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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관/자유롭고 솔직한 교제 원한다(대중문화에 비친 신세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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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관/자유롭고 솔직한 교제 원한다(대중문화에 비친 신세대:1)

입력
199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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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만남땐 주저않고 이별/“사랑과 결혼은 별개것” 인식도 대중문화는 세태의 거울이라고 한다. 대중문화는 현실의 가장 직설적인 반영체로 그 속에는 대중들의 생활모습은 물론 의식까지도 녹아있다. 특히 이들 대중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신세대들의 모습은 우리 젊은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영화 TV드라마 가요등 대중문화에 비친 신세대들의 사고와 생활양식 언어 사회관등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신세대들에게 「연애한다」는 말은 어딘지 촌스럽게 느껴진다. 그보다는 「사귄다」나 「만난다」가 덜 부담스럽고 「같이 잔다」나 「사랑한다」가 보다 솔직해서 좋다. 더 이상 연애는 반드시 결혼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암묵적인 동의도 아니며 쉬쉬하며 감춰야 할 부끄러움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에 나타난 신세대연애의 가장 큰 특징은 가벼움이다. 사랑하다가도 조금이라도 불편하다 싶으면 앞뒤 재볼것도 없이 이내 갈라선다.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도, 다시 생각해 보는 망설임도 없다.

 영화 「그 여자 그 남자」에서는 얽매이기 싫어 애인과 헤어진 남녀가 『인생을 즐기는데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하며』『사랑이란 이름으로 구속을 당해야 해?』라고 당당히 항변한다. 웬만한 드라마에서도 실연당한 친구를 위로하는 첫마디는 거의 『걔 아니면 여자(남자)가 없냐』다. 풍요와 안락의 시대에 성장한 이들에게는 연애도 언제든 쉽게 다시 구할수 있는 물건같은 것이지 힘든것을 참아가며 질질 끌어야 할것은 아니다.

 가벼운 사랑은 당연히 이기적이게 마련. 서로에게 감정의 끌림을 느껴도 먼저 말하는 법이 없다. 예전에는 남자가 먼저 리드하는 것이 예의였지만 신세대들은 그런것조차 따지지 않는다. 

 반면 삶에서 연애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크다. 『나도 이젠 다른 친구들처럼 맘에 드는 누군가를 사귀어 보고싶은』(015B「신인류의 사랑」의 가사 일부분) 것은 신세대라면 누구나 갖고있는 욕심이다. 또 『저녁이면 습관적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곤』할지언정(015B「아주 오래된 연인들」중) 연애는 꼭 해야한다.영화 「그대안의 블루」에서 「사랑중독」이라고 빈정거리는 이 현상은 각박하고 개인적인 사회속에서 하나쯤 나만을 위한것이 있었으면 하는 신세대들의 절실한 바람을 보여준다.

 때문에 신세대들에게도 사랑은 여전히 가장 미묘한 문제다. 아무리 가볍고 이기적이라고 해도 그들 역시 기존의 사랑과 가치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는 못한다. 혼란스러운 것이다. 감정이 끌리는 여자와 배우자로 삼고 싶은 여자 사이에서 헤매기도 하며(영화「사랑하고 싶은 여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선본  부잣집 아들에게 안주하고 싶으면서도 옛 애인때문에 괴로워 한다. (SBS 드라마 「결혼」)  그렇다면 신세대들이 바라는 연애는 어떤것일까. 대중문화속에 나타나는 이상적인 연애는 한마디로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만큼 너도 나를 사랑하는것』(김건모「사랑이란」중)이다. 『처음부터 사랑하진 않고 그저 친한 친구처럼 만나…이제는 이해할수 있는』(신승훈 「처음 그 느낌처럼」중) 연인을 그들은 갖고싶어한다. 비슷한 분야에서 함께 일하며 대등한 관계를 맺으면 (SBS드라마 「결혼」의 조민수―이효정, MBC 드라마 「여자의 방」의 배종옥―홍요섭) 더욱 좋다.

 신세대들은 기존의 가치와 자신들의 바람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불안한 세대다. 연애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숱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해피엔딩과 방영 내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MBC 드라마 「엄마의 바다」의 신세대 커플 경서―상규(고소영 이창훈)가 보여주듯 결국 신세대들은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당당함으로 합리적인 절충을 찾아가게 될것이다. 그것이 어떤것이든 기성세대들에겐 다소 얄팍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마치 내뱉듯 읊어대는 랩이 기성세대들에겐 소음처럼 들리듯이. 그러나 이들에게는 그것이 최선의 방식일것이다. 신세대들에겐 랩음악도 얼마든지 연가가 될수 있는 것이다.【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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