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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의 괴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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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의 괴도(사설)

입력
1993.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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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기이한 절도사건이 연이어 두건이나 발생해 가뜩이나 어수선한 세밑에 사회적 관심을 끌고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전시중이던 고서 3점의 도난사건과 서초동 법원청사내 3개법원장실과 수석판사실 침입 절도사건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일어나기 어려운 사건이다.

 두건물 모두가 경비원과 방호원이 철야경비를 할뿐아니라 출입과 구조도 특수한 건물이어서 보통의 절도범들이 심야에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공공건물이다. 범행내용도 기이하다. 문화재전문 절도범들이 치밀한 계획으로 범행을 하기로 했다면야 왜 그보다 값진 보물급 전시품들이 많았는데 하필이면 그 3점으로 그쳤겠느냐는것도 수긍이 안간다.

 법원장실 침입절도사건은 더욱 그렇다. 거기가 어딘가. 보통사람들은 그 옆을 지나는것 부터가 으스스한 법원을 침입한 범인들이라면, 범죄의 성격부터가 단순한 도둑질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용케도 3개 법원장실과 수석판사실만 침입한것도 단순절도범의 소행으로 단정키는 찜찜한 구석이 많다.

 범죄의 성격이나 수법은 범인들이 검거되면 밝혀지겠지만, 이 두 절도사건에서 교훈으로 삼아야할 일은 몇가지 있다고 우리는 본다. 첫째는 문화재를 전시하는 장소의 방범대비가 그 정도로 허술해서야 되겠느냐는것이다. 경보장치도 안돼있고, 21명의 경비원과 전시관계자들이 숙직경비를 했다는데 그냥 당하고 말았다면 앞으로 문화재전시를 어떻게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문화재보호와 전시에 특별경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는 법원청사와 같은 공공건물의 야간경비상태가 그처럼 형식적이라면 국가의 주요기밀과 문서등의 안전한 보관과 관리는 어찌되는것인지를 염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 셋째는 전시품을 도난당한 주최측은 도난품을 별것 아니라며 사건의 축소를 기도했고 침입절도를 당한 법원측은 대법원에만 내부보고를 했을뿐 피해품이 없다해서 수사당국에는 사건신고 자체를 안해 아예 사건은폐를 기도했다는데 대하여 우리는 사건자체에서 받는 놀라움이상의 불쾌감을 지울 수 없다.

 전시될만한 문화재라면 값의 고하를 따져 사건의 경중을 논할 일이 아니다. 전시중에 도난을 당한 그 자체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법집행의 잘잘못과 법의 준수여부를 판단하는 법원이 아직도 낡은 권위의식과 체통만을 생각해 자신들이 당한 사건을 은폐하려했다면 법을 어긴 국민을 무슨 권위로 판단하겠다는것인가. 하찮은 절도범들이 내던지고 간 교훈을 여러측면에서 새겨봐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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