 드는 대학을 골라서 갈 수 있어야 하고, 우리는 그들의 특권을 인정해야 한다. 공부잘하는 학생들과 못하는 학생들을 똑같이 묶으려는 획일적인 평준화는 평등이 아니고, 입시를 시행하는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불평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것은 대입제도의 방향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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