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제보다 자율이 안정 도움” 새정책 반영/“적자해소 서민에 전가” 지적도 정부가 그동안 물가상승 억제의 볼모로 잡아왔던 대중교통요금을 최저 9.1%에서 최고 22.1%까지 대폭 인상한것은 한계상황에 처한 왜곡된 교통현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10여년간 인상억제로 요금이 원가수준에도 못 미쳐 업체의 경영난과 이에 따른 서비스부재, 안전문제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이제는 원가를 보상해주는 수준까지 현실화돼야 한다는 것이 교통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내년초부터 담배·유류값등도 일제히 인상될 예정이어서 생필품등의 연쇄인상이 불을 보듯 뻔해 국민들의 부담은 예년보다 훨씬 가중되게 됐다.
이번 인상은 억제보다는 자율이 물가를 안정시키는 지름길이라는 정재석경제팀의 주장이 대중교통의 현실과 맞물려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교통부의 자료에 의하면 시내버스 요금은 일반버스가 원가의 83.3%, 좌석버스는 77.4%에 불과해 지난 6월말현재 전국 4백7개 시내버스업체의 부채가 차량 할부대금을 포함해 5천9백4억원이나 되며 절반에 가까운 1백98개 업체가 법인세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외버스도 대당 하루 적자가 지난해의 6만3천5백62원에서 올해 6만7천1백93원으로 늘어 88년이후 4개 업체가 부도를 냈으며 7개 업체가 면허를 반납하고 8개 업체가 운행을 중단했다.
택시도 교통체증 심화로 하루 평균 영업거리가 지난해의 3백8.6㎞에서 올해 2백82.4㎞로 떨어져 운전기피에 따른 운휴차량이 지난해 9월 9천2백79대에서 1년만에 1만7천6백42대로 2배 가까이 증가, 전업체의 총부채가 4천82억원이나 된다. 지하철은 서울이 원가의 62.6%, 부산은 41.6%에 불과하며 철도도 69.3%로 부채규모가 눈덩이처럼 매년 커져가고 있다.
이같은 운수업계의 경영난은 이번 인상으로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업계의 「평균 30%인상」 요구에는 미흡한데다 유류인상과 맞물려 인상의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 정부가 요금인상과 함께 기대하는 서비스향상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또 내년 7월1일부터 버스·택시요금의 결정권이 시·도지사에 위임됨에 따라 지역실정에 맞춘다는 명분으로 또 한차례의 요금현실화가 예상돼 운수업계의 적자부담을 서민들만이 떠안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1가구 2차 중과세, 유류특소세인상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으나 이번 인상에 맞춰 수익자부담원칙에 맞는 대책을 더 과감히 도입, 서민들의 가계주름살을 펴야 한다.
정부출연기관과 각 민간경제연구소는 공공요금인상과 공산품값 인상으로 내년물가가 올해보다 훨씬 불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인상은 업계와 교통부, 교통부와 경제기획원등의 인상률 줄다리기, 업계의 단체행동등으로 몇달만에야 요금인상이 결정돼온 종전과 달리 파격적으로 빨리 인상폭과 시기가 결정됐다. 이같은 파격은 새 경제정책의 출발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벌써부터 체감물가로 겨울이 더욱 추운 국민들의 부담으로만 전가되지 않게 하는 일이 새 경제팀의 과제이다.【정재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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